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영조가 호랑이 사냥꾼을 장군으로 승진시킨 이유

김정민 기자I 2020.09.14 06:00:00

황서종 인사혁신처장

조선시대 왕의 동정과 사건을 기록한 ‘승정원일기’ 영조 22년대에는 흥미로운 얘기가 하나 실려 있다. 당시에는 호랑이로 인한 인명피해가 잦았는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조정에서 고민이 많았다. 이에 영조는 호랑이를 잡은 관리의 품계(조선시대의 계급체계로 총 18품계가 있음)를 올려주는 우대 정책을 도입했다. 여섯 마리의 호랑이를 잡은 ‘전후장(全厚章, 1705~1772)’이라는 관리는 ‘산행장’(목장 말단 관리)에서 ‘절충장군’(정 3품, 18품계 중 5번째)을 거쳐 ‘가선대부’(종 2품)로 고속승진 했다. 관리의 본분에 따라 목숨을 내걸고 백성 안전을 지켜낸 데 대해 국가가 파격 보상으로 답을 한 셈이다. 전후장의 사례는 조선 팔도로 널리 알려져 호랑이를 잡은 공으로 승진한 산행장들의 숫자가 여덟에 이르렀다.

예나 지금이나 공정한 평가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조직이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동안 구호에만 그쳤던 적극행정의 개념을 명문화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8월 ‘적극행정 운영규정’을 제정한 것은 그러한 원칙을 확고히 세우기 위함이다. 적어도 감사나 징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극행정을 망설이지는 않도록 적극행정 공무원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마련됐다. 적극행정으로 성과를 창출한 공무원에게는 특별승진과 같은 파격적 보상을 반드시 부여하도록 해 적극행정은 확실히 보상받는다는 인식도 심어줬다. 반면 소극적인 행정으로 국민에게 불편을 주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공직사회에 복지부동, 무사안일과 같은 행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했다.


공무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대해 상을 준다고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소극행정은 국민에게 호랑이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칠 수 있다. 수십 년 간 바뀌지 않던 공직사회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불확실성과 공포를 무릅쓰고 위험한 바다에 먼저 뛰어들어 사냥하는 ‘퍼스트 펭귄’을 보고 다른 펭귄들도 스스럼 없이 바다에 뛰어든다. 다른 사람들이 망설이기만 할 때 과감히 용기를 내어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한 ‘퍼스트 공무원’에게 확실한 보상이 주어지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공직사회 전체 참여 동기가 높아질 수 있다. 올해부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의 선발규모를 대폭 늘리고, 선발된 공무원 절반이상에게 특별승진이나 특별승급과 같이 공무원들이 가장 원하는 최고수준의 인사상 우대를 반드시 부여하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파격적 보상의 효과는 구체적 사례와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한 경찰관은 코로나19로 접촉식 음주 단속이 어려워지자 비접촉 음주감지기를 개발했다. 독도 전체의 자연지형을 3D 데이터로 최초로 구현한 문화재청 공무원, 불법 조업하는 외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한 장비를 자체 개발한 해경 특공대원도 있었다. 산불 현황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산불진화요원의 위험을 줄인 산림청 공무원도 빠뜨릴 수 없다. 이들은 모두 올해 적극행정 성과를 인정받아 특별승진 했다. 금년 상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발된 사람은 총 490명으로 작년 전체 인원인 294명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규정을 새로 만들었다고 해서 공직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각 기관에서 전후장과 같은 공무원을 적극 발굴하고 파격적으로 보상할 때, 그래서 적극행정은 확실히 보장받는다는 믿음이 공고해 질 때, 비로소 국민들도 변화된 공직사회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제도적 토대를 바탕으로 적극행정이 공직사회에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인사처는 적극행정 공무원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들을 지원하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자 한다. 적극행정이 공직문화 DNA로 완전히 각인돼 ‘적극행정 운영규정’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될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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