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인더스트리]OLED 만드는 장비는

강경래 기자I 2021.07.17 08:00:20
OLED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제공=삼성디스플레이)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오늘은 대세 디스플레이 ‘OLED’ 생산에 관여하는 장비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비롯한 디스플레이는 반도체,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 상품 중 하나입니다. 몇 년 전 LCD(액정표시장치) 1위 자리를 중국에 넘겨주면서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다행히 LCD 뒤를 잇는 디스플레이 OLED 분야에선 여전히 한국이 전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후방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OLED 장비기업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아울러 OLED 장비기업들은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 대거 상장돼 있어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입니다.

OLED 제조과정, 반도체 공정과 유사해

OLED 장비기업들을 알기 이전에 OLED를 제조하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OLED와 LCD 등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우선 유리 혹은 플라스틱 기판을 투입한 뒤 그 위에 금속 혹은 비금속 가스를 입히는 증착공정을 수행합니다. 이렇게 가스가 입혀진 기판 위에 회로선폭을 형성하기 위한 노광공정을 거칩니다. 이는 카메라로 찍은 뒤 어두운 곳에서 필름에 빛을 가한 뒤 현상하는 과정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후 기판 위에 형성된 회로선폭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식각공정이 진행되구요. 이렇게 깎아내고 먼지(파티클)가 남은 것을 말끔히 씻어내는 세정공정을 거칩니다. 이후 회로선폭이 잘 만들어졌는지 여부를 정밀하게 살펴보는 측정공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증착과 노광, 식각, 세정, 측정 등 과정은 한번이 아닌, 필요에 따라 수십번 반복하게 됩니다. 이후 TV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용도에 맞게 기판을 정밀하게 자르는 공정을 거친 뒤 반도체 등 필요한 부품을 장착하는 모듈 공정을 거쳐 하나의 OLED가 완성됩니다. 이렇게 OLED가 완성하기까지 한달 보름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이러한 과정은 OLED와 LCD 등 디스플레이 모두 동일합니다.

다만 OLED는 유기물을 증착하는 과정과 함께 유기물을 보호하기 위한 봉지 증착 과정 등이 추가됩니다. OLED가 스스로 빛을 내기 위해선 기판 위에 유기물을 입히는 공정이 필수입니다. 이는 유기증착, 즉 ‘이베포레이션’ 공정이라고 합니다. 이후 수분과 산소 등 외부 요인으로부터 유기물을 보호하기 위해 막을 입히는 봉지증착, 즉 ‘인캡슐레이션’ 공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공정에는 반드시 장비가 들어가 기능을 합니다. 우선 주성엔지니어링(036930)은 산화막(옥사이드) 증착장비와 함께 봉지증착장비(인캡슐레이션)에 주력합니다. 앞서 주성엔지니어링이 반도체 원자층증착장비(ALD)를 업계 최초로 출시한, 반도체 증착장비 분야에서도 강자라고 언급했습니다.

디엠에스(DMS(068790))는 화학약품을 이용해 OLED 기판 위에서 세정(클리너)과 현상(디벨로퍼), 박리(스트리퍼) 등을 수행하는 습식 공정장비에 강점이 있습니다. 특히 디엠에스는 국내에선 거의 유일하게 중국 웨이하이에 공장을 두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 현지 공급과 함께 장비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케이씨텍은 디엠에스와 습식 공정장비 분야에서 경쟁하는 업체입니다. 인베니아(079950)는 기판 위에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는 건식식각장비(드라이에처)를 생산합니다.

노광장비 등 핵심 장비 여전히 수입에 의존

OLED 공장 역시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클린룸’이 필요합니다. 클린룸은 먼지 하나 없는 청정공간을 의미합니다. OLED와 반도체 모두 먼지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곧바로 불량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OLED 공장 안에서 먼지를 빨아들인 뒤 청정공기를 넣는 산업용 공기청정기가 필요한데요. ‘팬필터유닛’(FFU)으로 불리는 이 제품은 신성이엔지(011930)가 전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이어갑니다. 공장 안에서 기판을 이송·분류하는 공정자동화장비는 에스에프에이(056190)가 강세를 보입니다.

탑엔지니어링(065130)은 봉지증착 공정에 쓰이는 적하장비(디스펜서)를 비롯해 기판을 절단하는 장비(글라스커터) 등을 생산합니다. 에스엔유프리시젼과 동아엘텍 등은 OLED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장비(테스터), 비아트론은 열처리장비(퍼니스)에 주력합니다. AP시스템은 엑시머 레이저 어닐링(ELA) 장비를 비롯해 레이저 리프트 오프(LLO) 장비 등 OLED 레이저 장비 분야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OLED 장비는 반도체 장비와 달리 국산화가 이미 활발히 이뤄진 분야입니다. 앞서 언급한 데로 반도체 장비 국산화는 20%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OLED 장비 국산화는 70% 이상입니다. OLED 장비기업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전 세계 OLED 시장을 장악한 한국 업체들에 공급한 평판(레퍼런스)을 앞세워 비오이(BOE)와 차이나스타(CSOT), 티엔마 등 OLED 분야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중국 업체에도 납품하면서 실적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올해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맞은 반도체에 이어 OLED 역시 내년에 ‘빅사이클’을 형성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이에 따라 OLED 장비 시장 역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OLED 장비 매출은 전년보다 32% 감소한 47억 5900만달러(약 5조 4000억원)로 전망됩니다. 반면 내년에는 올해보다 무려 76% 상승한 83억 7600만달러(약 9조 5000억원)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반도체 장비가 주목받고 있다면 올 하반기 이후 OLED 장비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 있습니다. OLED 핵심 장비는 여전히 외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OLED 노광공정 장비는 전량 수입해야 합니다. 이 분야에선 일본 니콘과 캐논이 과점합니다. 유기물을 증착하는 이베포레이션 장비 역시 토키와 울박 등 일본 업체들이 과점합니다. 이베포레이션 장비는 에스에프에이와 에스엔유프리시젼이 일부 국산화했으나, 현재까지 양산 라인에 활발히 채용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반도체뿐 아니라 OLED 장비 국산화에도 관심을 둬야 할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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