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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北평양 제친 싱가포르..어떤 곳이기에

이준기 기자I 2018.05.11 04:26:50

중립성과 접근성, 안전성, 인프라 등에서 후한 점수
중국·대만 첫 정상회담 열린 곳..北에 거부감 없어
샹그릴라 호텔 유력 속 마리나베이선즈호텔도 거론

사진=연합뉴스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 장소가 싱가포르로 낙점된 건 중립성과 접근성·안전성·인프라 등 여러 면에서 경쟁 후보지를 앞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때 급부상했던 판문점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신선도가 떨어졌다. 자칫 남북 사이에 ‘샌드위치’가 될 수 있다는 미국의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막판 깜짝 카드로 고려됐던 평양은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대통령의 경호·치안 문제와 함께 자칫 미국이 북한에 머리를 숙이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배제됐다.

싱가포르는 어떤 곳일까. 일단 미국·북한과 모두 교류하는 ‘중립국’이다. 아시아의 ‘스위스’로 불리는 배경이다. 무엇보다 ‘외세’와 벽을 쌓아온 북한에 친숙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싱가포르는 북한과 외교관계가 있고, 북한 대사관도 있다”고 했다. 실제 싱가포르는 북한의 6번째 교역국으로, 북한의 무역상사와 선박회사들이 다수 진출해 있다고 한다. 한때 통치자금을 맡은 노동당 39호실도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곳이기도 하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인 ‘참매 1호’가 중간 급유 없이 단박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평양과 싱가포르 간 비행거리는 5000Km인데, 참매 1호의 최대 비행거리는 1만Km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에선 7시간, 워싱턴에선 약 19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인 장소로는 샹그릴라 호텔이 먼저 거론된다. 싱가포르 공항에서 차로 20~3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등 각종 국제회의 장소로 사용돼온 만큼 경호·의전 측면에서도 손을 덜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의 세기의 첫 정상회담도 바로 이곳에서 열렸었다. 2008년 당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회동한 곳으로 우리에겐 잘 알려졌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후원자 중 한 명이자, 각별한 관계로 알려진 셸던 애덜슨 샌즈그룹 회장이 소유한 마리나베이선즈 호텔도 후보지로 꼽고 있다. 다만, 북한 입장에선 보다 중립적인 샹그릴라호텔을 선호할 공산이 크다.

북·미 정상회담이 당일치기가 될지, 1박2일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9일 북한에서 귀환 중에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 “당일치기를 원칙으로 하되, 논의할 것이 추가로 생기면 하루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담엔 그간 정상회담을 총괄해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전례로 봤을 때 미국에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 북한에선 리수용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함께할 공산이 크다. 회담이 긍정적으로 끝난다면 이른바 ‘비핵화’와 ‘체제보장’ 맞교환을 골자로 한 이른바 ‘싱가포르 선언’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자회견 여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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