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도 수상하게 여긴 이 씨의 행보
해당 사건은 지난 2014년 발생한 교통사고로 시작된다. 2014년 8월 남편인 이 씨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천안휴게소 부근 갓길에 서 있던 8톤짜리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당시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남편은 큰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수석에 타고 있던 캄보디아 출신 아내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즉사했다. 사망한 아내는 임신 7개월로 만삭에 가까웠다.
이 씨는 졸음운전을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 씨가 고의로 사고를 냈다고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씨가 사고 직전 핸들을 틀어 의도적으로 B씨를 살해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검찰은 사망한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인 ‘디펜히드라민’이 검출됐다는 점, 특히 이 씨가 피보험자가 아내, 보험금 수령인을 본인으로 하는 생명보험에 다수 가입한 점 등을 의심했다.
실제 이 씨는 한화생명 무배당 유니버셜CI 보험, 삼성생명 플래티넘스마트변액유니버셜 보험 등 다수의 보험에 가입했다. 아내가 피보험자인 보험은 11개 보험사의 생명보험 25건이며 보험료는 월 360만원 수준이다. 물론 이씨는 자신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도 59건 보유하고 있었으며, 부친을 피보험자로 한 보험 3건, 큰딸이 피보험자인 보험 15건 등도 있었다.
아내의 사망으로 이 씨가 받게 되는 보험금은 삼성생명 32억200만원, 미래에셋생명 29억6042만원, 한화생명 14억6172만원 등 총 95억8114만원이었으며, 지급 지연이자까지 합하면 약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씨의 행보를 의심스럽게 여긴 지인의 제보도 잇따랐다. 제보자는 사건이 발생한 후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각각 연락해, 보험사기가 의심된다고 알렸다. 사고가 나자마자 서둘러 화장터를 예약하고 장례 기간 중에도 그리 슬퍼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했다. 제보자는 해당건으로 양 협회로부터 신고포상금 1억9300만을 받았다.
보험사 “보험금 지급은 민사소송 결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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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에 따른 보험금 95억원 중 54억원은 일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고 다른 법정 상속인과 나눠 받게 돼 있다”며 “아이를 위한 보험도 많이 가입했던 점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살인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앞선 재판에서도 검찰과 끝없는 공방을 펼친 바 있다. 재판부의 판단도 여러 번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이 씨에게 무죄를, 2심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결국 사건은 2017년 대법원으로 넘어갔으나 대법원이 “범행 동기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해당 사건에 엮여 있는 보험사들은 이 씨의 ‘보험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014년부터 보험금 지급을 미뤄왔다. 이씨가 지난 2016년 몇 곳의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나, 형사재판으로 잠시 중단됐다.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민사소송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재판 결과가 나온 만큼, 앞으로 보험사와 이씨 간의 보험금 지급 여부는 민사 소송을 통해 결론이 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사소송에서는 형사재판에서 유죄로 판단된 졸음운전이 중대한 과실인지, 보험금 부정 취득 목적이 있었는지 등을 다투게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형사에서 무죄가 나왔어도 민사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또한 파기환송심 이후에도 재상고가 가능하고, 민사도 대법원까지 갈 수 있는 만큼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대전고검은 최근 이모 씨 살인·사기 혐의 파기환송심 사건의 대전고법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