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인생영업]사회문제 해결, 기업의 새로운 과제

편집국 기자I 2020.10.22 06:00:00

신동민 주한글로벌기업 대표자협회 회장

코로나 이후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변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대면 비즈니스, 정보통신(IT)기술, 배송시스템, 심지어 교육영역 등 수많은 영역에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도 그에 맞춰 미래의 사업전략을 세운다. 그런데 세부영역의 변화에 집중하다 보면 거대한 외부의 변화에 둔감해질 수 있다. 근본적인 사회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리서치사의 발표를 보면 대한민국 국민의 87%는 기업을 평가할 때 비재무적인 요인을 고려한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기업의 가치는 매출과 순이익 등 재무적인 요인으로 측정되었다. 그러나 국민의 대다수는 기업윤리에 훨씬 더 관심을 보였고, 부패 비리와 같이 사회윤리에 반하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도 이와 같은 성향을 뚜렷이 보이고 있다. 소비자 중 80%는 소비할 때 기업의 사회적 평판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1990년대 기업의 준법경영과 윤리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되자, 기업들은 기업 이윤의 일부를 자선활동이나 기부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기업의 책임을 다했다고 판단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사회적인 요구사항은 점차 확대되었고 단순한 사회 참여활동을 넘어서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사회적인 활동을 기업의 이미지제고나 마케팅 활동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제 소비자는 기업의 단순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서 기업 활동 전반에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한 가치 창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요구의 점진적인 발전이 아니라 소비자의 행태 변화다. 예전에는 수동적으로 공유되는 정보를 통해서 기업의 이미지를 형성해왔다. 현재의 소비자들은 능동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어떤 부정적인 사안 때문에 불매 운동이 일어나면 정보가 수동적으로 도달되는 범위 내에서 파급력을 일으켰다면 현재의 고객들은 정보를 스스로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작년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서도 우리는 이런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소비자들 스스로 캠페인 로고를 디자인하고, 불매 제품을 잘 찾을 수 있도록 앱을 개발해서 공유하고, 해시태그를 통해 확산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젊은 층일수록 고학력층일수록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미래의 소비자의 주역이다.

능동적인 소비자는 본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다. 가수, 배우 등 유명인들을 좋아하고 지지하던 팬덤현상은 제품이나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팬덤그룹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많은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가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꼼꼼히 검토하고 판단한다. 그들은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평가하고 공유한다.

어떤 기업들은 브랜딩과 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좋은 이미지를 얻기도 한다. 예를 들어 독일의 자동차 회사는 ‘클린디젤’이라는 캠페인을 통해서 디젤 엔진 자동차에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클린디젤의 이미지는 한국에서도 디젤 자동차의 확산에 일조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성공은 디젤차량 배출가스 조작의혹으로 신화는 무너지게 되었다. 소비자들은 친환경으로 포장된 조작된 이미지에 분노하고 돌아서게 되었다. 반면에 시장에서 별로 확산을 하지 못하던 전기자동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다시 확산하게 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제품 전략의 성공과 실패로 본다면 위험한 접근이다. 소비자들은 본원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한다. 기업이 사명을 가지고 친환경을 추구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35억명이 연결되어 있는 SNS에 어떻게 공유될지는 메시지의 구성이나 포장이 아닌 기업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그 무엇인가에 달려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엉뚱하게 보이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한다. 대부분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큰 문제들을 해결해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프로젝트가 잘 되었을 때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도 될 수 있다. 구글의 룬(Loon) 프로젝트는 기업의 비지니스와 사회적인 문제를 어떻게 연결하는가를 잘 볼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을 공기처럼 매일 사용하고 있지만, 지구의 절반은 아직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지역은 인터넷망을 설치할 경제적 여력도 없고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룬 프로젝트는 간단한 통신 장비를 탑재한 풍선을 띄워 낙후지역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15미터의 대형풍선을 만들어 20km 상공의 성층권까지 띄우면 전 세계 오지 어느 곳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지역간 정보격차를 줄이고 더 나아가 빈부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학교를 갈 수 없는 아이들이 원격교육도 받을 수 있고, 병원이 없는 곳에 원격진료도 가능하다. 최근 케냐에서 상업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고, 계획이 성공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10억명이 추가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창업주인 엘론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는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도 흥미롭다.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 엑스(X)가 추진하는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사업이다. 구글 프로젝트가 풍선을 이용하는 아이디어라면 스타링크 프로젝트는 인공위성을 활용한다. 소형 저궤도 인공위성 1만2000개를 발사해 전 세계를 연결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 서부에 산불이 났을 때 피해지역에서 주민과 진화요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할 정도로 구체적인 진행이 있다. 이런 새로운 서비스들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구상으로 출발해서 결국 미래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모델이다. 과거에 수익의 일정부분을 기부하던 소극적인 활동에서 비즈니스 영역을 사회 문제와 연결해 기업의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다.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는 모든 기업활동을 철저히 환경문제와 연결한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흥망과 달리 이 회사는 지난 50여년동안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이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회사가 추구하는 철학과 지구와 같이 가겠다는 동참의식으로 옷 한 벌을 산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묻고 있다. ‘당신 기업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우리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려면 이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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