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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시스템]"이제는 비메모리"…불붙는 시스템반도체 전쟁

신중섭 기자I 2021.01.21 05:00:00

시스템반도체, 메모리반도체의 2배 이상
연 7.6% 성장해 2025년 374조원 규모 예상
삼성, '시스템 반도체 1위' 내걸고 투자 박차
총수 공백에 대규모 M&A·투자 불확실성 높아져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반도체 산업의 중심축이 D램·낸드플래시 등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오는 2025년 3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두고 글로벌 업체들은 대규모 인수·합병(M&A)과 투자에 나서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005930)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황이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수감으로 위기를 맞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경기도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EUV 전용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시장 2025년엔 ‘374조’ 예상

20일 글로벌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 시장(4284억 달러)에서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56.5%로 26.3%를 차지하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2배를 웃돈다. 광개별소자(17.2%)까지 포함하면 전체 시장의 약 70%가 비메모리 반도체다.

시스템반도체는 정보 저장 용도로 쓰이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연산·추론 등 ‘두뇌’ 역할을 한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차랑용 반도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트랜지스터, 이미지센서(CIS) 등에 해당하는 광개별 소자와 함께 ‘비메모리 반도체’로 불린다. 한국에선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가 통상적인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미래 전망도 밝다. 시스템반도체는 서버·모바일·PC에 한정돼 있는 메모리와 달리 자동차·가전까지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고해상도 이미지센서·5세대 이동통신(5G) 칩·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이 시장을 이끌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시스템반도체산업 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7.6% 성장해 2025년엔 3389억달러(약 37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미국이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모바일 AP에서는 퀄컴이, 컴퓨터 CPU 시장에선 인텔·AMD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밖에 자동차 반도체 분야에선 네덜란드의 NXP가, AI반도체는 엔비디아·구글·인텔 등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 점유율 3%대 …삼성 ‘비전 2030’ 걸고 1위 추격

2019년 기준 전체 반도체 시장의 21%를 차지하는 한국의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10년째 3%대에 불과하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종합반도체기업 삼성전자와 다수의 중소 팹리스로 구성되며, 대기업 제외시 시스템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 시스템반도체 1위에 오르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직접 진두지휘해 왔다. 연구개발(R&D)에 73조원을, 생산시설 확충에 6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AP 신제품인 ‘엑시노스 2100’과 최첨단 고감도 촬영 기술이 탑재된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M3’을 잇따라 발표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년 출시될 예정인 ‘엑시노스 2200’에는 미국 AMD의 설계 기술을 적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 AP 선두 자리를 넘보겠다는 목표다. 갤럭시S21을 통해 선보인 ‘아이소셀 HM3’ 등에도 삼성의 기술력을 집약, 이미지 센서 시장 1위인 소니도 맹추격하고 있다.

총수 공백으로 M&A·투자 등 사업 시계 불확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미래기술 주도권을 잡는 것이 핵심인 만큼 대규모 M&A와 투자도 활발하다. 특히 올해는 ‘슈퍼 사이클(초호황)’이 예상되는 만큼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대규모 M&A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을 인수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000660)도 지난 2019년 일본에서 차세대 이미지센서 연구개발 센터를 열고 소니 출신 연구소장을 영입하는 등 등 입지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삼성도 차량용 반도체 NXP 인수설이 나오는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과 M&A를 시도할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총수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와 M&A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면서 사업 진행에 큰 차질은 빚지 않을 전망이지만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의사 결정에는 차질이 예상돼서다.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굵직한 M&A를 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위탁 생산인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격차가 예상된다. 파운드리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올해 약 31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설비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도 이에 못지 않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변수를 맞게 됐다.

안기현 한국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5G 확산과 자율주행, 전기차의 보급 확대로 전망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를 위해선 파운드리 시장 석권과 시스템반도체 제품 다양성 확보가 중요한데, 삼성전자는 오너 간의 협상,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 결정과 M&A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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