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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식로드] 말복앞두고 목숨걸고 먹는다..복어<43>

전재욱 기자I 2021.08.07 09:00:00

보양식으로 각광받는 복어이지만 자기방어 기제 강해
신경독 테트로도톡신, 소량으로 인간에게만 치명적
복어회 얇게 써는 요리사 실력으로 손님 안도 효과도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하돈(河豚)은 허한 것을 보해주는 효능을 가진다. 허리 등뼈가 아플 때 먹으면 낫고 치질도 다스릴 수 있다.`

물(河)에 사는 돼지(豚), 하돈. 복어에 대한 동의보감 기술이다. 바다에 사는 복어는 위협을 받으면 물을 들이마셔 몸을 부풀린다. 물에 사는 돼지같은 고기라는 명명은 이런 이유에서 따른 것으로 추정한다. 몸을 부풀려서 안되면 물어버린다. 단단한 앞니는 절삭력이 강해서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다. 낚시줄이나 바늘까지 자르는 것은 예사일 만큼 위험하다.

가장 위험한 것은 복어 독이다. 몸에는 맹독을 갖고 있어서 독을 가진 고기라는 의미의 독어(毒漁)로 구분한다. 생식기와 간에 가장 많은데 혈액과 내장, 살, 피부에까지 고루 퍼져 있다. 어느 부위든 인간에게 치사량이다. 복어 식문화가 있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지역에서 복어 요리 자격증 제도를 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독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요리하면 먹는 이가 위험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이런 이유에서 19세기까지 정부가 복어 요리를 금지했다고 한다.

주범은 테트로도톡신이라는 신경독이다. 이 독은 척추동물이 가진 독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치사율이 높기로 악명높다. 소량이라도 전신이 마비해 호흡 정지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섭취하면 되도록 빨리 의료시설로 옮겨서 기기 도움을 받아 인공으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이외의 마땅한 치료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어 요리와 같이 먹는 미나리가 해독 기능을 한다고 하지만 낭설이다.

모든 복어가 이 독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북서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는 북방복어(northern puffer)는 무독성이서 현지에서 부담없이 즐기는 수산물이다. 그렇다고 이 독이 복어에서만 검출되는 것은 아니다. 파란고리문어나 표범문어와 같은 문어과 생물과 털탑고둥과 같은 고둥 등은 한국에서도 쉽게 접촉하거나 먹을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복어독 테트로도톡신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상어나 매퉁이, 곰치와 같은 바다 생태계 상위 포식자는 복어를 먹이로 삼지만 죽지 않는다. 잘못 먹으면 죽는

그릇이 비칠 만큼 얇게 썬 복어회.(사진=JCB)
복어회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찾으려는 시도는 흥미롭다. 복어회는 접시가 비칠 만큼 아주 얇게 썰어 담아낸다. 한송이 국화꽃이 연상되는 복어회 접시는 먹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미각을 자극한다. 식당 주인은 얇게 썰어야 식감이 좋아서라고 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는 말도 있다. 복어가 고가라서 얇게 떠야 넓게 담아 많아 보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아주 얇게 썰 만큼 복어 요리사 실력이 출중하다`는 걸 먹는 이에게 주지하는 효과도 크다. 실력을 믿을 만 한 요리사이기에 안심하고 복어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말복(8월10일)을 앞두고 복 요리사의 과시와 손님의 두려움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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