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채무자 구제제도부터 구조조정하자

권소현 기자I 2020.07.31 05:00:00

이상진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유암코 기업구조조정자문위원

사상 초유의 사태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그 누구보다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에 따라 각 금융회사들은 코로나 피해기업의 대출금에 대해 상환유예와 만기연장 그리고 긴급유동성 공급 등 피해기업의 도산방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
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코로나19가 조속히 종식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언제까지 대출금의 상환을 유예해주고 유동성을 공급할 것인가. 이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생존 전략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에서 운용 중인 채무자 구제제도를 충분히 숙지하고 이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현재 운용 중인 우리나라 채무자 구제제도는 법원 밖에서 채권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스템과 법원 내에서 판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스템 두 축으로 나뉜다.

채권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으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워크아웃제도, 채권은행협약, 패스트트랙 제도, 사적화의, 신용회복지원 제도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워크아웃 제도는 회생가능성은 있으나 재무적 곤경에 빠진 기업에 대해 채권자인 금융회사와 채무자인 대상기업 간 협상과 조정과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


워크아웃기업으로 선정되면 신규자금 지원, 대출 원리금 상환유예, 대출이자 조정, 출자전환 등 채무조정과정과 동시에 불요불급한 부동산매각, 인력조정, 비용감축, 주력사업정비, 감자, 투자유치, 인수합병 등 자구계획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코로나19와 같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기업은 주채권은행과 사전에 충분한 상담을 통해 이런 채무자 구제제도를 활용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법원 안에서 이뤄지는 채무자구제 시스템으로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업회생절차, 개인회생절차, 파산절차가 있다. 회생절차는 채권자, 주주, 지분권자 등이 법률관계를 서로 조정해 채무자 또는 그 사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도모하거나 회생이 어려운 채무자의 재산을 공정하게 배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통은 채권자 중심의 워크아웃제도에서 이해당사자들이 이해관계가 서로 대립돼 조정이 잘 안되거나 채권자가 회사의 존속가치가 없어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경우 법원에 회생신청을 하게 된다.

채무자가 채무를 변제하지 못할 경우 채무자 재산을 공정하게 환가해 배당하고, 채무자에게는 채무를 면책해줘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는 파산 및 면책제도가 있다. 법원에서 면책결정을 받게 되면 모든 채무는 갚지 않아도 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도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채무자 구제제도의 활용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채권자 유관기관 등이 주도적으로 채무자들에게 알리고 컨설팅을 하는 등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금융회사 등 공적영역이 담당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과감히 시장영역에 넘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구조조정 펀드 모집을 활성화하거나 펀드 설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기업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등이 활성화된다면 관련 산업도 크게 성장할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 채무자 구제제도는 너무 다양하게 산재해 있어 이용자들이 혼란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산재한 여러 제도를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중소기업 등 어려운 기업이 이런 제도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신청절차를 단일화 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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