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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분할' 상장사 전년比 50% 껑충…왜

이슬기 기자I 2020.09.24 01:30:00

LG화학·KCC·대림산업 등 물적분할 단행
성장산업 따로 떼 내면 자금조달 유리해지는 까닭
한켠에선 "주가 급등분 대주주 독식한다" 지적도
전문가 "기존 주주와 과실 나누도록 제도개선 필요"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최근 기업 분할을 선택하는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 떡잎이 보이는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 내 성장을 가속화시키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부분 인적분할이 아닌 물적분할을 택하면서 주주들의 불만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주가가 오르면서 성장산업에 대한 과실을 대주주가 독점하려고 물적분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물적분할이 앞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관련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성장부문 전문화’ 회사 분할 상장사 전년比 50%↑

그래픽=김정훈 기자


23일 이데일리가 최근 2년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회사분할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총 45개 기업이 회사분할을 결정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인 종속회사의 회사분할은 포함하지 않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019년 1월~9월 23일) 총 30개 상장사가 회사 분할에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회사분할한 상장사가 전년 대비 50% 증가한 셈이다.

올해 회사분할한 45개 기업 중 41개 기업이 물적분할을 택했다. 이는 지난해와 비슷한 기조다. 지난해에도 회사 분할을 단행한 30개 기업 중 27개 기업이 물적분할을 했다. 물적분할은 신설 회사가 해당 상장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선 향후 자회사를 따로 기업공개(IPO)하는 식의 방식으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어 존속회사 입장에서 분할 기업을 키우기에 더 유리하다. 최근 배터리부문을 물적분할한 LG화학(051910) 뿐 아니라 실리콘 사업 부문을 분할한 KCC(002380), 석유화학부문을 물적분할한 대림산업(000210) 등이 성장 가속화를 이유로 물적분할을 단행한 바 있다.

한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자금이 많이 필요한 성장산업일 경우 별도의 회사를 만들어 상장시키면 자금조달이 용이해지는 부분이 있어 최근 물적분할이 늘어나는 것 같다”며 “성장산업만 따로 떼어 내면 밸류에이션을 더 좋게 받을 수도 있어 이후 증자 등에 관한 이슈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몸값 급등 독식’ 지적도…“주주와 나누도록 제도 개선해야”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주가 급등이 상장사들로 하여금 물적분할에 대한 선호도를 높였다고도 보고 있다. 주가 급등의 과실을 대주주 혼자 누리기 위해 물적분할을 단행할 회사도 적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또 다른 자본시장 업계 관계자는 “알짜배기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른 뒤에 물적분할을 하면 대주주가 소액주주로부터 돈을 뺏어오는 효과가 생긴다”며 “물적분할을 하지 않으면 모든 주주가 주가 상승분을 누릴 수 있는데, 물적분할을 하면 자회사로 편입되고 존속회사에 자회사 지분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결국 존속회사의 대주주가 주가상승의 상당부분을 사유화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도 비슷한 이유로 분노하고 있다. 성장산업 보고 투자했더니 상장사들은 물적분할로 따로 떼어 내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과 다름없어서다. 최근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결정을 두고는 몇몇 투자자들은 “BTS 보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샀더니 BTS가 소속사를 옮긴 격”이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의 분노가 근거 없는 얘긴 아니다. 한국의 지주회사만 봐도 그들이 거느린 상장사들의 기업가치보다도 낮은 값으로 거래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삼성물산(028260)이 거느린 삼성전자(005930)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의 지분가치는 36조원이 넘고, 삼성생명(032830) 등 그 외 관계사 지분가치까지 감안하면 42조원 수준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이러한 지분가치의 절반 수준인 19조 8000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물적분할에 나설 기업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주주들과의 협의점을 찾을 수 있는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적분할은 사업장 내에서 일종의 구조조정을 해서 신사업으로 넘어가는 것인데,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늘어날 개연성이 있다”면서 “신사업에 대한 성과를 기존 주주들, 특히 장기투자한 주주들에게도 나눌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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