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도 기업처럼 정밀 회계 실사…판매사도 비용내야”

박종오 기자I 2020.08.10 02:30:00

[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②
금융당국, 500억 초과 사모펀드 회계감사 의무화 추진
"적용 대상 300억으로 낮추고 분기 감사해야"
판매사도 감사비 부담·감사인 면책제도 필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사모펀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홍 뉴욕주립대 교수·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국내 상장사와 자산 또는 매출액 500억원 이상인 비상장사 3만여 개는 매년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는다. 올해부터 ‘테슬라코리아’ 같은 외국인 투자기업(유한회사)도 감사 대상이다.

회계사는 감사 대상인 회사의 회계 장부가 정확하게 작성됐는지 점검하고 적정·비적정 등 감사 의견을 제시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다. 펀드 중에서는 자산 500억원 초과 공모펀드가 회계 감사를 받는다.

사모펀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사모펀드에도 이 같은 외부 회계 감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김지홍 뉴욕주립대 한국캠퍼스 경영학과장(교수)의 견해다. 사모펀드는 운용사가 투자자의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기업이 정보의 객관성을 위해 외부 회계 감사를 받듯이 사모펀드도 비슷한 장치가 있어야 투자자가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금융당국, 500억 초과 사모펀드에 의무 회계감사 추진

9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도 이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자산 500억원 초과 사모펀드에 외부 회계 감사를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자산 300억원이 넘는 사모펀드 중 6개월 이내에 투자자를 추가 모집한 펀드도 감사 적용 대상이다.

이는 현재 공모펀드에 적용 중인 규제를 사모펀드에도 도입하는 것이다. 사모펀드는 자기 투자에 책임질 수 있는 소수의 자산가를 위한 금융 투자 상품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그동안 규제를 거의 적용받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일반 투자자가 주로 이용하는 공모펀드와 같이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산이 일정 규모 이상인 사모펀드도 공모펀드처럼 매 회계연도 말, 즉 1년에 한 번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게 될 것”이라며 “펀드가 투자한 자산이 실재하는지, 현재 가치가 어떤지, 투자 설명서와 일치하는지 등을 감사하고 그 결과를 투자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300억 초과 사모펀드도 분기 회계감사 받아야”

이 같은 정부안에서 나아가 감사 주기를 분기로 더 단축할 필요가 있다. 사모펀드 만기가 6개월 정도로 짧고, 운용사도 정부 방침에 따라 앞으로 3개월마다 개인 투자자에게 자산 운용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감사 주기를 단축해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타당성 있다. 연 1회 회계 감사로는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어서다.

또 사모펀드의 외부 감사 적용 기준도 공모펀드보다 낮춰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재 사모펀드의 펀드당 평균 순자산은 424억원으로 공모펀드(604억원)보다 규모가 작은 편이다. 공모펀드는 전체 투자금의 88%(246조원)가 투자금 500억원 이상인 대형 펀드에 몰려 있어 자산이 500억원을 넘는 펀드만 회계 감사를 해도 대다수 투자자가 제도의 적용을 받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개별 펀드의 자산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을 고려해 감사 적용 기준을 펀드 자산 300억~350억원 정도로 낮추고 감사 대상을 확대하자는 얘기다.

억대 감사비 부담·제도 실효성은 숙제

문제는 감사 비용을 누가 대느냐다.

회계 감사 비용은 통상 감사 시간에 시간당 10만원 안팎인 회계사 인건비를 곱해서 부과한다. 공모펀드는 주로 시장 가격이 있는 주식·채권 등에 투자해 회계 감사가 수월하지만, 사모펀드의 경우 가치 측정이 어려운 비상장기업 채권이나 해외 부동산 자산 등에 투자해 감사 비용도 많아야 1000만원 이하인 공모펀드의 몇 배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분기별 회계 감사를 받으면 연간 감사 비용만 억대가 될 수 있다.

금융위는 “현재 공모펀드도 감사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으나 대부분 펀드의 비용으로 처리한다”며 “사모펀드도 펀드 재산으로 감사비를 내는 게 맞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회계 감사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투자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경우 감사 비용이 커질수록 펀드의 투자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모펀드 판매회사도 회계 감사 정보를 활용해 펀드의 신용도를 파악하는 등 정보 이용자로 볼 수 있는 만큼 감사 비용을 일정 부분 같이 부담하는 게 타당하다.

일각에서는 의무 회계 감사 제도 도입의 실효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옵티머스운용의 사례처럼 운용사가 작정하고 투자 서류를 조작하는 등 사기 치는 것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회계 감사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뜻이다.

회계 업계에서는 사모펀드 사고가 터졌을 때 회계사가 부실 감사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회계사가 주의 성실을 다했는데도 운용사가 회계 정보를 은닉하는 등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면 감사인의 책임을 면해주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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