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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당대로1]빨간색은 ‘선거법 위반’, 파란색은 ‘OK’

박태진 기자I 2021.10.16 11:00:00

국민의힘, 현수막 문구에 선관위 ‘불가’ 통보
‘진짜 몸통은 설계한 이다’…이재명 떠올려
野 “선관위, 색감·색상 조예 깊어…기적의 논리”
보궐선거 이어 대선정국도 잦은 실랑이 예상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이번 주 정가에서는 때아닌 현수막 문구 논쟁이 벌어졌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 현수막 시안을 만들었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며 사용 불가를 통보한 것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사진=국민의힘 홍보국
국민의힘은 최근 중앙선관위에 ‘진짜 몸통은 설계한 이다!’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 시안을 보내고 사용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물었다. 이 문구의 ‘이’ 글자만 빨간색이고 나머지 글자는 파란색이다.

그러자 선관위는 지난 13일 “특정 문자를 부각시켜 특정 입후보 예정자를 반대하는 것으로 일반인들이 인식할 수 있어 ‘공직선거법 90조’에 따라 제한된다”고 통보했다.

공직선거법 90조에는 선거 180일 전부터 후보자의 이름을 유추할 수 있는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즉, ‘진짜 몸통은 설계한 이다!’란 현수막 문구의 ‘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이 후보를 대장동 의혹의 ‘설계자’로 지목하고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대장동 부패 게이트 특검 거부하는 이가 범인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은 사용해도 괜찮다고 밝혔다.

이 피켓에서 ‘특검’ 글자는 빨간색이고, ‘거부’, ‘이’, ‘범인’ 글자는 파란색이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특정 문자만 부각시킨 것으로 보기 어려워 정치적 현안에 대한 의견 표명으로 제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민의힘 홍보국은 보도자료를 내고 “선관위가 색감과 색상, 채도에 이리도 조예가 깊은 줄 미처 몰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어 “차라리 ‘특검을 거부하는 이’는 불특정 다수여서 특정 후보와 연관 짓기 어려우나 ‘설계한 이’의 경우 바로 특정 후보를 유추할 수 있다는 설명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라며 “오로지 색상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선관위의 오락가락 잣대와 해석을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임승호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색안경을 쓴 선관위의 ‘기적의 논리’에 우려를 표한다”며 “중앙선관위의 이해할 수 없는 ‘기적의 논리’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혹시 선관위 스스로가 색안경을 끼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빨간색 글자를 보면 특정 후보가 떠오를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쏘아붙였다.

선관위는 최근 선거 때마다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반복하며 중립성 시비를 일으켜 왔으며,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는 게 임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선관위는 오세훈 시장이 공고된 신고액보다 세금을 더 냈음에도, 마치 누락한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는 공고문을 선거 당일 모든 투표소에 붙였다”고 했다.

또 “같은 선거에서 ‘위선·무능·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며 단어 사용을 불허해, 민주당이 위선적이고 무능한 내로남불 정당이라는 것을 선관위가 인증해주는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현수막 문구 사태를 놓고 볼때 선관위와 국민의힘의 실랑이는 보궐선거에 이어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쉽게 잦아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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