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바람과 모래가 빚은 예술 속으로 걸어들어가다

강경록 기자I 2020.08.07 05:30:00

충남 태안 신두리해안사구
1만 5천년 동안 바람과 모래가 만든 해안사구
총길이 3.5km, 높이 4.6m에 달해
초종용 등 이름모를 야생화도 지천
두웅습지엔 표범장지뱀, 이끼도룡뇽 등 서식

국내 최대 해안사구인 ‘신두리해안사구’의 데크산책로. 이 해안사구는 1만 5000년 전부터 바닷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자연의 작품이다.


[충남 태안= 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우리네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기나긴 장마에도, 후덥지근한 공기로 가득한 날씨에도 마스크 착용과 손소독제는 필수품이 되었다.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누렸던 문화생활이나 휴가를 이용한 해외여행, 지인들과 모임 등 소소한 일상도 이제 먼 이야기가 되었다. 여름휴가 시즌에 늘 사람들로 넘쳐나던 해수욕장은 텅텅 비었다.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나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길이 없다. 올해는 조금 다른 휴가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번에 소개할 곳은 충남 태안의 신두리 해안사구다. 자연이 빚은 해안사구와 두웅습지를 품고 있는 곳. 코로나19로 지친 여행객들이 거리두기를 하며 걷기 좋은 곳이다.

국내 최대 해안사구인 ‘신두리해안사구’. 이 해안사구는 1만 5000년 전부터 바닷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자연의 작품이다.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 ‘신두리 해안사구’

지도를 보면 서해 쪽으로 ‘툭’ 튀어나온 곳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한 면은 육지와 이어진 반도, 바로 충남 태안이다. 태안 앞바다에는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 있고, 바다를 따라 펼쳐지는 풍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여기에 태안은 바다와 모래, 소나무숲도 즐비하다. 바다를 끼고 구불구불 흐르는 모래밭은 가슴을 뻥 뚫어 주고, 은은한 솔향을 뿜어내는 소나무숲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 바다와 모래, 소나무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길이 나 있다. 이름도 예쁜 태안 해변길과 솔향기길, 태배길 등등. 풍경 좋고 걷기에도 좋은 그런 길이다. 그중에서도 태안 해변길 1코스, 신두리 바닷가는 한 번쯤 들러야 할 곳이다. 모래가 곱고, 물이 맑아 깨끗할 뿐 아니라 경사가 완만한 바닷가라 더운 여름철에도 걷기 부담스럽지가 않기 때문이다.

이 바닷가에는 태안이 꼭꼭 숨겨놓은 보물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대 해안사구로 알려진 신두리 해안사구다. 바닷바람과 모래가 만든 이 해안사구는 1만 5000년 전부터 서서히 만들어졌다. 전체 길이만 3.5km에 달하고, 폭은 1.3km, 최대 높이는 4.6m쯤 되는 모래언덕이다. 기나긴 세월동안 시간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자연은 한눈에도 탄성이 나올 만큼 신비롭고 아름답다.

이곳에 사구가 발달한 것은 북서계절풍, 경사가 완만한 지형,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아서다. 파도에 밀린 모래가 바닷가에 지속해서 쌓이고, 그 모래는 물이 빠지는 썰물 때면 햇볕을 받아 마른다. 물기가 빠진 가벼워진 모래는 바닷바람을 타고 날아가 쌓인다. 이러한 현상이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국내 최대 해안사구인 ‘신두리해안사구’. 이 해안사구는 1만 5000년 전부터 바닷바람과 모래가 만들어낸 자연의 작품이다.


1만 5천년간 바람과 모래가 빚은 예술

해안사구는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켜켜이 쌓인 모습이다. 언뜻 보면 거대한 무덤 같고, 또 자연 방파제 같다. 오랜 세월을 거쳐 쌓인 이 해안사구는 ‘한국의 사막’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이 이색적이 환경때문인지 희귀한 동·식물도 서식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적·생태적 가치를 인정해 지난 2001년 천연기념물 제431호로 지정했다. 2002년에는 생태계 보존 지역으로도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해마다 관광객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해안사구의 훼손을 막고자 나무 데크를 깐 탐방로를 설치했다. 이제는 해안사구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대신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해안사구를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는 30분·60분·120분 코스가 있지만, 마음 닿는 대로 발길 가는 대로 가면 된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모래를 고스란히 드러낸 곳도, 풀로 덮인 곳도 있다. 이름과 모양이 낯선 초종용·통보사리초·좀보사리초 사이에서 탐스럽게 핀 이름모를 야생화와 억새밭이 다가오기도 한다.

모래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깔때기 모양의 파인 자국들도 있다. 이 구멍에는 곤충을 잡아먹는 개미귀신이 숨어 있다. 운이 좋으면 멸종 위기종인 표범장지뱀도 만날 수 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어느덧 바닷가다. 너른 바다가 눈을 시원하게 하고, 바닷바람이 무더위를 식힌다. 바닷가 모래밭은 부드럽고, 폭신한 해안사구와 달리 시멘트처럼 단단하다. 신발이 빠지지 않고, 트랙터가 다녀도 끄떡없을 정도다.

자연의 경이로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안사구에서 걸어서 20분쯤 떨어져 있는 두웅습지에선 자연의 운치가 물씬 난다. 두웅습지는 해안사구의 형성과 관계가 깊다. 바닷가에서 사구에 생길 때 사구 뒤쪽에 물이 고여 생긴 배후습지다. 습지에도 해안사구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인 금개구리·맹꽁이·표범장지뱀과 세계적 희귀 동물인 이끼도롱뇽 등이 살고, 붕어마름과 수련 같은 수생식물이 자란다. 신두리 해안사구와 같은 천연기념물 제431호인 두웅습지는 2002년 습지보호지역과 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2007년에는 람사르 습지로도 등록해 보호하고 있다. 람사르 습지란 람사르협회가 지정·등록해 보호하는 습지다. 우리나라에는 대암산 용늪·창녕 우포늪·서천 갯벌 등 16곳이 있다.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걸어서 20분쯤 떨어진 곳에 있는 ‘두웅습지’


여행메모

△가는길= 태안읍에서 북서 방향으로 603번 지방도를 타고 8㎞쯤 가면 원북면 면소재지가 나오고, 그곳 입구에서 왼편으로 643번 지방도를 타고 1.5㎞가량 들어가면 닷개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다시 왼편 길로 6㎞가량 서쪽으로 들어가면 신두리 해안사구다.

△잠잘곳=충남 태안의 숙소는 안면도에 몰려 있다. 이 일대에는 펜션이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전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은 가경주마을 언덕 위에는 유명한 펜션들도 많다. 지난달에는 아일랜드 리솜이 리뉴얼을 마치고 재개장했다. 태안국립공원 내에서도 천혜의 자원이 잘 보존된 꽃지해수욕장에 자리하고 있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꽃지해변과 할미&할아미비 바위의 낙조는 서해안 3대 낙조로 최고의 바다 전망을 자랑한다.

신두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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