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바꾸자 지지율 올랐다…비결은 '듣는 귀'?[김보겸의 일본in]

김보겸 기자I 2021.12.19 09:27:46

오미크론 확산에 日입국 전면금지→일부 허용
18세 이하 10만엔도 연내 현금 일괄지급키로
계속된 말 바꾸기에도 지지율 54%…6%p↑
"곧바로 고개 숙이는 기시다, 공격하기 어려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순항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바보 영주’ 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관련기사: '바보영주' 기시다 총리가 日서 환영받는 이유[김보겸의 일본in]기존 내세운 정책 노선을 틀었는데도 지지율은 도리어 오르는 결과를 낳으면서다. 야당은 “말을 바꿨다”며 공세를 펴지만 국민에게는 응원받는, 때로는 상대 진영에서조차 인정한다며 혀를 내두르는 기시다 리더십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최근 들어 기시다 총리는 코로나19 대책을 제시한 뒤 번복하고 있다. 먼저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일본 입국을 전면 금지하려다 일본인이나 장기 체류자격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외국에 나가 있는 일본인이 귀국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자 “재외국민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를 두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측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통치 능력 부족”이라며 맹공격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여론은 기시다 총리의 편이었다. 오히려 “이 시국에 돌아다닌 사람들까지 배려해야 하나”며 정부가 기존 방침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의 모습. 일본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확산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사진=AFP)
이뿐만 아니다.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인당 10만엔(약 105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놓고도 말을 바꿨다. 애초 계획은 현금과 쿠폰을 각각 5만엔씩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연내 현금으로 일괄 지급하는 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쿠폰 지급 시 소요되는 행정 비용만 967억엔으로, 현금 지급 방식(280억엔)의 3배를 훌쩍 넘는다는 불만을 접수하고서다.

이처럼 정책을 내놓은 뒤 비판이 일면 말을 바꾸는 모습에도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오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이 18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 따르면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4%로 지난달 조사 때보다 6%포인트 올랐다. 코로나19 대책을 높게 평가한다는 응답도 46%에 달해 “낮게 평가한다(26%)”는 답변을 크게 웃돌았다. 코로나19 이후 40% 넘는 국민에게서 코로나19 대책을 호평받은 건 기시다 총리가 유일하다.

이 같은 지지율 상승세는 야당에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지난 17일 열린 2021년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기시다 총리가 저자세를 유지한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 날 선 질의에도 “제대로 검토하겠다”며 야당 처지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일관했는데, 이는 야당의 추궁에 정색하고 반박한 아베 전 총리나 국어책을 읽는 듯한 스가 전 총리와 대비되는 인상을 줬다는 평가다.

지난 17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국토교통성 통계 데이터 수정 문제로 추궁받자 기시다 총리가 이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입헌민주당 유튜브)
한 간부는 일본 토요게이자이에 “곧바로 고개를 숙이는 기시다 같은 이들은 정말로 공격하기 어렵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통상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며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예산위가 이례적으로 “지극히 평온하고 일정대로 진행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지율 상승의 비결로는 ‘듣는 힘’이 꼽힌다. 기시다 총리가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자신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오사카 기반의 일본유신회 소속 한 간부는 “(듣는) 귀를 갖지 못했던 전직 총리와 ‘귀’를 가진 기시다 총리의 차이점이 부각되면서 탄탄한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 평론가들 역시 “공감능력을 어필하는 기시다 총리의 모습은 현재의 국민감정과도 궁합이 좋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을 바꿨다”는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숙일 때 숙이는 자세에 일본 유권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정치인은 반 발짝만 앞서 가야 한다”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충고, 어쩌면 이웃나라 기시다 총리가 실천 중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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