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록의 미식로드] 짭짤한 게국과 달큼한 호박의 '환상의 만남'

강경록 기자I 2020.08.07 05:00:00

충청도 지역의 서민음식 '게국지'

충남 태안에서는 과거와 달리 속이 꽉찬 꽃게를 넣고 게국지를 끓여낸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충남 태안의 대표 향토음식 중 하나는 ‘게국지’다. 겟국지, 겟꾹지, 깨꾹지 등으로 불렸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겨우내 먹고 남은 게장을 버리기 아까워, 김장김치가 떨어질 때쯤인 이른 봄부터 초여름까지 봄동 겉절이나 얼갈이배추, 열무김치 등을 끓여 남은 게장으로 간을 맞춰 먹던 충청도 지역의 서민 음식이다.

게국지는 본래 게장 국물이나 해산물 국물을 넣은 김치를 뜻한다. 해산물이 풍부한 태안반도에서는 예부터 게장을 담가 먹었다. 그 게장에서 건더기를 건져 먹은 후 남은 국물은 보관해두었다가 갯벌에서 잡은 농게 등을 더 넣어서 게장을 만들었다. 꽃게와 농게 등으로 여러 차례 게장을 담근 국물 속에는 단백질과 무기질이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이 국물은 맛과 영양이 풍부한 게국으로 탄생했다. 게국은 다시 김치를 담글 때 양념으로 이용했다.

태안 지역에서는 이 게국과 호박을 넣고 아무렇게나 버무린 김장김치를 ‘게국지’라 불렀다. 어느 정도 익어 맛이 들면 국처럼 끓여 먹었는데, 게국의 짠맛과 호박의 달큰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태안의 토속음식인 게국지다. 어려웠던 시절 국물 한 방울까지 알뜰히 사용했던 조리법이 게국지 탄생의 일등 공신인 셈이다.


이제는 맛도 맛이지만, 어려운 시절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음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안면도에서 맛보는 게국지는 본래 토속 음식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최근에는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살이 꽉 찬 꽃게를 넣고 끓여낸다. 묵은지 찌개에 살이 꽉 찬 꽃게를 넣고 끓여내는데, 그 모양이 마치 꽃게탕과 흡사하다.

태안 꽃게의 특징은 육질이 단단하고, 속이 꽉 차 특유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영양분도 풍부할 뿐 아니라, 콜레스테롤 저하와 중금속 배출에도 효과적이다. 잘 익은 김장김치의 국물과 꽃게의 달콤한 맛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밥 한 그릇을 어느새 비웠는지 모를 정도로 국물이 진국이다. 배가 불러 수저를 내려놓았다가도 아쉬운 마음에 다시 수저를 국물 속으로 밀어 넣기 일쑤다.

충남 태안에서는 과거와 달리 속이 꽉찬 꽃게를 넣고 게국지를 끓여낸다.
충남 태안에서는 과거와 달리 속이 꽉찬 꽃게를 넣고 게국지를 끓여낸다.
충남 태안에서는 과거와 달리 속이 꽉찬 꽃게를 넣고 게국지를 끓여낸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영상 뉴스

더보기

오늘의 포토

더보기

카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