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배터리 회사서 전기차 1위로…비야디의 성장엔진 시안공장

신정은 기자I 2019.10.17 05:09:31

[신정은의 중국기업 탐방기③]中최대 전기차 BYD
비야디 SUV ‘탕’ 제로백 4.8초…테슬라 모델X 위협
배터리 포함 80%이상 부품 자체 조달로 수익 극대화

비야디 시안공장 전경. 사진=비야디 제공
[시안(산시성)=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비야디(比亞迪·BYD). 당신의 꿈을 이루라(Build Your Dreams)’

지난 14일 중국 전기차 굴기의 중심에 있는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의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공장을 찾았다. 산시성 성도 시안시 도심에서 약 40여분 떨어진 가오신취(高新區·하이테크산업개발구)에 위치한 비야디 공장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부터 승용차, 전기버스, 모노레일 등 다양한 공장이 모여 있다.

비야디 시안 공장은 비야디가 보유한 공장 중에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4년에 지어졌다. 지난해 생산한 약 25만대중 13만대가 전기차 등 친환경차인 비야디의 친환경차 개발의 중심이다.

비야디 시안공장에서 직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비야디 SUV ‘탕’ 제로백 4.8초…테슬라 모델X 위협

비야디 공장 건물은 하얀 지붕으로 덮여 있고, 그 주변은 풀밭 사이에 위치한 모노레일이 이어져 있다. 공장 내부 약 3km를 도는 전기 모노레일이다. 약 300만㎡ 규모의 시안 공장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장악하고 있는 비야디의 위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공장은 걸어서 이동하기엔 너무 넓어 전용 카트를 이용한다. 제 1공장에 들어서자 비야디의 전기 승용차 ‘친(秦)’ 제작이 한창이었다. 전기차의 생산공정은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프레스, 자체 조립, 도장, 의장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자동차 뼈대를 만드는 프레스를 작업을 거쳐 자체 조립과 페인팅을 하는 도장 공정까지 대부분 로봇이 책임지고 있어 작업자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비야디 관계자는 “일부 공정은 자동화율이 97% 이상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부품을 조립하는 의장 공정에 작업자들이 몰려 있었다. 약 800m 길이의 레일을 따라 자동차 차제가 이동하면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달라붙어 부품을 장착했다. 직접 사람 손으로 장착하는 부품은 유리창부터 나사까지 수백가지에 달한다. 부품이 장착되면 두 명의 직원이 이를 검수했다.

직원들은 앳된 얼굴이다. 사무직을 제외한 공장 작업자들의 평균 연령은 22세에 불과하다. 비야디 관계자는 “회사가 2만명 규모의 숙소를 지원하고 있지만 젊은 직원들은 회사 숙소를 꺼려해 빈방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공장 밖 도로에서 비야디가 최근 출시한 스포트유틸리티(SUV) 전기차인 ‘탕(唐)’을 시승했다. 차량 내부의 갈색 가죽 시트는 고급스러웠고, 센터페시아의 14.6인치 패드가 눈에 띄었다.

운전대를 잡은 직원은 성인 4명을 태운 채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약 5초만에 계기판 속도계는 100km/h를 기록했다. 비야디에 따르면 ‘탕’의 제로백(0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는 4.8초에 불과하다. 테슬라 SUV 모델인 모델X의 100D 트림의 제로백이 4.6초다. 차제 크기는 모델X보다 작았지만 전고는 더 높다. 탕의 전기차 버전 가격은 25만9900위안(약 4300만원)부터다.

비야디 SUV 전기차 ‘탕’ 내부 모습. 사진=신정은 특파원
비야디 SUV 전기차 ‘탕’. 사진=신정은 특파원
◇순이익 비결은 “배터리 포함 80%이상 부품 자체 조달”

비야디는 1995년 왕촨푸(王傳福) 회장이 29세때 친적에게 빌린 250만위안을 종잣돈으로 시작한 회사다. 처음엔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삼성과 LG, 모토로라, 레노버 등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성장했고, 2003년 시안 친촨자동차 지분 77%를 사들이면서 자동차 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임직원과 주주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자동차 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데다 이미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력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왕 회장은 곧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란 확신아래 사업을 확대해나갔다.

비야디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지난 2008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이 2억3000만달러 규모의 비야디 지분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버핏은 왕 회장을 “발명가 에디슨과 잭 웰치 전 GE 회장을 합친듯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비야디의 성장과 함께 왕 회장은 중국 최고 부자 대열에 들었다.

비야디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직접 생산한다는 점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5월 비야디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15.2%를 차지해 3위에 올랐다.

비야디 관계자는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를 포함한 80~90% 이상 부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공장 안에서 부품을 조달하니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이같은 수직계열화가 다른 전기차 회사와 다르게 비야디가 꾸준히 순이익을 낼 수 있는 비결이다.

승용차 개발에 주력한 다른 전기차 업체들과는 달리 비야디는 버스와 트럭, 지게차 등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비야디는 전기승용차 부문에서는 테슬라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전체 전기차 판매량에서는 4년 연속 1위다.

비야디는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에 머무르지 않고, 스마트카, 모노레일 프로젝트 등을 가동하면서 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비야디는 ‘2025년 매출 1조위안(약 167조원), 100년 장수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비야디 시안공장에서 로봇이 자동차를 도색하고 있는 모습이 CCTV를 통해 보여지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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