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김치·와인 강매` 이호진 前태광 회장 항고 포기…불기소 확정

조용석 기자I 2021.09.28 08:01:32

‘고발인’ 공정위, 檢 불기소 처분 불복절차 포기
검찰 판단 존중한 듯…기획경영실장만 불구속 기소
시민단체 반발 예상…태광, 과징금 불복소송도 진행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치·와인 계열사 강매` 혐의로 고발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수용했다. 고발인인 공정위가 항고를 포기하면서 이 전 회장의 불기소 역시 확정됐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사진 = 뉴시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달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고진원)의 이 회장 불기소 결정 이후 항고장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인 항고는 검찰 처분 후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하며, 기간이 지난 후에는 항고장을 제출해도 기각된다.

앞서 2019년 6월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와인·김치를 계열사에 대량으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총수일가에 일감을 몰아줬다고 판단,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과 김기유 전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개인 고발했다. 또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도 법인 고발하고 21억 88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이 총수(동일인)인 이 전 회장의 지시·관여 아래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휘슬링락CC(티시스)로부터 19개 계열사가 95억5000만원 어치의 김치를 고가에 구매토록 하고, 역시 총수일가 100% 소유인 메르뱅으로부터 계열사들이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와인 약 46억원 어치를 대량 구매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고발 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지난달 18일 김 전 경영기획실장에 대해서는 공정위와 동일하게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불구속 기소했으나, 이 전 회장에 대해서는 다르게 판단했다. 이 전 회장은 사건 거래로 인한 재무상황 등을 보고 받거나 지시·관여 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16개 계열사에 대해서도 가담경위 및 상당액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하고, 흡수합병으로 소멸한 3개 계열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

공정위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을 수용한 것은 검찰이 법리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쳤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정위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뒤 약 2년간 수사했으며, 지난 4월에는 이 전 회장이 수감된 충주구치소에 검사를 보내 조사한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번 사건과 별도로 수 백억원대 횡령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이며 오는 10월 만기 출소한다.

하지만 공정위의 항고 포기 결정을 두고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이 전 회장의 불기소 처분 직후인 지난달 20일 성명을 통해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하며 공정위가 즉각 항고할 것으로 촉구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금융정의연대 등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대검찰청 앞에서 재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유일하게 기소된 김 전 기획경영실장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7일 첫 공판을 앞두고 있다. 또 이 회장과 태광그룹 측은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서도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서울고법에서 사건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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