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명 중 1명꼴 소송 중인데…기업 상대 소송 부추기는 정부

남궁민관 기자I 2020.09.28 04:29:00

지난해 전국 각급 법원 접수 소송건수 무려 663만건
매년 국민 8명 중 1명 소송 제기 '소송공화국' 오명…일본 64명 중 1명과 대비
집단소송제·징벌손배 확대 도입 추진으로 기업 상대 소송 남발 우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민 8명 중 1명이 소송을 벌이는, 그래서 대한민국은 `소송공화국`이다. `법대로 하자`는 관용적 표현이 있을 만큼 소송 만능주의가 만연한 가운데 최근 정부가 나서서 기업 규제 법안들을 쏟아내자 재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정부가 소송 남용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용만(사진 오른쪽)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2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로 이낙연 대표를 예방했다.(사진=연합뉴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8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법안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소송 남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한 목소리로 흘러 나온다.

이미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기업 규제 3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은 터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민사 및 형사 소송 제기 가능성은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 22일 국회를 찾아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고 토로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말대로 기업들의 위기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실제 우리나라는 소송이 남발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데일리가 법원행정처에 요청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 각급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은 총 663만4344건으로, 지난 2007년 이후 14년 연속 한 해 600만건을 넘기고 있다. 특히 법제 상 유사점이 많은 인근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소송 건수는 지나치게 많다. 일본 대법원에 따르면 작년 일본 각급 법원에 접수된 소송 사건 건수는 우리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96만3927건이었다. 인구 1만명 당 소송 건수는 우리가 1284건으로, 155건에 불과한 일본보다 무려 8.28배나 많다.

이러다 보니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 “오래 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던 법안들”이라는 찬성 입장과 “이중처벌의 위험이 있다”는 반대 입장이 나뉘고 있는 법조계까지도 소송 남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데에는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이들 규제 법안들은 국민을 위한 것이고, 기업들이 경영을 제대로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며 정부 측을 지지하면서도 “그럼에도 집단소송제 등 소송 남발 우려가 분명히 있는 만큼 제도를 도입하되 요건이나 절차 등을 엄격히 해 소비자와 기업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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