[起承轉結]'BTS붐' 빅히트의 주가는 거품인가 아닌가

박종오 기자I 2020.09.24 06:00:0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시작은 외신의 보도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9월 4일(현지 시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사 캡쳐


起(기). 외신이 쏘아 올린 빅히트 ‘주가 거품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4일 BTS(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39억 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 기업공개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다음달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빅히트의 주가가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국내 사정을 잘 아는 FT의 한국 특파원이 썼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미국 헤지펀드 직원이 기사에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사실 빅히트가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한 것은 FT의 보도 이틀 전인 9월 2일이었다. 그러나 FT 보도를 계기로 국내 증권가와 언론에서도 빅히트의 주가가 거품이 아닌지 얘기하기 시작했다.

올해 공모주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빅히트는 그렇게 이슈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빅히트는 다음달 코스피(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주식 713만 주를 새로 발행한다. 공모가격은 1주당 10만5000~13만5000원이다.

이번 상장으로 빅히트가 모집하는 전체 투자금은 최대 9626억원이다. FT는 빅히트의 투자금 모집액이 “3년 만에 한국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공모가격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다르다.

공모가가 비싸면 빅히트 방시혁 대표에게 좋다. 신규 투자를 위한 막대한 실탄이 생겨서다. 스틱 사모펀드 등 빅히트 보유 주식 일부를 상장 직후 내다 팔 수 있는 기존 주주들도 입이 벌어진다. 공모 모집액의 최대 1.4%를 수수료로 받는 상장 주관 증권사들도 천억 원 넘는 돈을 번다.

반면 공모주에 청약하는 신규 투자자들에겐 좋을 게 없다. 싸게 살수록 더 많은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주 약 143만 주를 우리사주조합 물량으로 우선 배정받는 빅히트 직원들도 비싼 공모가가 탐탁지 않을 것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 개요 (자료=삼성증권)
“빅히트의 공모가격 결정을 보면 2017년 코스피에 상장한 넷마블(251270)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국내 공모주 투자의 대가는 이렇게 말했다.

게임회사인 넷마블도 당시 공모가 거품을 불렀다. 공모가격 산정의 비교 대상으로 시가총액 800조원에 육박하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텐센트를 선정해서다. 텐센트의 당시 자산(59조원)과 연 매출(24조원)은 넷마블의 약 25배 규모였다.

공교롭게도 넷마블은 빅히트 지분 25%를 보유한 2대 주주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빅히트 최대 주주인 방시혁 대표(지분율 45%)는 친척이다.

넷마블의 당시 공모가격은 1주당 15만7000원으로 결정됐다. 그리고 상장 첫날 주가는 시초가(16만5000원)보다 1.8% 내린 1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넷마블 주식은 현재 공모가 대비 11.1% 오른 17만4500원(23일 종가 기준)에 거래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상승률은 2.1%다. 넷마블 주식을 공모가에 사서 가지고 있는 주주는 코스피 평균의 5배 넘는 돈을 벌었다.

이번엔, 빅히트는 어떨까?

承(승). 빅히트 ‘주가 뻥튀기’ 논란의 3대 쟁점

“현재 기업공개(IPO) 진행 과정에서 적용되는 관련 법령상 증권 신고서에 적은 내용 외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X’의 해명이다. X는 누굴까?

주식 투자에 능하고 재무 분석에 익숙한 전문 투자자들은 빅히트를 향해 주장한다. “공모가격이 너무 비싸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빅히트의 강점은 곧 약점이다. 소속 아이돌 그룹인 BTS 매출 의존도가 90% 안팎에 달한다. 투자에 비유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았다. BTS 멤버들은 2022년부터 군대에 간다.

빅히트는 올해 6월 만료 예정이었던 BTS 계약 기간을 2024년 말까지 미리 연장했다. 시장에서는 재계약을 하면서 BTS 멤버가 가져가는 수익 배분 비율이 이전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본다. 그러니 빅히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BTS 관련 매출은 앞으로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 정도는 진작부터 알려진 악재다. 전문가들의 공격 포인트는 이보다 전문적이다.

①빅히트의 주가를 정할 때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을 썼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회사 대다수는 자기네 기업 가치와 적정 공모가격을 정하는 데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먼저 비슷한 사업을 하는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회사 순이익의 몇 배인지 따져본다. 그리고 이 배수를 자기네 순이익에 곱해서 상장 후 적정 시가총액과 주가를 계산한다.

