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자의 비사이드IT]"그거 얼마나 한다고"…삼성·애플은 충전기 왜 빼나

장영은 기자I 2020.07.11 09:30:00

애플, 아이폰12부터 충전기·이어폰 빼고 판매 예상
삼성도 내년부터 패키지서 충전기 빼는 방은 검토
비용절감·패키지간소화·추가수익 등 기대

때로는 미발표곡이나 보너스 영상이 더 흥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말기와 IT업계를 취재하면서 알게 된 ‘B-Side’ 스토리와 전문가는 아니지만 옆에서(Beside) 지켜본 IT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합니다. 취재활동 중 얻은 비하인드 스토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알아두면 쓸모 있는 ‘꿀팁’, 사용기에 다 담지 못한 신제품 정보 등 기사에는 다 못 담은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삼성전자 25W 고속 충전기. (사진= 삼성닷컴)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최근 애플은 물론이고 삼성전자까지 스마트폰 신제품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적잖은 파장이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반응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거 얼마나 한다고…’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출고가 기준 10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에서 충전기 하나 빼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안 주겠다는 걸까요.

그래서 한 번 알아봤습니다. 정말 앞으로는 충전기는 같이 안 줄 예정인지, 스마트폰 충전기는 얼마나 하는지, 그리고 왜 일류 대기업들이 별것도 아닌 충전기 하나 뺀다고 고심하는지 말입니다.

(사진= 콘셉트아이폰 트위터)


애플은 아이폰12부터, 삼성도 내년부턴 충전기 안 준다?

우선 업계에서는 애플이 올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2’(가칭)부터 충전기를 신제품 패키지에서 뺄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습니다. 이 소식이 신제품 관련 상당히 높은 적중률을 자랑하는 애플 제품 전문가로부터 나왔기 때문인데요.

밍치궈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아이폰12에서 전원 어댑터를 별도로 판매하고, 20와트(W)짜리 고속충전 어댑터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기존의 5W와 18W 전원 어댑터는 단종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애플은 유선 이어폰(이어팟)도 기본 제공품에서 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달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충전기에 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아이폰으로 바꾸고 난 후 기존 아이폰 충전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묻는 내용이었지요.

최근 유출된 아이폰 신제품 관련 랜더링(가상) 이미지 중 박스 내부 디자인에는 충전기와 이어팟 자리가 없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해당 이미지에는 USB-C타입 케이블을 놓을 수 있는 둥근 영역(사진 오른쪽)과 설명서를 넣는 얇은 사각 형태의 공간만 있습니다.

다수 전문가들은 아이폰12부터 바로 적용이 안 될 가능성은 있지만, 결국 애플이 스마트폰을 제외한 모든 액세서리를 따로 판매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외신과 부품업계에서는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일부 모델의 패키지에서 충전기를 제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다음달 출시되는 ‘갤럭시노트20’ 시리즈까지는 이전과 같이 충전기가 기본적으로 제공되지만, 내년 상반기 선보일 ‘갤럭시S20’ 후속작은 충전기 없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삼성이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관련 부품사들과 충전기를 제외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 스마트폰 신제품 패키지에 포함돼 있는 정품 충전기와 이어팟.(사진= 애플 홈페이지)


제조사들이 충전기 빼려는 세 가지 이유

그렇다면 삼성과 애플은 왜 소비자들의 반발을 무릅쓰면서 이전까지 공짜로 주던 정품 충전기를 빼려고 하는 걸까요. 이유는 △원가절감 △환경보호 △추가 수익 기대 세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원가 절감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충전기 자체의 가격은 당연히 그리 비싸지 않습니다. 아쉽게도 정확한 가격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2~3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본다면 미미하지만 전체적으로 계산해보면 조금 다릅니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억대 애플이 2억대 가량의 스마트폰을 팔았습니다. 충전기 원가를 2달러 정도라고만 봐도 연간 각각 6억달러(약 7200억원)와 4억달러(약 4800억원)을 아낄 수 있는 셈입니다. 소소하지만 패키지가 간소화됨으로 인해 해당 부자재 비용과 보관·운송 등에 드는 비용도 줄어들게 됩니다.

멀티 카메라, 5G 상용화 등으로 스마트폰 관련 부품의 단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해 가격을 조금이라도 낮추는 게 향후 판매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환경 보호 차원입니다. 제조사들은 이 점을 가장 강조할 것으로 보입니다. 충전기가 소모품이긴 하지만, 사용 중에 고장이 나서 새로 사거나 무선충전기 등을 별도로 구입하는 등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미 여러 개의 충전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새 스마트폰을 살 때마다 꼬박꼬박 새로 생기는 충전기는 결국 쓰레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품 패키징이 커지면서 박스와 비닐 등의 폐기물도 추가로 발생하게 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10’을 출시하면서 에코 패키징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패키징 전체에서 비닐을 없애고 포장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실천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는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조사가 충전기를 패키지에 포함시키는 원가에 비해 소비자가 따로 사는 가격은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각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정품 충전기 가격을 확인해봤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S20 패키지에 포함된 25와트(W) 고속 충전기의 가격이 3만1000원, 최대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45W짜리는 3만 8000입니다. 애플은 아이폰11 패키지에 들어 있는 5W 짜리 충전기가 2만5000원, 프로 이상 모델에 포함된 18W짜리 고속 충전기는 3만 9000원입니다. 라이트닝 커넥터 이어팟은 3만 5000원이고요.

결국 제조사가 이들 제품을 매입하는 가격은 같을 테니, 필요한 소비자들이 이를 별도로 구매한다면 유통 비용 등을 감안해도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겠지요.

삼성전자는 환경보호에 동참하기 위해 패키지를 점차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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