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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비건 치즈'로 美 진출…재미있는 상상 멈추지 않죠"

김범준 기자I 2022.01.03 07:00:00

[인터뷰]푸드테크 기업 '양유' 오경아 대표
연극학도서 마케터로…4년째 경영 총괄
청년떡집·우주인피자 브랜드 사업 강화
100% 식물성 '비건 치즈'로 CES 데뷔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마케팅 대행을 하다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실제 이뤄졌고, 언젠가 미국에 진출할지도 모른다는 신나는 상상이 현실이 됐어요.”

푸드테크(음식과 기술의 융합) 스타트업 ‘양유’의 오경아 대표이사는 2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오 대표는 양유 입사 8년째가 되던 2019년부터 대표를 맡고 각종 식품 사업을 총괄하며 4년째 회사를 이끌어 온 30대 청년 경영인이다.

2일 오경아 양유 대표이사가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경영 스토리를 전하고 있다.(사진=양유)
양유는 오는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CES 2022’에 국내 푸드테크 기업 최초로 참가한다. 양유가 지난달 설립한 미국 현지 자회사 ‘아머드 프레시’를 통해 ‘아머드 프레시 비건 치즈’ 8종을 처음 공개한다. 자체 연구·개발로 생산한 100% 식물성 ‘비건 치즈’의 제품 경쟁력과 혁신 기술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이날 직접 시식해 본 비건 치즈는 실제 치즈와 구분이 잘 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한 풍미를 뽐냈다. 아몬드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 대체유에 자체 개발한 ‘키 믹스(핵심 배합 원료)’와 발효 기술을 조합하고 자연 치즈와 동일한 방식으로 발효해 만들었다. 동물성 치즈와 거의 유사한 수준의 단백질 함량(100g당 최대 20%)도 갖춰 영양까지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오 대표는 “기존 코코넛 기반 대체 치즈 제품들은 진짜 치즈와 쉽게 구분되고, 가열하면 물처럼 녹아 흐르는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양유 ‘우주인피자’에 비건 치즈 적용을 연구하던 부천공장 연구소에서 약 1년 반에 걸친 수많은 시도 끝에 차별화된 대체 치즈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양유가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2’에서 선보이는 ‘비건(vegan·식물성) 치즈’ 제품들.(사진=양유)
대학에서 연극(무대연출)을 전공한 오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양유에 합류해 광고·마케팅 실무를 접했다. 교류하고 지내던 주요 식품기업 출신 마케터와 브랜드 매니저들이 당시 종합 광고대행사였던 양유에 합류하면서 그에게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한 것. 그는 사람을 따라 지난 2012년 양유에 입사해 마케터로 성장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직접 우리만의 브랜드와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상상이 나왔다. 그간 마케팅과 브랜딩을 하며 쌓아 온 ‘맨파워’를 믿었다. 2017년 양유는 식품 연구·개발(R&D) 연구소를 설립하고 푸드테크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이듬해 최초의 자사 디저트 브랜드 ‘청년떡집’을 출범하고 최초 제품 ‘티라미슈 크림떡’을 선보였다. 시장의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떡을 활용한 ‘맛있는 퓨전 한식 디저트’ 콘셉트로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금세 입소문을 탔다.

트렌드에 민감한 ‘청년’과 상반될 수도 있는 전통적 느낌의 ‘떡집’을 이종 결합한 ‘작명 센스’도 통했다. 올해로 출시 4년차를 맞은 청년떡집의 상품 수는 약 60개로 늘어났다. 누적 판매량은 13만개 이상이며 연간 약 70억원 수준의 매출을 내는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양유 브랜드 ‘청년떡집’(왼쪽)과 ‘우주인피자’ 대표 제품.(사진=양유)
오 대표는 “청년떡집이 양유의 첫 도전이었지만 과학적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접근해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면서 “자체 구축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핀셋’이 그 비결”이라고 귀뜸했다. 핀셋을 통해 시장 트렌드와 키워드를 읽어 내 ‘될 만한’ 상품을 족집게처럼 발굴한다는 것이다.

청년떡집 탄생 이듬해인 지난 2019년 오 대표는 사업별 디렉터들 중 최연소임에도 불구하고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회사 안살림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물론 대외 협력 업무에서 보인 발군의 역량 등이 높게 평가됐다. 구성원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융화력도 그의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 오 대표는 회사에서 ‘엄마 같은 실무형 리더’로 통한다.

그는 대표에 오른 뒤 레스토랑 간편식(RMR) 브랜드 ‘우주인피자’ 사업을 강화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청년떡집 제품과 달리 경기 부천에 직접 공장을 마련하고 연구와 생산을 해 나갔다. KDB산업은행 등으로부터 352억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 받고 6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양유 부천공장 모습.(사진=양유)
우주인피자는 특허 취득 화덕 장비를 통해 다른 냉동 피자와 맛을 차별화한 간편식이다. 우주인피자는 현재 피자 외에도 스테이크 RMR 제품 등 약 15개 품목을 가진 브랜드다. 이번에 미국 CES 2022에서 첫선을 보이는 ‘비건 치즈’ 역시 우주인피자 신제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2001년 설립한 양유는 5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며 2020년 약 113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년 만에 약 52.7%(39억원) 급성장한 수치다. 양유가 소유한 브랜드들 역시 올해 평균 30%대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올해 양유는 야심차게 선보인 ‘비건 치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CES 2022를 통해 글로벌 대체식품 시장에 성공적으로 데뷔를 한 뒤 이르면 오는 2월 국내 시장에 첫 시판할 예정이다. 식품 수출입을 위한 절차도 마무리 짓고 올 4월 중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오는 2025년 코스닥 상장도 목표로 세웠다.

오 대표는 “양유가 곧 코스닥에 이어 미국 나스닥에도 상장을 하게 될 거라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곤 한다”면서 “‘밝은 곳으로 흐른다’는 뜻의 회사명처럼 모든 양유인들은 계속 도전하며 이러한 신나는 상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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