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저물가 대응하자니 부동산이 걱정..이주열의 딜레마

김혜미 기자I 2019.12.19 02:00:00

저금리, 주택수요 높인건 맞아…불가피한 선택
정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사활…금리인하 제약 가능성
"경기·금융안정 상황 등 부작용 종합고려할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혜미 김경은 원다연 기자]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계획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상황을 평가하면서 저금리를 지목했다. 완화적 금융 여건으로 인해 차입비용이 낮아진 것이 주택 수요를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7일 오후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추가 완화 가능성과 집값 과열 원인 진단에 대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가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초저공 비행을 거듭하는 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과 부동산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부담 사이에서 서성이고 있다.

물가 견인과 경기부양을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강화하자고 하니 금리 하락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우려되고,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줄이자니 물가와 경기가 걱정이다. 이 총재의 답 없는 고민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 집값 과열 원인은 유동성+저금리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 중의 하나로 늘 언급되는 것으로 가계부채의 과다가 지목되고 있고,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다시 과열되는 원인으로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를 언급, 완화적 통화정책의 부작용을 지목한데 대해 이 총재도 일정부분 수긍한 셈이다.

그러면서 경기와 물가상황을 감안할 때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피력했다. 이 총재는 “금년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되었고, 또 물가상승세도 현저히 약화되었기 때문에 경기회복을 촉진하고 물가 하방압력을 완화시키는 그런 필요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당시 상황을 비춰보면 경기와 물가에 더 중점을 둬야 할 상황이었고 그에 따라서 금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올들어 11개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개월간 0.4%에 그쳐 물가 안정목표인 2%를 밑돌았으며 지난해 1.5%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한은은 향후 물가 상승률이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면서도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0%와 1.3%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관리목표인 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주열 “통화정책 완화기조 유지”

한은내에서는 여전히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1월29일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리인하 소수의견은 사실상 2명이었다. 신인석 위원은 “현재 통화정책을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조동철 위원으로 추정되는 위원도 “기조적 물가상승률 흐름을 고려할 때 1.25%의 기준금리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지난 11월 금통위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두 차례의 인하 효과 지켜볼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해 금리 인하 의지를 다시 보여준 것으로 해석해왔다.

이날 이 총재는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통위가 내년 초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이 총재는 “물가목표 수준은 단기간 내에 달성해야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고 중기적 시계에서 지향해 나갈 목표”라며 “완화 정도를 추가 조정할 것인지 하는 여부는 물가 움직임만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경기상황, 금융안정상황, 추가조정의 효과와 부작용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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