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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의 창과 방패]반복되는 인사 참사 원인은

e뉴스팀 기자I 2021.07.01 06:20:58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부족주의는 ‘내로남불’을 밥 먹듯이 저지르는 정치적 이념이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정치적 부족이나 패거리 이익이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한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보면서 떠오른 글귀다. 강준만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는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 현 정권을 연고주의를 뛰어넘은 부족주의 공동체로 규정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반박하고 싶겠지만 반복되는 도덕성 시비를 감안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다.

김 비서관이 소유한 부동산은 91억2,000만 원대. 지난 3월 새로 임용되거나 승진 퇴직한 고위 공무원 73명 가운데 최고다. 투기의혹 못지않은 건 56억 원에 달하는 ‘빚투’다. 그런데도 임용됐으니 여당에서조차 거듭되는 인사 참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 추천과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고위 공직자 부동산 비위로 위기를 겪고도 여전히 부동산 문제에 무감각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사태 초기 청와대는 “변호사 시절 투자용으로 구입했기에 문제될 게 없다”며 두둔했다. 안일한 대응은 현 정부에서 계속되는 인사 참사와 맞물려 있다. 이런 눈높이에서 문제가 반복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야당 패싱’ 장관은 32명이다. 노무현 3명, 이명박 17명, 박근혜 10명 등 3개 정부를 뛰어넘는다. 문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수긍할 국민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두말할 것 없이 청와대 인사 검증은 부실하다. 청와대는 LH 사태가 터진 후 3월11일 비서관급 이상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했으나 “의심 거래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투기 의혹을 제대로 거르지 못한 채 김 비서관을 임명했으니 어처구니없다. 당시 LH 사태 소나기만 피하려 했지 제대로 된 인사검증을 소홀히 했거나 의도적으로 눈감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인사검증을 담당한 김진국 민정수석과 김 비서관은 동향이다.

김 비서관이 보유한 부동산은 조금만 들여 봐도 투기 의혹을 비켜가기 어렵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왜 이런 사실이 검증되지 않고 임명되었는지 인사 시스템을 돌아봐야 한다”는 말로 허술한 인사검증 과정을 비판했다.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56억 원 ‘빚투’를 ‘투자’로 해석하는 아량까지 베풀었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반복되는 ‘내로남불’이다. 김상조 논란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되는 구설은 유독 부동산에 관대한 현 정부 인식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을 강행 처리했다.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정작 서민들을 못살게 하는 문제 많은 법이다. 부작용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상조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전세 보증금을 1억2000만원(14%) 올려 받아 사달이 났다. ‘임대차 3법’은 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을 만든 당사자가 법 시행 직전에 3배가량 올려 받았다.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감수성마저 결여된 행동이다.

부동산과 관련해 민주당 정부는 할 말이 없다. 지난해 12월 경실련 발표는 부동산 정책 실패를 적나라하게 확인시켰다. 청와대 1급 이상 전직과 현직 참모 65명이 소유한 집값은 정부 출범 이후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출범 직전 8억2000만원에서 11억4000만원으로 평균 3억2000만원 올랐다. 야당은 “소득주도 성장이 아닌 불로소득 주도 성장”이라며 조롱했지만 반박하기 어렵다. 부동산 관련 구설이 계속되면서 민주당 정부에 대한 회의가 일고 있다.

지난 23일에도 경실련은 “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서울 아파트 값은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4년 만에 평당 평균 2061만 원에서 3971만 원으로, 30평형 아파트로 계산하면 6억2000만 원에서 11억9000만 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경실련은 “17% 올랐다는 정부 발표는 거짓 통계”라고 반박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잦은 구설은 이런 연장선상에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둔감해진 나머지 잣대는 느슨해졌고 패거리 이익을 위해서라면 눈감는 값싼 의리다.

고위 공직자 비위는 돈과 권력을 모두 갖겠다는 탐욕을 밑바탕에 두고 있다. 여기에 우리 편은 괜찮다는 ‘내로남불’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 강준만 교수는 “열성 지지자들의 강철 같은 신념과 행동이 부족주의라는 집단정서를 뒷받침한다”면서 “그것은 진보가 아닌 ‘밥그릇 공동체’에 가까운 ‘가짜 진보’”라고 규정했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을 닮는다고 한다. 국민의힘을 비난하며 정권을 잡은 민주당이 어느새 ‘사이비 진보’로 전락한건 아닌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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