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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유방목 달걀·'9' 유기농 수입과일…식품 숫자의 비밀

김유성 기자I 2019.06.28 06:15:00

최근 수입과일 스티커 숫자 정보 SNS서 화제
식품 포장과 용기에 붙는 숫자의 의미는?
과일, 달걀, 커피용기 등 숫자 알아두면 구매에 도움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식품에는 다양한 숫자가 기재된다. 제조시점부터 유통기한까지 다양한 내용 담긴다. 겉보기에 알쏭달쏭한 식품 속 숫자 세계에 소비자들은 때론 불안감을 느낀다. 이런 불안감은 식품 안전에 대한 사건사고가 터질 때 괴담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최근 수입 과일에 붙은 스티커 숫자에 대한 얘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3은 농약으로 재배한 과일, 8은 유전자변형 과일, 9는 유기농 과일.’ 이 숫자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야한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런 얘기는 2017년 초에도 돌았다. 과일 수입사들은 수입 과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염려했다.

SNS에서 다시 회자하고 있는 과일 스티커 코드 이미지.(사진=페이스북 등)
소문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9로 시작하는 숫자의 과일은 유기농이 맞지만 8로 시작하는 과일 전체를 유전자변형 과일로 판단할 수 없다. 국내 대표적인 해외과일수입 기업 돌(Dole)코리아는 유전자변형 제품을 위한 코드가 할당됐지만(83XXXX) 실제 쓰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일반 재배 농산물로 봐도 무방하다. 3과 4로 시작하는 과일도 일반적인 재배 농법으로 생산된 과일로 필요한 농약과 화학 비료를 썼을 뿐이다. 과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들 코드가 붙은 목적은 무엇일까. 돌코리아에 따르면 수입 과일에 붙은 스티커 숫자는 ‘PLU코드’다. ‘Price Look Up’의 약자다. 유통 매장들이 재고 관리와 계산 편의를 위해 1990년부터 부착했다. 다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유통사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숫자다보니 소비자들에게는 불친절했던 것이다.

암호 같은 숫자는 기업도 헷갈리게 만든다.

2017년 여름, 네이버 검색 팀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검색어 요청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14리라’였다. 처음 이들은 ‘리라’라는 화폐 단위와 연관된 검색어인줄 알았다. 그러나 1도 아니고 2도 아닌 14라는 숫자에 ‘리라’가 붙는 이유를 네이버 검색 팀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스터리 숫자 코드 같은 14리라에 검색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전국은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시끄러웠다. 주부들은 식품 안전에 불안을 느꼈고 안전한 달걀을 찾아 마트를 뒤졌다. 어떤 달걀이 안전한지 정보도 공유했다. 네이버 검색팀은 그제서야 알았다. 14리라는 당시까지 있던 ‘난각’(알에 새겨진) 고유 코드였던 것이다. 14는 경상북도를 뜻하는 지역 코드였다. ‘리라’는 농장주가 붙인 이름이었다. 경상북도에서 ‘리라’라는 고유 이름을 가진 농장 달걀이 안전하다고 알려지면서, 네이버에 이를 찾는 검색이 몰렸던 것이다. 달걀에 새겨진 의문의 숫자가 몰고 온 해프닝이다.

제난 2017년 8월 제주도 관계자들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농장창고에서 살충제 성분인 비펜트린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된 경기도 산 ‘08광명농장’ 표기 계란을 폐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2월부터는 달걀에 산란일과 고유번호까지 찍히기 시작했다. 제일 처음 나오는 숫자 4개는 산란일, 중간에 영문과 함께 표기된 숫자 5개는 고유 번호를 뜻한다. 끝의 숫자 하나는 사육 환경이다. 예컨대 1은 자유방목 달걀로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나온 알이다. 2는 축사 내에서 사육된 닭의 알을 의미한다. 3은 개선된 케이지(0.075㎡ 면적)에서 기른 닭이 낳은 알이다. 4는 기존 케이지(0.05㎡ 면적)에서 나온 달걀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소비자들의 지나친 관심이 억측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스타벅스 등 카페 프랜차이즈 커피 컵 용기에 붙는 숫자가 그 예다. 암호처럼 쓰인 숫자를 궁금해 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던 것.

스타벅스커피코리아에 따르면 이들 숫자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표시 기준에 따라 정해졌다. 용기의 재질을 뜻하는 숫자다. 가령 ‘1’이 페트(PET), ‘2’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3’이 염화비닐(PVC)을 뜻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1~7 표시된 용기 모두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식품 용기 기준 규격에 맞춘 안전한 재질”이라며 “재질에 따른 분리배출 구분표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용기에 붙는 플라스틱 재질을 뜻하는 숫자들. 식음료를 담는 용기로는 1번 페트가 가장 많이 쓰인다.
그외 다른 숫자도 있다. 몇번 기계에서 생산됐는지 알려주는 번호다. 예컨대 ‘HTB-12’라는 코드는 HTB12라는 기계에서 찍혀져 나왔다는 뜻이다. 관리 차원에서 제조사가 찍어 놓은 숫자다.

스타벅스 테이크아웃잔 밑면 사진.(이데일리DB)
국내 식품 제조사들의 우유나 간장 등에도 암호처럼 숫자가 기재돼 있다. 예컨대 매일우유 제품 패키지는 지방 함량에 따라 0과 1, 2로 구분해 놓았다. 지방 함유량이 0%, 1%, 2%라는 뜻이다. 샘표식품의 양조간장 501은 단백질 함유량 1.5%를 501로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숫자는 간장에 함유된 최적의 단백질 비율을 뜻한다. 자사 간장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상표로 드러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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