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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유화? 아시아나항공 `들썩`…크레딧 업계 반응은?

김재은 기자I 2020.07.30 05:10:00

HDC현대산업개발 노딜시 기안기금 지원
당분간 채권단관리 체제로…구조조정이후 매각 가능성
법정관리도 배제할 수 없어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국유화 가능성에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아시아나항공IDT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크레딧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정부로서는 당분간 시간 벌기용 자금지원을 지속할 수 밖에 없고, 항공업 전체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영향이다.

일각에서는 결국 아시아나항공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12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29일까지의 주가추이. 우협 선정 당일인 12일 종가를 100으로 한 상대적 등락률 그래프. (자료:마켓포인트)


주가는 반색…채권단 관리후 M&A 시도 가능성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020560)은 0.12%(5원) 오른 42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11.64%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전날 국유화 가능성에 20.65%나 급등했다. 아시아나IDT(267850)는 지난 28일 상한가에 이어 이날도 11.99%(2200원) 급등한 2만550원을 기록했다.

국유화 가능성 언급은 적어도 주주와 채권자 모두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법정관리`로는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들의 국유화 가능성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다 감안해서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딜이 안돼 아시아나항공이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면 자격 요건에는 해당된다”고 말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국유화 가능성은 결국 채권단 관리하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작업을 의미한다”며 “다만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시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유동화증권(ABS) 트리거가 발동되는 만큼 당분간 기존 구조하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 등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현재 `BBB-`로 투자적격 최하단이다. 한 단계만 떨어지더라도 ABS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된다. 등급전망은 하향검토 워치리스트와 미확정검토 워치리스트로 갈린다.

이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 여부를 결정하는데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다”며 “극적으로 딜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지만, 지금으로선 산은 관리하에 유동성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실제 1분기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6280%로 전년말(1387%) 대비 4.5배이상 높아졌다. 1분기 연결기준 아시아나항공 매출액은 1조2937억원, 순손실은 6833억원을 기록했다. 3월말 총차입금은 8조7681억원이다.

다만 이 경우 지분을 매각하려던 금호산업(002990)은 워크아웃 등 동반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향후 M&A 매물을 인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정관리?…“리스부채·ABS 감안시 배제할 수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7월 국제선 여객은 97% 감소하며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90%이상 감소하는 상황이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크레딧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지속가능성이 없고, 이자보상비율이 3년이 지나도 1이 안돼 법정관리로 바로 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ABS, 해외 비행기 리스 투자 등 부채도 다 묶어 조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분기보고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리스 부채는 5조3517억원이고 1년 이내 지급해야 할 최소 리스료는 9050억원이다. 같은 기간 자산유동화증권(ABS)은 7780억원 규모다.

이 관계자는 “해외채권자들과 채무관계를 재정리하고, ABS를 포함하기 위해선 법정관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단순히 유동성 지원에만 나서거나 워크아웃 등을 거친다면 정부 자금을 기존 채권자와 ABS 투자자에게 대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이 관리하며 구조조정 이후 패키지든 분할 매각이든 M&A 기회를 엿볼 것”이라며 “코로나19로 글로벌 항공업이 크게 어려워진 만큼 큰 그림에서 항공업의 구조조정과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벼랑 끝에 매달린 클리프 행어”라며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유리한 상황으로만 해석하는 동상이몽”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한 변수가 너무 많고 차기 대선 등 정치적으로 판단할 부분도 적지 않다”며 “섣불리 하나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HDC현산이 재실사를 요구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딜을 두고 당분간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밖에 없어 주가변동성은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유화 가능성 언급은) 아시아나항공 플랜B에 대한 정부의 원론적 입장으로 섣부른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객 시황은 내년에도 흑자를 장담할 수 없고 대주주가 바뀌어도 글로벌 경쟁력 제고나 자본확충 등 체질 개선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빅딜이든 노딜이든 확정되기까지 주가 변동성은 높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 19 영향에 현재 펀더멘털 접근이 어려운 항공주가 정부정책이나 뉴스 등에 따라 급등락하는 건 낯설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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