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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질 수 없는 관계? 고양이와 아기가 만난다면[하이, 육아]

송승현 기자I 2024.02.12 10:58:34

⑭반려묘 가정에서 아이와 공존시키기…애로사항은 무엇
임신 중 톡소플라즈마 조심…알레르기 없다면 털 괜찮아
산후조리원서 체취 묻은 손수건 곳곳 배치…공존 성공적
서로 관심 없는 관계…최근엔 아빠 쟁탈전 벌이기도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나는 반려동물에 대한 욕구가 컸다. 어렸을 적 부모님에게 뭔가를 갖고 싶다고 조른 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랬던 내가 울고불고 매달렸던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피아노 학원을 보내달라는 것과 강아지를 키우고 싶단 거였다. 특히 강아지 입양과 관련해서는 3번 정도 졸랐으나, 끝내 아버진 들어주시지 않았다. 자연스레 버킷리스트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이 추가됐다. 결국 결혼하고 내 집을 마련한 뒤 바로 파양 위기였던 고양이(치치)를 입양해 꿈을 이뤘다.

고양이를 입양하고 나자 주위 어른들의 걱정이 시작됐다. 아이 낳으면 털 날림 등 문제가 심할 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는 것이 주된 걱정거리다. 고양이를 입양하고 2년 3개월 뒤 아이가 태어났고, 140일이 지났으나 어른들의 걱정과 달리 아무런 문제 없이 잘 크고 있다. 물론 아이와 고양이를 함께 키우며 다양한 일을 겪고 있긴 하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예비 엄마아빠들을 위해 아이와 고양이의 일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아이 근처에 잘 오지 않았던 고양이는 요즘엔 ‘자신을 봐달라’며 ‘아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송승현 기자)
“선생님 고양이 털 괜찮죠?”…신생아, 고양이, 공존, 성공적!

아내가 임신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고양이와의 공존이었다. 우린 총 세 군데 산부인과를 다녔는데 그때마다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에게 ‘고양이와 같이 키워도 되나요’란 질문을 했다. 결론은 가능하다였다. 다만 임산부는 임신 중 고양이에게 감염될 수 있는 ‘톡소플라즈마’ 감염을 주의해야 하고, 신생아가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없다면 괜찮다는 것이었다. 알레르기만 없다면 고양이 털 자체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먼저 톡소플라즈마는 고양이의 배설물을 통해 감염이 이뤄지는데, 임신 중 감염이 되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집고양이의 경우에는 가능성은 낮다고는 하나 아내 임신 후부터 고양이 배설물 청소는 내 몫이 됐다.(물론 지금까지도...) 고양이 털 알레르기는 출산하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는데, 다행히 우리 아인 현재까지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음 관문은 아이와 고양이의 공존. 종종 고양이가 산후조리원 퇴소 후 집에 온 아이의 낯선 냄새에 하악질을 하거나, 공격한단 이야기를 접했기 때문이다. 공존을 위해 가장 먼저 한 건 집안 곳곳에 아이 냄새를 묻히는 거였다. 이를 위해 조리원에서 먼저 나와 아이의 체취가 묻은 손수건을 집안 곳곳에 비치해 놓았다. 그 노력이 성과가 있었던 탓일까. 조리원 퇴소 후 집에 온 아이에게 우리 고양이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공존은 성공적이었다.

다만 둘의 사이는 서로 ‘외면’하는 상태이다. 아이도 고양이에게, 고양이도 아이에게 관심이 없다. 특히 아이가 울면 고양이는 울음소리가 싫은지 자리를 피하고, 우리가 친해지라고 아이를 가까이 가져가도 자리를 피한다. 그나마 최근 아이가 고양이에게 관심이 생겼는지 뚫어지게 쳐다보는 경우가 늘긴 했지만 길진 않다.

언젠가부터 우리집 고양이는 아이 용품인 역류방지쿠션, 수유의자 등을 자신의 잠자리로 삼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게 우리집만의 풍경은 아닌가 보다. 대부분 반려묘 가정에서 이런 모습이 나타난다고 한다. (사진=송승현 기자)
애 보면 고양이가 울고, 고양이 보면 애가 울고…“그래도 행복”

둘의 공존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음에도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둘과 함께 한 약 140일을 지내본 결과 사실상 아이 2명을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

먼저 우리집 고양이는 의존적이다. 파양을 2번이나 당한 탓일까. 특히 먹여주고, 똥 치워주고, 놀아주고를 전담하고 있는 나에게 유독 집착한다. 내가 집에서 돌아다니면 꼭 따라다닌다. 밥도 나 또는 아내를 그릇 쪽으로 유도한 뒤 그제야 먹는다. 하지만 아이가 집에 온 뒤로 당연하게 우리의 모든 시선은 아이에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레 고양이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적어졌다.

문제는 아이가 잠든 늦은 저녁이나 새벽 시간이다. 고양이는 우리가 낮에 육아에 지쳐 놀아주지 않으니 내리 자다가 늦은 저녁과 새벽에 일어나 우리의 관심을 유도한다. 대표적인 게 물건 떨어뜨리기이다. 오만 걸 다 떨어뜨리는데 힘들게 재운 아이가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깰 때도 많았다. 그때에 분노와 허망함, 좌절감은 상당하다. 고양이와 놀아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때가 되면 나도 아내도 이미 녹초가 된 상태라 어렵다. 다행히 50일이 지나 육아가 몸에 익숙해지고, 94일 이후 분리 및 수면교육이 성공하면서 이 문제는 다소 해소가 된 상황이다.

산 넘어 산이라고 육아 중에는 거리를 뒀던 고양이가 이젠 익숙해졌는지 육아 중에도 나에게 관심을 갈구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보고 있으면 내 팔과 다리를 살짝 문다. 쉽게 말해 ‘나랑도 좀 놀아달란’ 거다. 어려운 점은 145일이 된 아이는 이제 ‘심심하다’란 감정을 알았는지 놀아주지 않으면 운다. 아이를 놀아주면 고양이가 물거나 야옹거리며 울고, 고양이를 놀아주면 아이가 운다. 낮에는 고양이를 간식으로 달래가며 육아와 육묘를 병행하고, 아내가 퇴근하고 난 뒤 고양이를 놀아주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육아가 어려워진 건 어쩔 수 없다.

마지막으로 털 날림으로 집안일의 강도가 높아졌다. 집안 곳곳을 자주 청소해야 하고, 아기 매트 관리도 수시로 해줘야 한다. 다만 이런 어려운 점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는 사랑스럽고, 귀엽고, 힐링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모든 힘든 점을 상쇄하고, 무엇보다 이미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이다. 앞으로도 아이와 고양이가 사고 없이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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