이 방법을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활용한 상대 가치 평가라고 한다. 본지가 직접 전수 조사해 봤다.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94%(32개사 중 30개)가 PER로 공모가격을 정했다. 그만큼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다.

빅히트는 달랐다.

순이익이 아니라 영업이익(자산의 상각비 포함)을 기준으로 했다. 우선 유사 사업을 하는 상장사의 시가총액(순차입금 포함)이 영업이익의 몇 배인지 구했다. 그리고 이 배수를 빅히트의 영업이익에 곱해서 적정 시가총액과 공모가격을 산출했다.

“사람들이 잘 아는 PER 방식을 쓰면 주가 뻥튀기가 드러날 것 같으니까 특이한 방법을 쓴 것 아니겠습니까.”

한 회계사는 이렇게 반문했다.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32개사 중 빅히트와 같은 평가 방법을 적용한 회사는 1개뿐이다.

PER 방식을 쓴다면 빅히트의 공모가격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빅히트의 공모가 13만5000원을 적용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4조5692억원이다. 올해 추정 당기순이익(638억원)의 72배다.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올해 예상 순이익의 79배, JYP엔터테인먼트는 44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는 16배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②빅히트의 비교 대상 기업에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를 포함시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니다. 독점 포털 사이트와 국민 메신저를 가진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빅히트가 두 회사를 비교군에 넣은 이유는 네이버뮤직, 카카오뮤직 등 음악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가졌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빅히트의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시가총액이 고공 행진하는 두 회사를 끼워 넣은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과거 넷마블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YG플러스가 비교 대상 기업에 들어갔다. YG플러스는 올해 주가가 400% 넘게 올라 작전주라는 말까지 듣는다.

이렇게 주가가 비싼 회사를 비교 대상에 넣으면 공모가 산정에도 유리하다.

③빅히트는 적정 주가 산출의 가장 기본인 회사 실적을 꼼꼼하게 반영하지 않았다.

보통은 가장 최근의 1년 치 실적을 가져다 쓴다. 올해 상장한 32개사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4개사가 그랬다.

빅히트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자산의 상각비 포함)에 2를 곱한 추정 실적을 사용했다. 만약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1년간 이익을 기준으로 했다면 어땠을지 투자자는 알 수 없다. 공개된 정보가 없어서다.

빅히트의 상반기 이익은 2억원이 과대 계산됐다. 빅히트는 올해 6월 아이돌 그룹 세븐틴 소속사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6월에 자회사를 샀으니 빅히트의 상반기 실적엔 플레디스엔터의 6월 한 달 치 이익만 반영됐다.

그런데 플레디스엔터는 6월 한 달에만 영업이익 77억원을 올렸다. 그전 1~5월에는 영업적자를 내다가 빅히트에 경영권이 넘어간 달에 큰 흑자를 냈다. 플레디스엔터의 주력 아이돌인 세븐틴이 6월 새 앨범을 낸 영향으로 추정된다.

기업 가치 평가 업무 경험이 많은 한 회계사는 “비경상적인 이익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평가 때 빼주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공모가격을 산출한다는 것은 결국 상장회사가 원하는 목표 시가총액을 먼저 정해놓고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드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회계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다시 위로 돌아가서, X는 누굴까? X는 빅히트다.

본지가 전문 투자자들의 불만과 지적을 대신 질문하자 회사는 위와 같은 공식 답변을 내놨다.

轉(전). 반격에 나선 증권가

투자자들의 원성에 맞서서 반격이 시작됐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그 총대를 멨다.

반격의 모든 것은 빅히트의 증권 신고서 392페이지, 그 한 장에 요약돼 있다.

“빅히트의 공모가격 13만5000원은 완전한 저평가입니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강조했다. 자신의 보고서를 통해서다. 그는 빅히트의 목표 주가를 38만원으로 제시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공모가에 사도 181%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BTS 팬클럽 아미는 말한다. “핵심은 BTS의 세계관이에요.”

애널리스트들도 여기에 주목한다. BTS의 강점은 각 앨범과 노래가 담은 소년들의 성장 서사와 서로 연결되는 스토리텔링, 메시지다. BTS의 세계관은 아미를 충성도 높은 소비자로 결집시킨다. 아미는 앨범, 공연뿐 아니라 BTS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책, 캐릭터 상품, 게임, 웹툰, 영상 등에도 지갑을 연다.

