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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의 창과 방패] 전략적 판단 필요한 민주당 경선

e뉴스팀 기자I 2021.06.04 07:06:39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연기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힘을 받는 양상이다. 이재명계 의원들은 “원칙대로”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이낙연·정세균·이광재·양승조·최문순·김두관 후순위 주자들은 “바보 같은 원칙”이라며 연기를 주장한다. 관건은 민심과 함께 해야 한다. 찬반 논쟁이 과열되고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경우 민주당 전반에 대한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헌(88조 2항)은 대통령 후보자를 선거일 180일 전까지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 대선 예정일은 3월 9일이다. 역산하면 9월 9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지난해 8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특별 당규 제정을 주도한 이는 이해찬 전 대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상당수는 이재명 지사를 돕고 있다. 조정식 의원은 선두에 있다.

조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전국 지지모임 ‘민주평화광장’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는 “이해찬 전 대표의 정치활동 기반인 광장그룹이 민주평화광장 모태가 됐다”고 했다. 경선 연기론에 대해서도 “당헌 당규대로 하는 게 원칙이고 순리다”고 했다. 이해찬 전 대표가 180일 전 선출 규정을 만들고, 측근들은 이재명 지사를 돕는 모양새다. 후순위 주자들은 “원칙대로”를 흔쾌하게 받아들이는데 망설일 수밖에 없다.

경선 연기론을 특정 후보와 연계해 유·불리를 따지는 건 짧은 생각이다. 민주당과 진보진영 전체에 도움이 되는 지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하나 더한다면 어떻게 할 때 정권 재창출에 가까이 갈 수 있느냐다. 흔히 말하는 ‘선당후사(先黨後私)’가 판단 기준이다. 경선 연기론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 움직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싸움이다. 당헌대로라면 민주당 후보는 야당 후보보다 2개월 앞서 결정된다. 이 경우 야당과 언론공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없는 먼지도 털면 나오는 게 선거판 생리다. 민주당 후보가 만신창이가 되면 야당 후보는 반사이익을 챙기게 된다.

둘째, 가장 많은 수혜를 볼 수 있는 후보는 이재명 지사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로부터 갖은 공세에 시달렸다.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과 추문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야당보다 두 달 앞서 선출된다면 공세는 봇물을 이룰 게 분명하다. 최대한 긴 호흡으로 공동 대응하는 게 유리하다.

셋째, 국민과 함께하는 경선이어야 한다. 경선 과정에 국민들이 참여하지 못하면 당심과 민심은 겉돌게 된다. 9월 초까지 후보를 선출하려면 7, 8월부터 경선을 시작해야 한다. 7, 8월은 여름 휴가철이다. 국민과 함께하는, 축제 같은 경선을 치르려면 11월이 적당하다.

끝으로 코로나19 집단면역 시기를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11월께 집단면역을 목표로 하고 있다. 7, 8월 경선을 강행할 경우 비대면 경선은 불가피하다. 유권자를 만나지 못하는 지역순회 경선은 ‘나 홀로 아리랑’이 되기 십상이다. 반면 야당은 집단면역이 형성된 이후라서 대면 경선이 가능하다. 컨벤션 효과만 놓고 보더라도 조기 경선은 제 발로 밥그릇을 걷어차는 꼴이다.

이재명계 의원들 주장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지난해 4.15총선, 올해 4.7보궐선거 모두 코로나19 상황에서 치렀다. 또 먼저 선출하면 불리하다는 발상 또한 패배주의라는 말도 틀리지 않다. 무엇보다 당헌을 개정하고 치른 4.7재보궐 선거에서 참패는 원칙의 중요성을 확인시켰다. 하지만 당시 개정은 여론을 무시한 ‘내로남불’인 반면 대선 경선 연기는 여론을 수렴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당헌을 개정하지 않아도 경선 연기는 가능하다. 당헌은 ‘상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코로나19 집단면역 상황은 상당한 이유 아닌가. “원칙대로”만 고집한다면 정권을 헌납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구를 위한 원칙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는 현실이고, 정치는 치열한 수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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