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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문(文)주공화국이냐"…맥빠진 시한부 `필리버스터`(종합)

이성기 기자I 2020.12.10 00:00:59

`근조` 리본 국민의힘, "친문무죄, 반문유죄" 피켓 시위
與, 정기국회 마지막 9일 `경제3법` `ILO 3법` 등 일사천리
`헌법 유린` 목청 높였지만 `10일 0시` 자동 종료
10일 오후 공수처법 개정안도 처리할 듯

[이데일리 이성기 권오석 김겨레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첫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본회의에서 이른바 `3%룰`을 완화하는 상법 개정안을 포함해 100여건의 법안을 의결했다. 본회의 시작 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하지 않은 비쟁점 법안들을 우선 처리한 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은 추후 처리키로 합의했다. 거대 양당의 신경전 속에 본회의는 예정 보다 1시간 가량 늦은 오후 3시가 넘어서야 열렸다.

21대 첫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경제3법` `ILO 3법` `일하는 국회법` 등 일사천리

이날 `경제3법` 중 하나인 상법 개정안을 포함해 권력기관 개혁 3법 중 하나인 경찰청법 개정안, 상시국회를 도입하는 `일하는 국회법`,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여야가 입장차를 보여온 법안들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아울러 아동 성범죄로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외출·접근금지 명령을 추가로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외출제한·접근금지를 강화하는 내용의 `조두순 재범 방지법`도 가결됐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할 계획이던 국민의힘은 최대 쟁점 법안 3개(공수처법·남북관계발전법·국가정보원법)를 추려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사회적 참사 진실규명법(사참법) 개정안과 5·18역사왜곡처벌법의 경우 무제한 토론을 하지 않고, 찬반 토론에만 나섰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 스스로 보장한다던 `야당 비토권`을 말살하고 공수처 검사 자격 요건마저 완화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문재인 사람들의 공수처`를 만들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자정까지 연설을 쉬지 않겠다며 기저귀까지 착용하고 목 보호 스프레이와 안약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필리버스터는 해당 회기에만 유효해 이날 자정 종료됐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되는 10일부터 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을 하나씩 처리할 예정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필리버스터가 종료되고 내일 (공수처법을) 처리하겠다는 게 우리당 입장”이라며 “5일 간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것으로 보여서 5일 간 본회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 탓…`투표 불성립` 선언 해프닝도

이날 공수처법을 개정안을 처리하기도 연계된 법안을 표결에 부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을 대신해 의사봉을 잡은 김상희 부의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 표결을 마친 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다.

갑자기 장내가 술렁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 의장에게 공수처법 개정안 관련 연계 법안을 이날 표결에서 보류해 달라며 법안 목록을 제출했는데, 해당 법안이 빠져 있었던 탓이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거쳐 12월 임시국회 회기가 시작되는 10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계획이었다.

김 부의장은 “(여야의) 합의된 의견을 전달받지 못해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며 “투표는 했지만 결과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측에서 고성과 항의가 터져나왔고, 국회법에 투표 후 결과 발표를 보류하는 등의 사항은 없어 다시 문제가 됐다.

결국 김 부의장은 여야 합의로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김 부의장은 “중차대한 상황에서 여야가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있는데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충분히 협의하고 노력했어야 한다”며 “본회의장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된 데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공공재정 부정청구 금지 및 부정이익 환수 등에 관한 법 개정안·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개정안·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도 표결을 보류했다.

한편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과 관련해 정의당 측에 “원내대표로서 사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강은미 원내대표가 전했다. 민주당은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참여한 안건조정위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담은 정부안을 통과시킨 뒤, 전체회의에서 이를 뒤집고 전속고발권을 `유지`한 수정안을 의결해 반발을 샀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대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맥빠진 필리버스터…김기현 “대한민국 문(文)주공화국”

국민의힘은 밤 9시부터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다. 앞서 박병석 의장에게 전원위원회 소집을 요구했지만 여야 간 논의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전원위원회는 `정부조직에 관한 법안, 조세 또는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법안`에 대해 국회의원 300인 전원이 참여해 논의하는 제도다.

무제한 반대 토론에 나선 김기현 의원은 첫 마디로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를 낭독한 뒤, “거대 여당과 청와대가 합작해 민주주의를 짓밟고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문주공화국`(문재인+민주공화국)이다. 주권은 문님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문빠들로부터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국회 시스템은 통째로 바뀌고 불법과 부정이 합법으로, 정의로 가장하고 둔갑한다”며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서 꼼수와 편법으로 국민을 무시하고, 야당을 패싱하고 입법 폭주를 자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김 의원의 필리버스터는 3시간 만에 끝났다. 정기국회 회기가 이날 자정까지여서 필리버스터도 `10일 0시`에 자동 종료되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같은 안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한 차례밖에 할 수 없다.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라는 민주당의 1차 목표는 저지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민주당은 1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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