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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人] "피해자 일상회복 돕는 것도 경찰 역할" 김규림 경위

손의연 기자I 2023.12.13 06:00:00

충북경찰청 피해자보호계 김규림 경위
오송 지하차도 사고·이태원 참사서 피해자 지원
피해자 목소리 귀 기울여 적절한 조치까지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아픔과 슬픔을 느낄 때도 많지만, 피해자의 ‘감사하다’는 말 한 마디를 들으면 출근길이 즐거워집니다.”

김규림 충북경찰청 수사과 피해자보호계 경위 (사진=충북청)


김규림(50) 충북경찰청 수사과 피해자보호계 경위는 12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피해자 지원 업무의 보람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은 경찰 단계에서 범죄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 주로 여성·청소년과 사건에서 활약하는데, 최근엔 재난·재해에서 피해자, 유가족을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해졌다. 피해자전담경찰관은 사건사고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유가족과 접촉해 이들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파악한다. 이후 경찰과 지자체 등 기관에 이들의 요구를 전달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게끔 한다.

충북청에서 근무하는 김 경위는 올해 오송 지하차도 사건이 발생한 직후 피해자보호팀을 구축해 대응에 나섰다. 유가족과 생존자의 심리안정을 위해 전문 심리상담과 연계했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유관기관에 전달하는 등 현장창구로서 역할했다. 또 알려진 구조자 2명 외 추가로 2명을 발굴하면서 총 4명을 LG복지재단에 연계해 LG의인상을 받도록 도왔다. 이런 공적을 인정받아 김 경위는 경찰청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경위는 “피해자 지원 업무를 맡은 경찰관은 ‘가교’로서 역할이 크다”며 “초기부터 피해자와 접촉하다보니 라포(사람과 사람 사이 생기는 상호신뢰관계)가 형성되는데, 아무래도 피해자들이 피해자전담경찰관과 이야기하길 편해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요구사항을 청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도 피해자와 가족의 심리 안정 여부를 확인하고 연락체계를 점검하는 등 일정기간 사후 모니터링을 유지한다”며 “피해자가 조속히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경위는 2004년 경찰에 입직한 이후 사이버 수사관으로 디지털 포렌식 업무를 주로 해왔다. 피의자 위주 수사를 해오다보니 피해자를 돕는 일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지난해 상반기 피해자보호계가 생기면서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는 “재작년에 의붓 아버지의 범죄로 두 여중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는 게 없었을까하는 고민을 했었다”며 “‘피의자’ 생각에만 집중했었는데, 피해자를 위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보람을 느끼고 싶어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약 2년간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를 한 경험을 떠올리며 김 경위는 “많은 일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사건은 피해자전담경찰관으로서 큰 경험이었다. 보람이 컸지만 심적으로 고되기도 했다. 그는 “이태원 사고 때 차출돼 피해자보호팀을 운영했는데, 이때 유족의 슬픔과 고충은 나에게도 큰 아픔과 트라우마로 남았다”며 “그럼에도 일을 하면서 피해자 보호·지원의 필요성을 현장에서 볼 수 있었고,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돕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고 술회했다.

김 경위는 동료애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피해자나 유가족을 대하다보면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데, 그 때마다 동료들이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김 경위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찾아서 하는 친구들이라 서로 배우고 있다”며 “항상 긴장되고 부담되는 업무지만, 피해자보호계라는 한팀으로서 함께 부담을 나눌 수 있고 보람도 두 배로 느낀다”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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