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는 시선

양지윤 기자I 2020.11.26 00:02:00
한범수 경기대학교 관광개발학과 교수


[한범수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교수] 예정된 일정에 따라 광화문 광장 착공식을 하자마자 시민단체를 위시해 여러 곳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대 요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시민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 둘째, 선출직 시장이 아닌 시장 대행이 굳이 새로운 광화문 광장 착공식을 강행하느냐이다.

두 가지 의견 모두 나름 타당하게 들린다. 그러나 새롭게 조성하는 광화문 광장 사업 관련 300여 회가 넘는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쳤다는 점에서 시민단체의 뒤늦은 반대는 왠지 공허하다. 또한 정치권에서 내년에 시장을 선출한 후 의견을 새로 수렴하자는 의견도 반대를 위한 반대 같아 아쉽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에펠탑이 1989년 건립되었다. 건립 초기 “향후 20년간 우리가 도시 전체에서 보게 될 이것은 수 세기에 걸쳐 내려온 도시 미관을 위협하고 있고, 우리는 철판으로 엮인 역겨운 기둥의 검게 얼룩진 역겨운 그림자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반대가 심했다.

2000년대를 사는 우리들이 아는 한 파리 에펠탑은 프랑스를 상징하고 있고, 그 누구도 파리의 미관을 해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건축물을 계획할 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만, 최종적인 결과물은 하나다. 내가 주장하는 안이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다고, 그 건축물 또는 계획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필자는 서울시에서 광화문 광장을 조성할 때 조직한 ‘광화문 시민 위원회의 역사관광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다. 국제적으로 계획안을 공모할 때 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지, 관광전문가의 관점에서 필요한 내용을 제시했었다. 공모 안이 선정된 후 필자가 제시했던 내용 중 포함된 것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뾰족한 돌이 구르고 구르면 모난 데 없는 조약돌이 된다.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특징이 없는 밋밋한 계획이 될 수 있다. 내 의견이 전부 포함되지 않았다고 그 계획이 잘못된 계획이라고 할 수 없다. 계획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지 않고 계획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의견 수렴이 충실하게 이루어졌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전문가인 계획가에 맡겨야 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계획가의 시선에 따라 그 공간의 모습은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그 공간의 역사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미래에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를 바라보는 계획가의 시선에 따라 각기 다른 계획안이 도출될 수 있다. 어느 것은 맞고 어느 것은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누가 더 많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역사성과 미래성을 모두 포용한 창의적인 계획안을 도출하느냐에 더 관심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

광화문 광장을 조성하는 과정에 다양한 시민의 의견이 수렴되었다. 처음 제시한 계획안은 교통 혼잡을 일으킬 수 있어 인근 주민의 반대가 심했다. 시장은 원점부터 다시 검토하자고 했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최종안을 마련하였다. 언론에 보도되는 걱정과 달리, 광화문 광장 사업을 기대하는 시민의 플래카드가 많이 걸려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찬반 의견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아름다움을 논하는 ‘미학’에 정답은 없다. 각자 생각하는 답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종 선택한 안이 차선이 아닌 차 차선이었다 하더라도 그 안을 도출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충실하게 수렴했고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 최선의 안으로 수용해야 한다.

현재의 광화문 광장은 전후좌우로 도로가 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장을 떠올려보자. 현재의 광화문 광장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없다. 광장을 새롭게 조성하는 과정에서 시민이 가장 많이 제시한 의견은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될 수 있고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접근하기 좋게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계획을 수립할 때,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대안이 있는 반대라면 우리는 반대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선출된 시장이 아닌 시장 대행이기에 오히려 정치적인 견해와 무관하게 계획안을 집행하는 거라고 받아들이면 좋겠다. 아무쪼록, 새로 조성하는 광화문 광장이 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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