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체불액을 보면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에 집중돼 있다. 임금체불액의 70% 가량이 이들 세 업종에 집중돼 있다. 지난 3년간 제조업, 건설업 경기는 매우 좋지 못했다. 제조업 매출 BSI는 2017년 3분기 85, 2018년 1분기 79, 2019년 1분기 75로 최근 3년간 단 한번도 100을 넘지 못했다. 결국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급진적 노동정책을 밀어붙인 것이 임금체불액 증가의 주된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정부가 임금체불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에 체불액이 늘어났다거나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사업주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 조항 때문에 임금체불이 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체불한 사용자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다만 이 죄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와 다르게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소위 반의사불벌죄). 즉 피해자(근로자)가 원치 않으면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이에 사용자가 임금체불을 한다 해도 1심 선고 전까지 피해 근로자와 합의를 하거나 근로자로부터 처벌불원서를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에서는 이 같은 반의사불벌 조항으로 인해 사업주가 임금지급을 미루게 된다며 수년째 임금체불에 있어 반의사불벌 규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실제 반의사불벌제도의 경우 한번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면 이를 번복할 수 없아 합의서, 처벌불원서부터 받고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또 처벌불원의사만 표시되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단 1심 선고 이전까지), 반의사불벌제도가 편법적인 변제기 유예 제도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임금체불에 있어서 반의사불벌 규정이 임금체불 증가의 주된 원인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그 폐지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오히려 이 같은 반의사불벌 규정은 체불임금의 조기청산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반의사불벌 조항은 지난 2005년 7월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반의사불벌 조항은 당시 당시 임금체불의 예방 및 체불임금의 조기청산을 유도하기 위해 체불사업주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되 형사처벌제도는 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체불임금에 대한 연 20% 지연이자 지급제도와 함께 도입됐다. 채찍(연 20% 지연이자)과 당근(형사처벌 면제)을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가급적 빨리 체불임금을 청산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실무상으로도 이 조항 때문에 임금체불 사업주에게 조속히 피해자에게 체불임금을 정산하고 합의서를 받아오라는 이야기가 가능하다. 실제 한 연구 조사결과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의 89.1%가 체불임금 청산에 반의사불벌죄가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얼핏 보면 반의사불벌죄가 임금체불의 주된 원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오히려 체불임금 청산의 기제 내지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반의사불벌죄보다는 법정형에 비해 낮은 선고형(통상 체불임금의 10~15% 벌금)에 있다. 따라서 임금체불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반의사불벌죄 폐지가 아니라 처벌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른다면 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근로자와 합의를 시도하는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다. 결국 철저한 단속과 강력한 수준이 처벌이 전제되는 경우 반의사불벌제도는 오히려 사업주의 체불임금 청산을 앞당기는 도구로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