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게임스톱 급등에도 관련 ETF는 쪼그라든 이유

이슬기 기자I 2021.02.03 05:30:00

게임스톱 주가 급등에도 관련 ETF AUM은 76%↓
ETF를 현물 꾸러미로 바꿨을 가능성 제기돼
공매도용으로 빌려줬거나 게임스톱만 매도했을 수도
변동성 확대 꺼리는 투자자가 단순 환매했을 가능성도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게임스톱(게임스탑·GME)의 주가가 최근 급등했지만 게임스톱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만큼은 유독 커다란 규모의 자금이 빠지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게임스톱의 주가가 오르면 ETF도 오르기 마련인데 말이죠. 단순한 시세차익 때문일까요? 월가에서는 시세차익이 아닌 다양한 이유가 이러한 자산유출을 만들어냈다고 말합니다.
최근 6개월 간 SPDR S&P Retail ETF(XRT)의 운용자산(AUM) 추세. 1월 말 급격히 쪼그라든 것을 볼 수 있다(사진=와이차트)
2일 와이차트(Ychart)에 따르면 SPDR S&P Retail ETF(XRT)의 운용자산(AUM)은 지난달 27일 7억 4399만달러에서 28일 2억 1307만달러, 29일엔 1억 7557만달러로 급격히 쪼그라들었습니다. 27일에서 29일 총 이틀 동안에만 AUM이 76.4%나 쪼그라 든 셈이죠. 지난해 말부터 이 ETF의 AUM이 6억~7억달러 수준에서 움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운용자산이 급격하게 감소한 것입니다.

의외인 점인 해당 기간 동안 이 ETF의 성과가 나쁘진 않았다는 겁니다. 이 ETF는 중고명품사이트 리얼리얼(The RealReal), 의류업체 게스(Guess?), 게임스톱 등 미국의 소매유통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입니다. 이런 소매유통 기업의 비중을 공평하게 1~2%씩 담고 있죠. 그런데 게임스톱이 최근 급등하자 이 ETF의 수익률도 올랐습니다. 1월 한 달 동안에만 XRT ETF의 수익률은 36.83% 올랐죠. 1% 중반대에 머물렀던 게임스톱의 비중은 19.34%까지 올라온 상황입니다.

물론 ETF의 성과가 좋으면 차익실현 매물도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차익실현 매물이라고 보기에는 운용자산이 지나치게 큰 규모로 쪼그라들었다는 점에서 증권가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요?

우선 ETF를 현물 주식 꾸러미로 바꾸려는 수요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ETF를 보유하는 기관은 ETF 운용사에 ETF를 현물 주식 꾸러미로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ETF를 현물 주식으로 바꿔 게임스톱 주식만 팔았다는 가정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하면 게임스톱의 급등락으로부터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지킬 수 있으니까요. 또 한 가지 제기되는 추측은, ETF를 현물로 바꾼 뒤 게임스톱 주식만 공매도 기관에게 다시 팔았을 가능성입니다. 금융분석업체 S3파트너스의 자료에 따르면 게임스톱 주식을 빌리는 데에 드는 돈은 29일 하루에만 거의 50% 올랐고, 해당 주에는 총 200%나 올랐다고 합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제임스 시파트와 에릭 밸추내스는 “게임스톱의 주식 대여 금리가 급등하는 것은 공매도 헤지펀드의 높은 수요를 의미한다”며 “(ETF를) 현물로 환매한 것은 투자자들이 부족한 게임스톱 주식을 손에 넣으려는 시도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으론 게임스톱에 대한 높은 변동성을 꺼리는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ETF 투자자는 보통 시장 상승률의 평균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어 위험성향이 높지 않습니다. 그런데 게임스톱으로 ETF의 변동성이 커지게 생겼으니 그냥 ETF를 환매했다는 겁니다.

매튜 바르톨리니 스테이트스트리트SPDR 미국 리서치 팀장은 “이 ETF에 투자한 사람들은 위험회피형 투자자로 경기 반등에 베팅했을 개연성이 있다”라며 “이번 주가 급등으로 원래의 투자 목적이 왜곡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