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AI 비서 만날 준비 됐는가

최은영 기자I 2020.07.16 05:00:00
[김지현 IT 칼럼니스트]궁금한 게 있으면 검색어 입력창에 키워드를 넣어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어떤 단어를 넣느냐에 따라서 궁금증은 바로 해소되기도 하고, 10분 넘게 헤맬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알고 싶은 것을 잘 찾기 위해서는 어떤 키워드를 검색어 입력창에 넣을지 고민을 해야 한다. 이미 20년간
우리는 검색창에 익숙해져서 어떤 키워드를 넣으면 될지 대략 감으로 인지하고 있다. 게다가 그렇게 입력한 키워드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오늘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갖는지 실시간 이슈 검색어로 알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검색창이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까.

최근 제2의 검색으로 주목받는 ‘인공지능 비서’(AI 어시스턴트)는 음성을 이용해 대화하면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원하는 정보를 소리나 화면으로 출력해준다. 스마트폰에서 ‘시리’나 ‘오케이 구글’을 부르거나, 스마트 스피커에서 AI 비서를 호출하고, 에어컨과 TV 그리고 자동차에서 AI를 불러 원하는 정보를 탐색할 수 있다. IPTV 셋톱박스에 들어간 AI를 호출해서(KT ‘기가지니’, SK브로드밴드 ‘누구’) 채널을 바꾸고 음량을 조절하며 원하는 드라마를 탐색할 수 있다. 스마트 스피커에서 AI를 불러내어 날씨를 확인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택시를 부르고 쇼핑 주문을 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궁금한 것이 있으면 채팅창을 열고 문자로 상담을 하면 사람이 아닌 AI가 답을 해주곤 한다. 쇼핑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면 평소 관심을 갖던 제품이나 조만간 구매를 해야 하는 생필품들을 AI가 추천해서 보여준다. 이렇게 점차 AI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구글의 ‘네스트 헬로’라는 도어벨을 누르면 내 스마트폰으로 집 앞에 방문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서 등록해둔 가족인 경우 누구인지와 함께 알람으로 알려준다. 초인종 앱을 실행해서 방문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문을 열어줄 수 있다. 네스트 캠을 이용하면 인식할 수 없는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어슬렁거릴 때에 네스트 앱을 통해서 알려주고 자동으로 클라우드에 녹화도 할 수 있다. AI를 통해 사람 얼굴을 인식하고 평소와 다른 움직임이나 행동, 소리가 나면 위험으로 인식해 미리 설정해둔 사용자에게 알람이 가게 된다. 카메라에 탐지된 사람이 누구인지조차 AI가 얼굴을 인식해서 등록되지 않는 사람인 경우 경고 알람을 해주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AI 어시스턴트로 집안의 가전기기 등을 연결해두면, 저녁 퇴근 전에 스마트폰이 “나 곧 집 들어간다”라고 호출해서 집안 온도 25도에 습도 60%를 맞추기 위해 에어컨, 히터,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이 자동으로 동작되고 거실은 밝고 안방은 어두운 조명이 켜지고 커튼이 쳐지도록 할 수 있다. 스마트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때는 “비올 때 듣기 좋은 음악 들려줘”, “2000년대 인기 있던 발라드 가요 들려줘”라고 자연스럽게 음악 선곡을 청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AI를 이용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들이다.

인공지능(AI) 스피커. (그래픽=이미나 기자)
검색창에 무엇을 입력할까 고민하는 것과 비교해 AI를 이용하면 더 편리하지만 여전히 검색어를 제대로 입력해야 만족스러운 검색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듯이 AI 어시스턴트를 이용하는 것 또한 알아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AI는 자연어 검색을 지원하기 때문에 일상적 대화를 하듯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요청하면 된다. 단, 찾고자 하는 정보의 핵심 키워드를 하나의 단어로 검색하는 기존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요청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일례로, 스마트폰에서 음악 앱으로 음악을 선곡하는 것과 AI를 호출해서 음악을 들을 때에는 그 경험이 다르다. 음악 앱에서는 인기 톱(TOP) 100을 누르거나 평소 즐겨듣던 가수나 앨범을 키워드로 검색해서 듣는다. 반면 AI를 이용할 때에는 비올 때 듣는 음악이나 2000년대 국내에서 인기였던 OST 음악 등을 요청해서 듣게 된다. 예를 들어 스마트 스피커에 AI를 호출해서 “비올 때 듣기 좋은 음악 들려줘”, “잠잘 때 듣기 좋은 팝송 들려줘”, “와인과 어울리는 음악 들려줘”라고 이야기하면 상황에 맞는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집안 습도가 40% 밑으로 떨어지면 가습기를 60%로 가동하고 공기청정기는 꺼두었다가 습도가 50%로 오르면 가습기를 끄고 집안 미세먼지가 나쁘면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도록 하려면 이들 기기들을 AI에 미리 등록해두고 이런 개인 설정 값을 기록해둬야 한다. 지금 출근하면 얼마나 막히는지 알려면 미리 회사와 집의 주소를 AI에 등록해둬야 한다. 이처럼 AI를 편하게 이용하려면 사전에 설정하고 기록해둬야 할 것들이 있다.

이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서비스 업체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AI의 사용 경험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음악을 들려달라는 다양한 사람들의 특정한 콘텍스트를 담은 자연어 요청에 응답을 하려면 각각의 음악별로 메타 데이터를 정의해서 해당 음악을 다양한 상황에서 선곡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내비게이션에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달라고 했을 때, 기계적으로 가장 최단거리나 막히지 않는 길을 추천하는 것을 넘어 차량의 연료 잔량을 확인해 이동 경로 중 주유소가 없는 곳은 피해가도록 하거나 산간 오지 경로라 인터넷 연결이 안 되는 불상사를 피해서 안내할 수 있도록 차량 상태, 주유소 위치, 인터넷 미 접근 지역 등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인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같은 음악을 듣고 정보를 안내하더라도 검색어로 연결하는 것과 AI로 만나게 되는 과정이 다를 것이다. 그런 만큼 사용자와 사업자 모두 AI를 이용한 더 나은 서비스 경험을 위해 인식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대중 소비자와 만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산업 영역의 사업자들은 웹에서 홈페이지를 만들고, 검색에 자사 홈페이지를 연동하는 것처럼 AI에 어떻게 자사의 서비스를 연결하여 사용자들에게 제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판매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하고 가판대에 물건을 진열하는 것과 인터넷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하고 이를 추천하고 상품 검색에 연결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보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AI에 서비스와 상품을 연결시키는 것은 다르다. 또한, 자동차와 로봇청소기 등의 기기를 제조하는 기업 역시 AI 어시스턴트를 어떻게 연동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구상하고 상품 기획에 반영해야 한다. 이제 프런트 AI를 이용해 기존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하고 사업 혁신을 해갈 것인지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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