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우려되는 이유…"광화문집회 가자" 문자 1천만건 살포

장영락 기자I 2020.09.16 05:54:00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개천절에도 각종 보수단체들이 도심 대규모 집회를 신청한 가운데, 지난달 광복절 집회에서는 사랑제일교회가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문자를 1000만건 넘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방역 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측을 압수수색한 결과 지난달 15일 광화문 집회를 앞두고 126만명을 상대로 1300만건이 넘는 집회 참여 독려 메시지를 보냈다.
사진=뉴시스
경찰은 교회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같은 메시지 전송 명단과 내용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광복절집회 당시 4만3000여명이 현장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하는 가운데 사랑제일교회 측은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자신들이 집회 주체가 아님을 강조하고 집회 참여도 독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보석 조건 위반으로 재수감된 전광훈 목사 역시 집회에 참석해 “저희 교회는 이 자리에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자신도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감염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쏟아지자 “교회가 집회를 주도한 것이 아니다”며 거듭 방역 방해 혐의 등을 부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무색하게 집회 이전부터 교회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집회 참여를 독려한 정황이 발견된 것이다.

경찰이 압수한 자료를 보면 교회는 교회 신도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문자를 발송했다. 교회가 관리한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교인’, ‘보수단체’ 등으로 구분된 폴더들이 있고, 여기에서 발견된 전화번호만 해도 126만명이나 됐다. 이 명단은 태극기 집회 서명 명단, 지방 개척교회 명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교회는 7월 8일부터 이 명단을 대상으로 문자를 보내기 시작해 8월15일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누적 1386만건의 문자를 보냈다. 문자 발송 비용을 1건당 8원으로 계산해도 1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

경찰은 이같은 자료를 토대로 사랑제일교회가 광화문집회 참여를 조직적으로 독려해 집회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극우교회, 보수단체 중심의 집회 주도 정황이 뚜렷해지면서 개천절 집회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집회를 주도할 정도로 보수집회의 조직화 수준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찰이 방역 지침에 따라 당일 10인 이상 집회 신청에 대해 모두 불허 결정을 내렸으나 광복절 사례처럼 행정명령 효력중지 소송을 내는 단체가 나올 수도 있는 점 또한 우려를 키운다.

지난달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집회 하루 전 관련 소송 중 2건에 대해 인용 결정을 내려 합법 집회 길을 열어줘, 집단감염 사태 단초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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