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줌' 배우는 60대 선비들

안승찬 기자I 2020.09.08 06:00:00

김병일 도산서원 원장,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

수그러들던 코로나가 지난달 중순께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도권 유치원과 학교들은 고3을 제외하고 아동과 학생들을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
다. 방역당국에서도 연대하는 방법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이며 사람간 거리를 두는 것’이라며 실외 경기장의 관중 입장을 다시 금지하고 각종 모임과 업소의 영업 제한을 강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대면활동이 한층 더 조여지고 있다.

지난 봄 경험한 바가 있어 이번에도 겉보기에는 큰 혼란 없이 대처를 하는 듯하다. 그렇지만 사회생활 속에서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얻는 마음의 안식과 상호 이해 그리고 유대감 등은 비대면 사회에서는 그전처럼 느끼기가 어렵다. 이것이 쌓이면 지식습득과 업무처리, 인간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한 일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다 하여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비대면(Untact)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외부와 연결하는 온택트(Ontact) 소통이다.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여러 명이 동시에 모여 마음껏 대화를 할 수도 있다. 특히 학교에서는 교사가 이를 통해 학생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면서 면대면 수업의 효과를 이미 일정 부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잘만 활용하면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소통의 부재나 인성 함양의 부족함도 채울 수 있을 듯하다.


필자가 있는 안동의 도산선비문화수련원에서도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도위원들에게 줌(Zoom) 방식을 익히는 직무연수를 지난달 실시하였다. 앞으로 비대면 수련 요청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여 온택트 러닝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물론 처음에는 곡절이 많았다. 대부분 교장 선생님으로 퇴직한 60대 중후반 지도위원들이 디지털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수련 진행 방식을 익힌다는 것은 여간 힘들고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숙달하기 위해서 160명이 한자리에 모여 연수를 한다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사회적 거리도 확보할 겸 세 차례로 나누어 실시하고, ‘이 나이에 배운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현재 교육현장에서 이 방식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 명의 후배 교사를 강사로 초빙했다.

그런데 연수 결과는 이런 염려들이 기우였음을 보여줬다. 밤 9시까지 3시간 예정된 연수가 자발적으로 10시까지 진행되었다. 컴퓨터 능력이 한계가 있는 분들이지만 이 기회에 관련 소양을 확실하게 익혀야겠다는 의지들이 읽혔다. 그렇게 높은 집중력을 보인 결과, 연수 후 얼굴에는 하나같이 ‘해냈다’는 자긍심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연세가 있는 분들이었기에 더욱더 뿌듯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듯했다. 인성 함양을 위해 봉사하는 60대 어르신들에게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음이 분명했다. 여기에 힘입어 연수가 끝난 후에도 잊지 않고 온전히 적응하여 익히기 위해 2차, 3차의 복습 기회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교육현장에서의 자신감과 안정감이 더 생겼다는 반응들이다.

연수를 발의하고 성과가 있기를 소망한 필자도 여러가지 소회가 스쳤다. 시대의 대세에 뒤처지거나 주저앉아서는 절대로 안 되겠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을 뿐 아니라, 구성원들과 진지하게 터놓고 협의하여 결정한다면 나이나 미숙함은 결코 극복 못 할 장애가 아니라는 사실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다지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때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사람들이 겪는 우울감이나 고독감의 해소는 더욱 큰 이슈가 될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가 수그러들더라도 비대면 사회는 이제 새로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는 모두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60대 어르신들의 연수사례는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이런 경험들이 널리 공유되어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거나, 적어도 뒤처지지 않으면 참으로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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