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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플링 아니고 만두입니다"…이름까지 바꾼 K푸드 열풍

정지윤 기자I 2020.09.16 00:05:41

K푸드 열풍... 음식명 표기도 한글 이용 사례↑
K-POP스타·먹방 유튜버로 익숙해진 우리말
한식의 고유명사화...이제는 자연스러운 흐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튜브 사용 시간이 늘면서 국내는 물론 미국·일본 등에서 먹방(먹는 방송)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먹방의 세계적인 유행에 따라 해외에서는 '먹방'을 표기할 때 우리말 발음 그대로 표기한 ‘먹방(MUKBANG)’ 또는 ‘モッパン(못팡)’이라며 고유명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울러 음식 이름도 한글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본 면 요리 ‘라멘’과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을 모두 ‘Ramen’으로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Ramyun’ 혹은 ‘Ramyeon’으로 한국어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덤플링(Dumpling)' 대신 '만두(Mandu)'

K-푸드의 세계적 인기로 어디서든 쉽게 조리해 한식을 맛볼 수 있는 국내 인스턴트 음식들이 각광받고 있다. 그 중 한국식 '만두'(K-mandu)는 단연 인기다.

K-만두 열풍의 주역인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만두는 2016년부터 미국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제품의 이름이다.

외국에서 만두를 비롯해 밀가루 반죽에 속을 채운 형태의 음식을 보통 덤플링(dumpling)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비비고의 제품명은 우리 발음 그대로 '만두(Mandu)'로 정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품명을 우리말 그대로 사용해 한국 스타일의 프리미엄 만두를 세계에 알리고자 만두(Mandu)라는 이름으로 수출하는 것"이라며 "부연 설명을 덧붙이더라도 대부분의 상품명을 고유의 이름 그대로 사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미국의 한 홈쇼핑에서는 비비고 만두를 판매하기도 했다. 쇼 호스트는 “만두는 덤플링의 한국식 표현이다”라고 설명하며 방송 내내 만두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 누리꾼들은 "만두라고 부르니까 신기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며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홈쇼핑에서 판매된 비비고 만두 (사진=유튜브 캡처)


K-POP스타·먹방 유튜버로 익숙해진 우리말

한국식 발음이 세계적으로 퍼지게 된 데에는 K-pop 스타들과 국내외 먹방 유튜버의 영향이 크다.

미국 연예매체 올케이팝(allkpop)은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지민으로 인해 한국의 국민간식 떡볶이(Tteokbokki)가 전 세계에 홍보되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동대문 야간시장의 한 노점상에서 떡볶이를 먹는 BTS 지민의 목격담이 SNS에 퍼졌고 전 세계의 팬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다”며 “전 세계의 떡볶이에 대한 관심과 판매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농림부 발표를 전했다.

한류 스타들이 SNS와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한식을 먹는 일상적인 모습을 공유하고 세계 곳곳의 팬들은 이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한식의 한국어 발음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인기 먹방 유튜버 미니잇츠(사진=유튜브 캡처)


한국식 이름이 고유명사로 퍼지게 된 데에는 국내외 먹방 유튜버와 누리꾼들도 한몫하고 있다. 먹방의 해외 시청자가 많아진 만큼 음식을 우리 발음대로 표기하자는 의견 때문이다.

구독자수 175만명에 달하는 인기 먹방 유튜버 미니잇츠(MINEE EATS)는 과거 한 영상제목에 ‘모찌(mochi)’를 적었다가 누리꾼의 뭇매를 맞았다. 떡을 뜻하는 일본어 모찌(もち)를 사용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구독을 취소하겠다’, ‘친일파다’ 등의 도 넘은 악플을 달았고 얼마 후 해당 유튜버는 사과 댓글과 함께 영상 제목을 ‘찹쌀떡(chapssaltteok)’으로 수정했다.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떵개', '문복희' 등 다른 유명 먹방 유튜버들도 해외 시청자를 위한 영어 제목·자막에 음식의 이름을 한글 발음대로 쓰기 시작했다.

구독자 수가 많은 만큼 그 파급력 또한 대단하기에 이러한 유튜버들의 노력으로 한식의 우리말 발음이 더욱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한식의 고유명사화...이제는 자연스러운 흐름

해외의 먹방 유튜버들 역시 영상 제목에 한식을 한국발음으로 표기하는 추세다.

과거 해외에서 김밥을 ‘코리안 스시(Korean sushi)’라고 불렀지만 최근에는 K-문화와 먹방의 영향으로 ‘김밥(Gimbap)’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짜장면은 ‘Jjajangmyeon’으로 쓰고 영어식 표현인 ‘Black bean noodles’로 설명을 더한다. 대표 한식 메뉴인 갈비찜은 ‘Galbi-jjim’으로, 삼양 '불닭볶음면'에서 유명해진 불닭은 ‘Buldak’으로 적고 있다.

영상번역 전문가 박나연 누벨콘텐츠 미디어 대표는 “최근 코로나19로 유튜브, 넷플릭스 등 여러 플랫폼의 사용이 늘어 콘텐츠 번역에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김치나 떡볶이 이외에 외국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음식들도 특별한 번역 없이 고유명사 그대로 적는 편이다"

이어 그는 "해외 시청자 역시 한식을 고유명사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영상과 자막을 함께 보기 때문에 낯선 단어라도 정황상 의미를 이해하기 쉬워 소통에는 크게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스냅타임 정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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