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투루 만들면 다 알아…폴딩박스는 장기 프로젝트"

전재욱 기자I 2020.08.07 04:00:20

[굿즈 경제학]④박경민 던킨 팀장이 말하는 '굿즈 히트 비결'
무민부터 노르디스크 폴딩박스까지 '던킨 굿즈' 열풍
"굿즈는 일상을 새롭게…수단이 아니라 목적 자체"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핀란드 태생 ‘무민’이 한국에 안착한 시기는 2013년 무렵이다. 이미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던 캐릭터로, 던킨이 굿즈로 내세워 마케팅을 편 게 계기였다. 이전에 무민을 만나려고 현해탄을 넘나들던 이들이 이후 던킨 매장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굿즈 마케팅 성공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내놓는 굿즈마다 히트를 쳤다. 카카오프렌즈(2013년), 바바파파·버즈 먼치킨 컨테이너(2016년), 브롤스타즈(올해 상반기)에 이어 이번에 노르디스크 폴딩박스(지난달)까지.
박경민 비알코리아 팀장이 5일 서울 강남역 던킨 본점에서 노르디스크 폴딩박스를 배경으로 굿즈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전재욱 기자)
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에서 굿즈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경민 팀장은 지난 5일 서울 강남역 던킨 본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굿즈는 고객의 일상을 새롭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손익 따지면 못 만든다”고 했다. “가끔은 손해 보고서라도 판다”는 건 이런 까닭에서라고 했다. 그러면 자연히 ‘대박’이 따라오고 ‘매출’로 이어진다는 게 회사의 지론이다.

새로움과 일상은 동전의 양면이다. 인식하느냐, 지나치느냐가 차이다. 던킨이 상반기에 히트 친 브롤스타즈 ‘후드티’와 ‘비치타올’은 세 아이의 아빠 박 팀장의 부성애가 일상과 맞물린 작품이다.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동안 주로 아이들과 브롤스타즈 게임을 했어요. 부모와 아이 모두 좋아하는 이걸 굿즈로 만들면 좋겠다는 데 생각이 미쳤죠. 그게 다예요.”

노르디스크 폴딩박스도 일상을 녹여낸 기획인데,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던 1분기부터 차곡차곡 준비한 장기 프로젝트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은 해외보다 국내에서, 집단보다 분산한 형태를 띨 것이라는 밑그림을 그리고 계산했다. 답은 캠핑이었다.

박 팀장은 “노르디스크는 친환경과 간소함을 추구하는 브랜드로 던킨과 이미지가 잘 맞을 걸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르디스크는 명품으로 분류되는데 국내 인지도가 낮아 홍보를 원했고, 여기와 손잡으면 양질의 제품을 가격을 내려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며 “회사와 파트너 그리고 고객까지 모두 이기는 게임이 굿즈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가격을 내리고자, 품질을 허투루 여기는 건 원칙에 어긋난다. 품질을 높이려다보면 가끔 회사가 물러서는 상황도 발생한다. 지난해 6월 월트디즈니 토이스토리 굿즈 ‘버즈 먼치킨 컨테이너’가 그랬다. 박 팀장은 “버즈 캐릭터 굿즈 퀄리티를 살리다 보니 애초 예상보다 단가가 올랐다”며 “솔직히 팔수록 손해를 입었던 기획 상품”이라고 했다. 굿즈가 고객을 끄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목적이라는 의미다. 그렇지 않으면 손해 보고 팔 이유가 없었다.

굿즈 마케팅의 핵심은 “막내 말을 듣는 것”이라고 했다. 박 팀장은 “20대 막내 사원이 부서에서 의사결정 정점에 있다”며 “대표이사 보고도 막내가 한다”고 했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식품회사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그는 “굿즈 마케팅의 타킷인 2030을 좇으려면 빠르고 단순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위에서 결정권을 쥐면 생각만 하다가 놓친다”고 했다.

격식을 파괴한 의사 결정은 다음 달 나오는 캠핑용품 2탄에도 반영돼 있다. “그게 뭐냐고요? 미리 알면 새로울 게 없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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