빅히트는 이 세계관의 설계자다. 애널리스트들은 빅히트의 BTS를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와 비교한다. 마블의 인기 캐릭터가 토니 스타크 한 명이 아니듯 빅히트도 제2, 제3의 BTS를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삼성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빅히트의 기업 가치를 자체적으로 산정할 때도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 대상에 포함한다. 아미들이 소통하고 소비하는 온라인 공간인 빅히트 플랫폼 위버스와 위버스샵에 주목해서다.

최민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위버스에는 팬덤 경제의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에 위버스 앱을 깔면 빅히트의 아이돌 그룹 멤버, 글로벌 팬과 대화할 수 있다. 멤버의 최신 영상과 유료 콘텐츠를 한 곳에서 보고, 위버스샵 앱을 열어 온라인 공연 티켓과 각종 부대 상품을 살 수도 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체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팔면 유통 수수료 10~15%를 아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자료=한화투자증권)
빅히트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빅히트의 올해 상반기 공연 매출(15억원)은 작년 상반기(1315억원)보다 99% 감소했다. 코로나19 여파다.

하지만 올해 전체 매출은 8% 줄며 선방했다. 공연 매출은 이전까지 빅히트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었다. 위버스와 위버스샵 매출이 작년 311억원에서 올해 1127억원으로 늘며 공연 매출 부진을 상쇄했다. 위버스 앱의 월간 순 이용자 수는 작년 말 100만 명 안팎에서 현재 400만 명을 넘어섰다.

빅히트는 BTS 수익 편중 문제를 해결하려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바구니 하나에 계란을 몰아 담지 않도록 아예 다른 바구니를 더 사들이는 전략이다.

빅히트는 상장으로 쓸어 담은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다른 기업 인수에 쓸 계획이다. 최대 5000억원 넘는 돈이 인수 자금으로 풀린다.

빅히트를 공부한 애널리스트들은 상상한다. 이 회사는 네이버, 카카오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빅히트 증권 신고서 392페이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3대 전략을 추구합니다. 첫째, 음악 산업 밸류 체인의 통합과 고도화, 둘째, 스토리텔링 마케팅 전략, 셋째, 플랫폼 확대 전략이 그것입니다.”

빅히트의 상장 준비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빅히트는 처음부터 높은 공모가를 적용받기 위해 음악 사업의 수직 계열화, 스토리텔링 마케팅, 자체 플랫폼 등을 적극 홍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모두 빅히트에 낚인 것일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지식재산권(IP) 활용 전략 (자료=삼성증권)


結(결). 빅히트 주가는 비싸다 . 그러나…

공격과 반격이 끝나고 이제 쩐의 시간이 왔다.

빅히트가 상장하는 코스피의 전체 상장사 평균 순이익 대비 시가총액은 28배(22일 기준)다. 빅히트는 이 배수가 70배를 넘는다.

공모가 최고액을 적용한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4조5692억원이다. 코스피 상위 50위권이다. 현대중공업지주, 이마트, 아모레G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위로 올라선다.

BTS(방탄소년단)이 지난 19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청년의날 기념식에 청년 대표로 참석해 청년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히트 주가(공모가격)는 비싸다. 그러나 주가는 현재의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한다. 가격은 상대적이다. 빅히트의 공모가가 누군가에겐 싸고, 누군가에게 비싸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대기 자금은 어느 때보다 풍부하다. 이달 초 카카오게임즈(293490) 공모주 청약에 사상 최대인 59조원이 몰렸다. 이번엔 빅히트 차례가 될 수 있다.

변수는 있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따상상(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오른 후 2일 연속 상한가 기록) 후 하락세다. 이를 지켜본 뒤라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시들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변수는 팬심이다. 증권가에서는 아미들이 BTS 소장품을 사는 것처럼 빅히트 주식 청약에 나설 수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한다.

빅히트는 24일부터 이틀간 국내·외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수요 예측 조사를 진행한다. 말 많은 공모가가 검증의 무대에 오른다. 빅히트 신주의 최종 공모가격은 수요 예측 결과를 반영해 정한다.

개인 투자자는 다음달 5~6일 청약할 수 있다.

2017년 고평가 논란 속 공모가 15만7000원에 상장한 넷마블은 1년 5개월여 만에 주가가 10만원 밑으로 내려갔다. 넷마블 주가는 공모가 이상으로 회복한 것은 올해 8월 말 들어서다.

넷마블 주가 추이, 단위:원 (자료=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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