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 공모가 논란]承. 빅히트 ‘주가 뻥튀기’ 논란의 3대 쟁점

박종오 기자I 2020.09.24 05:00:15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현재 기업공개(IPO) 진행 과정에서 적용되는 관련 법령상 증권 신고서에 적은 내용 외에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X’의 해명이다. X는 누굴까?

주식 투자에 능하고 재무 분석에 익숙한 전문 투자자들은 빅히트를 향해 주장한다. “공모가격이 너무 비싸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빅히트의 강점은 곧 약점이다. 소속 아이돌 그룹인 BTS 매출 의존도가 90% 안팎에 달한다. 투자에 비유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몰아 담았다. BTS 멤버들은 2022년부터 군대에 간다.

빅히트는 올해 6월 만료 예정이었던 BTS 계약 기간을 2024년 말까지 미리 연장했다. 시장에서는 재계약을 하면서 BTS 멤버가 가져가는 수익 배분 비율이 이전보다 높아졌을 것으로 본다. 그러니 빅히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BTS 관련 매출은 앞으로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 정도는 진작부터 알려진 악재다. 전문가들의 공격 포인트는 이보다 전문적이다.

①빅히트의 주가를 정할 때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을 썼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회사 대다수는 자기네 기업 가치와 적정 공모가격을 정하는 데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먼저 비슷한 사업을 하는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회사 순이익의 몇 배인지 따져본다. 그리고 이 배수를 자기네 순이익에 곱해서 상장 후 적정 시가총액과 주가를 계산한다.


이 방법을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값)을 활용한 상대 가치 평가라고 한다. 본지가 직접 전수 조사해 봤다. 올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94%(32개사 중 30개)가 PER로 공모가격을 정했다. 그만큼 가장 대중적인 방법이다.

빅히트는 달랐다.

순이익이 아니라 영업이익(자산의 상각비 포함)을 기준으로 했다. 우선 유사 사업을 하는 상장사의 시가총액(순차입금 포함)이 영업이익의 몇 배인지 구했다. 그리고 이 배수를 빅히트의 영업이익에 곱해서 적정 시가총액과 공모가격을 산출했다.

“사람들이 잘 아는 PER 방식을 쓰면 주가 뻥튀기가 드러날 것 같으니까 특이한 방법을 쓴 것 아니겠습니까.”

한 회계사는 이렇게 반문했다.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32개사 중 빅히트와 같은 평가 방법을 적용한 회사는 1개뿐이다.

PER 방식을 쓴다면 빅히트의 공모가격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빅히트의 공모가 13만5000원을 적용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4조5692억원이다. 올해 추정 당기순이익(638억원)의 72배다. 경쟁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올해 예상 순이익의 79배, JYP엔터테인먼트는 44배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005930)는 16배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②빅히트의 비교 대상 기업에 네이버(035420)카카오(035720)를 포함시켰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니다. 독점 포털 사이트와 국민 메신저를 가진 정보기술(IT) 기업이다. 빅히트가 두 회사를 비교군에 넣은 이유는 네이버뮤직, 카카오뮤직 등 음악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가졌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빅히트의 공모가를 높이기 위해 시가총액이 고공 행진하는 두 회사를 끼워 넣은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과거 넷마블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하나 더. YG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YG플러스가 비교 대상 기업에 들어갔다. YG플러스는 올해 주가가 400% 넘게 올라 작전주라는 말까지 듣는다.

이렇게 주가가 비싼 회사를 비교 대상에 넣으면 공모가 산정에도 유리하다.

③빅히트는 적정 주가 산출의 가장 기본인 회사 실적을 꼼꼼하게 반영하지 않았다.

보통은 가장 최근의 1년 치 실적을 가져다 쓴다. 올해 상장한 32개사 중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14개사가 그랬다.

빅히트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자산의 상각비 포함)에 2를 곱한 추정 실적을 사용했다. 만약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1년간 이익을 기준으로 했다면 어땠을지 투자자는 알 수 없다. 공개된 정보가 없어서다.

빅히트의 상반기 이익은 2억원이 과대 계산됐다. 빅히트는 올해 6월 아이돌 그룹 세븐틴 소속사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6월에 자회사를 샀으니 빅히트의 상반기 실적엔 플레디스엔터의 6월 한 달 치 이익만 반영됐다.

그런데 플레디스엔터는 6월 한 달에만 영업이익 77억원을 올렸다. 그전 1~5월에는 영업적자를 내다가 빅히트에 경영권이 넘어간 달에 큰 흑자를 냈다. 플레디스엔터의 주력 아이돌인 세븐틴이 6월 새 앨범을 낸 영향으로 추정된다.

기업 가치 평가 업무 경험이 많은 한 회계사는 “비경상적인 이익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평가 때 빼주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공모가격을 산출한다는 것은 결국 상장회사가 원하는 목표 시가총액을 먼저 정해놓고 이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드는 식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회계학을 전공한 한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X는 누굴까? X는 빅히트다.

본지가 전문 투자자들의 불만과 지적을 전하자 위와 같은 공식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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