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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막으니 ‘빚투’ 손대는 개미…2차전지에 '몰빵'

이정현 기자I 2023.12.01 06:25:00

공매도 금지 후 투자심리 개선되자 신용거래융자↑
빚투 수급, 배터리 종목에 집중 양상
증권가는 실적 전망에 물음표…‘고밸류 거래’ 우려도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정부가 공매도를 틀어막자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공매도 금지에 미국의 고금리 마무리 전망까지 나오자 증시가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기대에 빚을 내서라도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린 뒤 미상환한 신용거래융자잔액은 공매도 금지 이후 6400억원 넘게 늘었다. 대부분 코스닥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가운데 2차전지 테마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공매도 막자…“빚내서 배터리株 매수”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7조2178억원으로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지난 6일 기록한 16조5766억원대비 6412억원가량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것을 말하며 상승장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증시가 단기 고점을 기록한 8월 초 20조원대까지 늘었다가 주가 부진과 함께 하락했는데 최근 다시 늘기 시작했다.

늘어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상대적으로 코스닥 비중이 더 컸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7635억원에서 8조9307억원으로 1672억원 가량 늘어난 데 비해 코스닥 잔고는 7조8131억원에서 8조2871억원으로 4740억원 증가했다.

공매도 금지 이후 개선된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는 2차전지 관련 종목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6일 이후 29일까지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POSCO홀딩스(005490)에코프로머티(450080) 그리고 포스코퓨처엠(003670)으로 모두 2차전지 테마주다.

특히 ‘빚투’ 수급이 유입되면서 2차전지 관련 종목의 신용거래 융자잔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신용거래 융자잔액은 공매도 금지 당일 1609억원에서 29일에는 1955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에코프로(086520)는 1271억원에서 1501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POSCO홀딩스는 5083억원에서 5353억원으로 늘어났다. 위 종목은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17.17%, 16.17%, 10.27% 올랐다.

거래량 중 신용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공여율 역시 급증해 29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이 6.05%, 에코프로가 4.28%, POSCO홀딩스는 6.48%다. 같은 기간 반도체 대장주이자 국민주인 삼성전자(005930)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426억원에서 3078억원으로 오히려 줄었으며 공여율은 2.14%로 집계됐다.

2차전지 수급 집중양상…증권가는 우려

공매도 금지 이후 거래대금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면서 개인투자자의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빚투’ 수급이 2차전지 관련 종목에 집중되는 데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실적 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으며 내년부터 증시 주도권이 약해질 수 있다는 증권가의 진단이 나오면서다.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우려외국집단(FEOC) 발표와 이에따른 국내 관련 업체로 이어질 영향을 예상하기 힘든 것도 리스크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대장주이자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4분기 저조한 실적 지속이 예상되며 내년에도 수요 불확실성이 높다”며 투자의견 ‘홀드’를 제시했다. 이어 “내년 고객사 수요 둔화 영향 및 리튬 가격 하락 등으로 수익성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주가는 고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밝게 보는 전망도 만만찮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2차전지 소재 분야의 수요 부진 우려되고 있으나 초고성장 구간에서 안정구간으로 접어드는 과도기적 단기 성장통일 수 있다”면서도 2차전지 업종 내 무게중심을 소재에서 배터리셀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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