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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 엇갈린 해법‥금감원 독립이냐 이중통제냐

이승현 기자I 2020.10.27 06:00:00

윤석헌, 감독체계개편 주장하며 예산독립 주장
홍남기, '더 엄격한 통제' 공공기관 지정 꺼내들어
금융위, '통제권 상실' 반갑지 않아
사모펀드 사태 책임론 와중에 독립 추진 '역풍' 우려도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금융감독원을 두고 독립하자는 목소리와 통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위원회 통제에서 벗어나는 ‘금감원의 독립’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 감독부실과 관련해 금감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문제 매년 거론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검토 의사를 밝혔다. 홍 부총리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4가지 조건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이번에 라임사태까지 감안해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발언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같은 날 정무위 국감에서 금융위 통제를 받지 않는 자체 예산안을 만들겠다고 한 시점에서 나와 주목된다.

현행 금융감독체계는 금융위가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정책을 수립하고, 금감원은 감독 집행을 맡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효율적 감독업무를 위해선 감독정책 수립과 집행 권한이 모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다른 문제다. 본래 금감원은 지난 2007년 기타 공공기관에 지정됐지만 감독업무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차원에서 2년 뒤인 2009년 해제됐다.

그러다 지난 2017년 감사원이 금감원 방만경영과 채용비리 등을 지적한 후 공공기관 지정문제는 매년 거론되고 있다. 2017년 국감에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에 재지정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 2018년 1월 △채용비리 근절대책 마련 △공공기관 수준으로 경영공시 강화 △금융위를 통한 경영평가 △감사원 지적사항 수용 등을 4가지 조건을 내걸며 공공기관 지정을 유예했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19년 1월 금감원이 제출한 ‘향후 5년 내 3급 이상 비중 전체 35%로 감축’ 방안을 수용해 지금까지 조건부 지정유예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여기에 금감원 라임사태 부실감독 등 문제도 감안해 재평가를 언급한 것이다. 기재부는 3개월 후인 내년 1월 공운위를 열어 지정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금융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된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금융위 산하기관으로 금융위에서 예산과 인력 등의 통제를 받는다. 만약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관리체제에 들어가 더욱 엄격한 예산과 인력 통제를 받는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금융위도, 공공기관 지정 ‘반대’ 전력


금감원의 독립 주장에 금융위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감원은 공공기관 지정은 실익이 없는 중복규제라는 입장이다. 은성수 위원장도 지난 23일 국감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재부 통제를 받으면 마음에 들겠나”라며 발끈했다. 금감원은 오히려 사모펀드 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더 적극적인 감독기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금감원의 독립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건이 터져 금감원의 감독 책임론이 제기될 때마다 공공기관 재지정 문제가 논의됐다. 그럼에도 아직 지정되지 않은 건 역설적으로 금융위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위는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지난해 1월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논의할 때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감독기관으로서 특수성이 있고 금융위와 국회가 감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속내도 있다. 금감원에 대한 전반적인 통제권을 계속 갖고 싶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로선 금감원 독립이든 공공기관 지정이든 모두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원장이 말한 금감원 독립안이 힘을 얻을 지도 미지수다.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위원장은 지난 7월 윤창현 의원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감독체계만큼은 최소한 독립해 독자적인 감독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유동수 의원 등이 금융감독기능 통폐합을 주장한다. 반면 여당 내에서도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금감원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어 섣불리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이 언급한 독립방안에 대해 “이제부터 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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