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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은정 "배우가 온전히 이끄는 연극, 새 모습 쌓아가는 중"

장병호 기자I 2023.03.06 19:30:00

연극 '분장실'로 대학로 무대 첫 도전
의문스러운 캐릭터 'D' 역할 맡아
무대 배우로서 단단함 아직 부족
"'분장실', 연기 인생 전환점 될 것"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영화나 드라마는 시간에 쫓겨 연기하는 경우가 많죠. 반면 연극은 말처럼 온전히 배우가 이끌어야 해요.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무대 배우가 가진 단단함이 저에게는 부족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연극 ‘분장실’에서 ‘D’ 역을 맡은 배우 함은정. (사진=T2N미디어, 피에이치이엔엠)
아이돌 출신 배우는 연기에 대해 진지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했다. 연극 ‘분장실’의 개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2관에서 만난 배우 함은정(35)의 이야기다. “연극 ‘분장실’은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될 작품”이라고 말하는 함은정의 표정은 살짝 들떠 있었다.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확신과 자신감의 표정이었다.

일본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분장실’은 연극 무대 뒤편인 분장실을 배경으로 4명의 여배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 4일 이곳에서 개막했다. 각 배역은 이름 없이 알파벳으로 불리는데, 함은정이 맡은 역할은 4명의 여배우 중 막내에 해당하는 ‘D’ 역이다. 네 인물 중 가장 의문스러운 캐릭터다.

함은정의 연극 출연은 2020년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레미제라블’ 이후 두 번째. ‘연극의 산실’ 대학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관객으로 먼저 연극 ‘분장실’을 접했다. 배우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했고, 이후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이 됐다.

“공연을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큰 울림이 있었어요. 배우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작품의 내용이 허구로 다가오지 않았죠. 제 직업에 대한 이야기라 경건하고 신성한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작품의 내용을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함은정은 ‘D’ 역을 “아이돌로 치면 언제 데뷔할지 모르는 연습생 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에서 ‘D’는 자신이 연극 주인공이라며 진짜 주인공인 ‘C’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관객 입장에선 좀처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인물. 그러나 함은정은 “지금은 ‘D’에 푹 빠져 있다”며 웃었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아픈 친구라고 할까요. 사실 ‘D’는 많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봐야 해요. 배우들도 ‘D’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거든요. 관객들도 열린 마음으로 ‘D’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이번 공연에는 영화·드라마·연극을 넘나들며 활동 중인 쟁쟁한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황석정·송옥숙·김선화가 ‘A’ 역, 백현주·서영희·방주란이 ‘B’ 역, 임강희·이일화·황순미가 ‘C’ 역으로 출연한다. 함은정과 함께 김주연·박정원이 ‘D’ 역으로 캐스팅됐다. 함은정은 공연 초반 송옥숙·서영희·황순미와 페어를 이뤄 무대에 오른다.

선배들과 함께하면서 연기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함은정은 “선배들이 많지만 강압적인 분위기보다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더 컸다”며 “서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말했다. 또한 “모두가 성격은 달라도 연기를 대하는 마음이나 배우로서의 세계관에서 교집합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에서 많은 걸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중에게는 걸그룹 티아라 멤버로 각인돼 있지만, 함은정의 진짜 꿈은 배우였다. 중학교 2학년 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어린이 뮤지컬 ‘피터팬’으로 ‘연기의 짜릿함을 맛보았다. 무대에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에 대학도 연극과로 진학했다. 가수 활동도 연기의 연장선이었다. 함은정은 이번 공연을 통해 배우이자 인간 함은정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작품을 하면서 연기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도 많이 달라졌어요. 죽을 때까지 배우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로드맵도 그려봤죠. 이제는 새로운 모습을 쌓아서 찬찬히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연극 ‘분장실’에서 ‘D’ 역을 맡은 배우 함은정 캐릭터 포스터. (사진=T2N미디어, 피에이치이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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