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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경 별세에 연극계 추모…5일 영결식, 대한민국연극인장

장병호 기자I 2024.03.03 09:32:30

60년 넘게 무대 지켜온 연극계 거목
"연기의 본보기 보여준 선생님" 애도 이어져
뇌출혈 투병 중 지난 1일 별세…향년 88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1일 향년 88세로 세상을 떠난 연극배우 오현경을 향한 연극계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연극배우 오현경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9시 11분께 김포의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8세. 영결식은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오는 5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극장에처 치러진다. (사진=연합뉴스)
오현경은 1955년 연극 ‘사육신’에 출연한 뒤 60여 년 넘게 무대를 지켜온 연극계 거목이다. 대중에겐 1987년부터 1993년까지 방송한 KBS 드라마 ‘TV 손자병법’의 만년 과장 이장수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해 8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6개월 넘게 투병 생활을 해오다 지난 1일 오전 9시 11분께 경기 김포의 한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배우 이주화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993년 KBS 15기 공채 탤런트로 연수를 받으면서 오현경 선생님께 수업을 받았다. 선생님은 KBS 1기 공채 탤런트셨다”며 “수업에서 선생님은 후배들에게 ‘연기는 이런 것’이라고 할 정도로 완벽한 본보기를 보이셨다”고 고인을 기억했다.

이어 “제가 KBS 드라마 ‘TV 손자병법’에 출연했을 때도 선생님은 경험이 부족한 저에게 많은 걸 알려주려고 하셨다”며 “암 투병과 교통사고로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연기를 쉬어본 적이 없을 만큼 무대를 너무나 사랑하신 선생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고 애도했다.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고인이 2009년 출연한 연극 ‘봄날’ 평론을 게시하며 “평안한 안식을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적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집 나간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그의 간결하면서도 깊이 있는 대사 처리는 그야말로 이 공연의 화룡점정이었다”라며 “그 한마디에 자식들에 대한 미안함과 섭섭함, 자신의 삶에 대한 모든 회한을 응축시켰다”는 고인의 연기에 대한 평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고인은 서울고에 재학 중이던 1955년 유치진 작가의 연극 ‘사육신’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에 진학한 뒤에는 연세극연구회에 들어가 연극에 빠져 지냈다. 대학 졸업 후 1960년 창단한 극단 실험극장의 창립멤버로 활동했다. 연극 ‘봄날’, ‘휘가로의 결혼’, ‘맹진사댁 경사’ 등에 출연했고, 1961년 KBS 특채 탤런트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지도도 쌓았다.

식도암, 위암 등으로 투병 생활을 하기도 한 고인은 2010년대 이후 연극 ‘언더스터디’, ‘3월의 눈’ 등에 출연하며 무대를 중심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2020년 출연한 연극 ‘레미제라블’에서는 보청기를 끼고 무대에 오르는 연기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1985년 동아연극상 남자연기상, 1992년 KBS 연기대상 대상, 2008년 서울연극제 남자연기상, 2009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남자연기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2013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에 선출됐고, 이어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2017년에는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 공로상을 받았다.

2017년 세상을 떠난 배우 윤소정이 아내다. 아내 윤소정과의 사이에 배우인 딸 오지혜, 아들 오세호 씨를 뒀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12호실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오는 5일 오전 9시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극장에서 치러진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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