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국인력 못 뽑는 중기 속사정

강경래 기자I 2019.02.27 06:10:00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올해는 인력 채용 없이 최대한 버텨보려고 합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중소기업 CEO는 “올해 경영 여건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안하겠지만, 퇴사 등 인력 감소에 따른 충원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입춘·우수를 지나고 낮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도는 등 봄 기운이 느껴진다. 여수 등 남쪽 지역에서는 복수초와 함께 매화, 민들레 등 봄꽃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함께 인건비 상승 등으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소기업인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매서운 한파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그야말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최근 중소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1분기 외국인근로자 신청을 받은 결과,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외국인근로자 총 9996명 배정에 9842명이 신청하면서 신청률은 98.5%에 머물렀다. 2017년 만해도 240%에 달했던 외국인근로자 신청률이 지난해 140%에서 올 들어 100% 아래로 뚝 떨어졌다. 내국인 일자리는 고사하고, 그동안 중소기업이 저렴한 인건비로 선호했던 외국인근로자 채용마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최근 이같이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급진적인 노동정책을 지적한다. 2년 간 30% 가까이 오른 최저임금. 여기에 내년이면 중소기업(300인 이하)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단축(주68→52시간)도 적용된다. 경기 침체 돌파구 마련에 여념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정부 정책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을 추가로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다만 경제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28일이면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아무쪼록 중소기업을 옥죄는 노동정책에 대해 속 시원히 큰 소리 낼 수 있는 인물이 뽑히길 기대해본다.

강경래 이데일리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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