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얌전·남자는 씩씩해야”…서울시, 성차별 언어·행동 바꾼다

김기덕 기자I 2020.11.20 06:00:00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 발표
응답자 31% “선생님 말·행동서 차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여자는 얌전해야 해!”, “남자니까 씩씩하게 뚝!”, “학예회 때 여학생은 발레, 남학생은 태권도 해요.”, “여자애가 머리가 왜 이렇게 짧아?”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아직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말과 행동이다.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학습하는 공간에서도 성차별적인 요소가 여전히 적지않게 남아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20일 세계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어린이가 겪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을 시민의 제안으로 성평등하게 바꾸는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생활 중 성차별이 가장 심한 요소에 대한 응답 비율.(서울시 제공)
이번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에는 총 1053명의 시민이 참여해 총 1406건의 개선안을 제안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서 가장 성차별이 가장 심한 부분은 ‘선생님의 말과 행동’(31.4%)이 꼽혔다. 이어 △교육 프로그램(26.1%) △친구들의 말과 행동(21.8%) △교재·교구·교육내용(19.1%)이 뒤를 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먼저 시민들은 아이가 바닥에 앉아 놀이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주로 하는 ‘아빠다리’를 성별을 지칭하는 용어가 아닌, 다리 모양에 따라 ‘나비다리’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나비 날개 모양을 본뜬 말로 바꾸자는 의견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아이가 바닥에 앉아 놀이를 할 때 주로 하는 ‘아빠 다리’라는 용어를 나비다리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시민제안을 바탕으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제작한 이미지.(서울시 제공)
또한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진급할 때 배정받는 형님반을 여아, 남아 모두 포함할 수 있도록 ‘7세반’, ‘나무반’ 등 성별 구분 없는 언어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의 수업, 놀이, 학예회, 역할극, 체육대회 등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성별 고정관념을 개선하자는 요구도 나왔다. △학예회에서 ‘여아는 발레, 남아는 태권도’를 하는 것 △역할극에서 ‘여아는 토끼, 남아는 사자’ 역할을 맡는 것 △이름표, 실내화와 같은 준비물, 학용품이 ‘여아용은 핑크, 남아용은 파랑’으로 고정된 것 등을 아이들이 원하는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하게 하자는 의견이다.

아울러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졸업식에서 여자는 드레스, 남자는 턱시도를 입거나 생일파티에서 여자는 공주 옷, 남자는 왕자 옷을 입고 오도록 하는 것이 성차별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여자는 긴 머리에 날씬한 몸매, 남자는 짧은 머리에 큰 키 등 차림과 외모를 성별로 구분하는 것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 졸업앨범 촬영 안내문 이미지. 어린이집·유치원 졸업사진에서 여자아이는 드레스와 흰스타킹, 남자 아이는 턱시도를 착용하라고 안내문에 적혀 있다.(서울시 제공)
성격이나 행동을 지칭할때 성차별적인 요소도 상당히 남아 있다. 예를 들어‘여자는 얌전해야지, 남자는 울면 안 돼’ 등과 같이 여성과 남성에 대한 편견을 담은 말, ‘멋진 왕자님, 예쁜 공주님’ 등 성별로 구분하는 수식어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서울시 성평등 어린이사전에 의견을 제안한 1053명 중 여성은 73.6%, 남성은 26.4%를 차지했다. 연령대는 30대(45.2%)가 가장 많이 참여했으며 40대(23.4%), 20대(23.3%)가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 중 자녀가 있는 사람은 전체의 63.2%였다.

백미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어린이들이 가정 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생활에서 아직도 성차별 개선의 과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시민제안을 통해서 아동기부터 성평등한 돌봄과 교육이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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