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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걸음마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는 여전히 소수다. 대한민국만 하더라도 국내 상장기업 1787개사 중 여성 CEO가 활동하는 곳은 단 13곳. 0.73%에 불과하다.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이들 여성이 주목 받는 이유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와 기대 만큼 풀어야 할 과제와 고민도 많다. 2014년 대한민국 정·재계를 이끌 기대주 여성리더 7인방이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최연혜 코레일 사장,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 서영경 한국은행 부총재보, 최은주 포스코 상무,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이수경 한국피앤지 사장이 바로 그들이다.
◇보수적 유리천장 뚫다
권선주 기업은행장-“리스크관리 꼼꼼한 은행경영”=사상 첫 은행장 타이틀을 거머쥔 권선주 기업은행장(58)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여성 리더로 꼽힌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리스크관리를 접목한 은행 경영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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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고객만족(CS)센터장, PB사업단 부사업단장, 중부지역본부장, 카드사업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 등 본부 핵심 요직을 두루 거쳤다. 35년 간 기업은행에서 몸담으면서 첫 여성 1급 승진, 첫 여성 지역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권 행장은 “저수익·저성장 국면이기 때문에 비용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재 기업은행이 당면한 현안은 없지만, 각 사업부별로 짜여진 업무계획을 다시 살펴보고 문제점이 없는지 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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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 한은에 입사한 서 부총재보는 경제연구원 실장, 국제국 팀장을 거쳐 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초 2급 승진 2년 만에 1급에 오른 뒤 다시 반년 만에 임원 자리를 꿰찼다.
업계에선 올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시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또 다른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 만큼 경제 나침판 역할을 하는 조사와 경제통계 분야 수장으로서의 그녀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철도대학 총장 출신 뚝심 전문가”=‘한국철도 114년 역사상 첫 여성 수장’도 최근 등장했다. 바로 최연혜(58)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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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4개월째를 맞은 최 사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소신껏 ‘뚝심’있게 일을 처리한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하수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역대 최장기로 이어진 철도 파업이 22일만에 일단락 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였다.
문제는 앞으로다.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한 코레일의 경영 구조 개선과 철도산업 중장기 발안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등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번 과제로 그에 대한 평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말단 사원에서 CEO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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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장은 1989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광고기획자로 근무하다가 1994년 한국P&G에 합류했다. 제품 브랜드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각 브랜드를 1위로 성장시킨 마케팅 전문가로 2002년 한국P&G 최초의 여성 임원에 등극했다.
이 사장은 “중요한 순간 많은 도전이 있었고, 그때마다 피하지 않고 발전의 기회로 삼았다”며 “때문에 오늘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올해로 2년째 수장을 맡고 있는 그는 글로벌 업무 경험을 통해 얻은 폭넓은 안목과 한국 시장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두루 갖춰 한국P&G를 이끌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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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상무는 낙천적인 성격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자 보다는 동료로 다가가며 위치를 다져나갔다. 그는 “직장생활에서 ‘업무능력은 필수’이고, 임원까지 성공하려면 인간관계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충고한다.
그는 포스코A&C에서 중장기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회사의 재무전략, 경영분석, 성과평가 등 재무영역을 총괄하며 활약 중이다.
◇고감성 경영 리더십 주목 받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외강내유 감성경영 주목받다”=증권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최고경영자인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61)은 감성경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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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여성 특유의 감성으로 직원들의 복지와 사회공헌활동을 주도하는 한편, 외형확대를 위한 과감한 결단력으로 외유내강형 CEO로 불리고 있다.
그가 꼽는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인재’. 맞춤형 자산관리 ‘금융주치의’로 고객만족 경영을 실현하고, 직원들의 창조적 역량개발과 복지 향상을 위해 본사 지하에 ‘트러스트 큐브’라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모성 경영’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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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른 예술분야와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춤 영역을 확장시킨 안무가로 유명하다. 취임 후 5개월여 간 안 감독은 줄곧 ‘열린 국립현대무용단을 꾸리겠다’는 각오를 다져왔다. 공연에 따라 학생·일반인·전문가·전공자별 오픈 리허설을 진행하고, 전문가워크숍 등의 학술연구 프로그램을 늘린 것도 주요 변화다.
안 감독의 올해 목표는 ‘모두가 참여하고 즐기는 현대무용 만들기’다. 이를 위해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제작하고 우수 레퍼토리를 축적해가는 과제를 최우선으로 잡았다. 국립단체로서의 대표성과 현대무용의 대중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한 ‘열린 리더십’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