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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법인택시·편의점 `고사위기`…`낙인효과`에 정부도 외면

정병묵 기자I 2020.09.16 00:06:00

"강남 '대형룸' 소수…생계영 영세 유흥주점이 대부분"
법인택시 기사들 "개인택시보다 우리가 훨씬 열악해"
편의점 업주 '매출 4억 착시효과'에 제외 "차라리 접어"

[이데일리 정병묵 이용성 이윤화 기자] “차라리 노래연습장이나 단란주점에도 지원금을 주지 말든지 유흥주점만 안 주는 건 명백한 차별 아닙니까.”

서울시 서대문구의 한 유흥주점 문이 집합금지명령으로 굳게 닫혀 있다.(사진=정병묵 기자)


정부가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약 3조원 규모로 소상공인들에게 `새희망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이번 지원대상에서 빠진 업종 종사자들이 분노를 표하고 있다.

특히 유흥주점 업주와 법인택시 기사, 편의점 점주들은 이번 지원 대상인 단란주점, 개인택시와 각각 자신들의 처지를 비교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우리들”이라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매출이 급락했지만 ‘연매출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지원금을 못 받는 편의점 업주들은 아예 가게를 접고 있다.

유흥주점 “85% 이상이 영세업소…왜 우리만 소외”

정부는 이번 추경을 통해 연매출 4억원 이하 소상공인 중 100만원 지급 대상으로 소규모 부동산, 개인택시, 온라인쇼핑몰(매출 감소 기준 충족 시) 등을 선정했다. 법인택시를 비롯해 복권판매업, 약국 등은 지급하지 않는다. 또 집합금지업종은 매출규모와 상관 없이 일괄 2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노래연습장 등이 지원금을 받는다. 단 유흥주점, 콜라텍 등 무도장 운영업은 제외됐다.

특히 룸살롱 등이 포함된 유흥주점은 이번 논란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유흥주점에 대한 국민 인식이 썩 좋지 않은데다가 ‘평소 돈 많이 버는데 뭘 지원해 주냐’는 여론도 많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제외 업종에 대해 “사회 통념상 곤란한 곳”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유흥주점 업주들은 자신들 ‘사치 업종’이라는 인식은 사실이 아니며 대부분 생계형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60대 A모씨는 “30~40년 전 규모를 크게 하던 곳들이 많아 ‘사치성 업소’로 분류됐지만 지금 85% 이상은 대부분 생계형 영세업소로 전락했다”며 “강남 등에 있는 대형 룸살롱은 어차피 연매출 4억원 이상이라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데 우리 같은 영세 업종들이 강남 룸살롱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또 “법적으로 노래연습장은 술을 팔면 안 되고, 단란주점은 접대부를 고용하면 안 되지만, 다 술 팔고 접대부 쓰지 않느냐. 세 업종이 사실상 거의 비슷한 형태”라며 “요새는 ‘보도방’을 통한 노래연습장·단란주점 퇴폐 영업이 제일 심한데 법을 지키지 않는 그쪽에 지원금을 차라리 주지 않으면 속 편하겠다”고 부연했다.

유흥주점 업주들은 자신들의 ‘조세 기여도’와 열악한 상황을 정부가 알아 주길 바라고 있다. 오호석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유흥주점은 코로나19 이후 반년간 가장 오래 쉬었고 식품접객업종 가장 많은 세금, 매출의 약 45%를 내고 있다”며 “일반업종 대비 재산세 중과가 16배나 되는데다 감면도 전혀 받지 못해 업주 상당 수가 신용분량자로 전락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15일 오전 홍대 젊음의 거리 전경. 학생들과 관광객으로 붐빌 시간이지만 행인들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동인구가 줄었다. (사진=이윤화 기자)


법인택시 “개인택시보다 열악한 게 우린데…”

법인택시 기사와 편의점 점주들도 이번 조치에 뿔이 나긴 마찬가지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회사에 속했기 때문에 엄밀히 자영업 소상공인은 아니지만, 지원금을 받는 개인택시 기사들보다 자신들이 더 열악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거치면서 ‘사납금’을 채워본 적이 없다면서 정부가 회사에 지원금을 주고 그 혜택이 자신들에게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인 기사 이모(61)씨는 “9월 들어 오후조(오후 3시~새벽3시)를 뛰고 있는데 17만5000원가량 하는 사납금을 한 번도 채운 적이 없다”며 “봉급 한 달에 세금 다 떼고 160만원 정도 손에 쥔다고 보면 되는데 사납금 못 채우면 공제하고 대부분 100만원대 초반 정도 벌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태원 클럽거리에서 몇 년 간 편의점을 운영해 온 김민철(가명)씨는 매장 처분을 위해 본사와 논의하고 있다. 물건 발주도 더 이상 넣지 않는다. 코로나19 탓에 매출은 90% 이상 급감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된 이후부터는 김 씨의 돈을 넣어야 겨우 매장을 유지한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집행 기준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담배 매출 때문에 연 매출이 4억원 이상으로 분류되지만 담배는 세금 비율이 80%에 달하는 탓에 가맹점주들에게 남는 수익은 거의 없다. 담배 매출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회 대외협력국장은 “대학가, 유흥가 등은 1년치 임대료를 미리 납부해야 하는데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는 줄폐업 말고 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매출과 업종이라는 일률적 기준으로 가를 것이 아니라 특수 상권의 피해가 큰 가맹점에 대한 지원만이라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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