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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소장서 강한 ETF처럼"…'만년 저평가' 지주사株 이번엔?

고준혁 기자I 2021.01.27 00:01:00

주요 지주사株 7곳 연초 대비 평균 15.8%↑로 코스피 9.3% 상회
"개인, 대형 우량주 매매 경향에 친숙한 대기업 그룹 사는듯"
최대주주, 지배구조 개선·적극적 구조조정 의지 확인해야
구본준 고문서 벗어난 구광모 회장의 LG 등 추천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낙후된 지배구조로 인해 늘 저평가돼 온 지주회사 주식이 ‘코스피 3000 시대’ 강세장에서 떠오를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간 시장에 상승 에너지가 강할 때 지주사 주식은 자회사 주가 상승으로 재평가가 이뤄졌다. 이번엔 ‘친숙한 대형 주식’을 선호하는 신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까지 겹쳐, 오랜 침묵을 깨고 반등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034730), LG(003550) 등 국내 주요 지주사 7곳의 올 초 대비 이날까지의 평균 수익률은 15.8%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9.3%를 상회했다. 이는 지난해 상승장에서 지주사들이 코스피 수익을 하회한 것에 비하면 고무적이다. 지난해 해당 7개 지주사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6.0%로 코스피 30.8%에 한참 못 미쳤다.

이는 유동성이 풍부한 순환매장에서 마지막엔 지주사 주식이 움직인다는 통념에 들어맞는 상황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지난 2007년 7월 200선을 넘어선 지 13년 5개월 만에 올 초 3000을 돌파했다. 이날 개인투자자의 투자자예탁금은 68조4744억원을 기록, 70조원에 육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문제로 항상 저평가받는 지주사 주식이 이같은 상승장에선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국내 지주사의 순자산가치(NAV) 대비 시가총액 할인율은 대부분 50%가 넘는다. NAV는 지주사 자체의 영업가치에 상장·비상장 자회사 지분 가치를 모두 더한 순자산가치를 말한다.

또한 개인 투자자의 대거 유입으로 수급 구조가 변화한 점도 지주사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새로 주식을 시작하는 개인은 익숙하고 안전한 대형 그룹사의 핵심 자회사 또는 지주사를 사는 경향이 있을 거란 관측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순환매장 끝에 지주사가 오른다는 말은 시장에서 늘 회자됐지만 사실 검증된 건 아니다”면서도 “다만 심리적으로 시장이 강할 거란 믿음이 있으면 급등이 있을 수 있는데,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이 좋을 때 오르듯 자회사를 여럿 거느린 지주사 몇 개를 들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지수와 동행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또 개인들이 대형 우량주를 적극적으로 매매하고 있는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친숙한 대기업인 지주사 주식에도 개인 영향력이 퍼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지주사주 역시 옥석 가리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된다. 기업 최대주주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대한 의지가 있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하며 성장 비전을 만드는 곳을 골라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LG가 있다.

올해부터 이날까지 19.4% 상승한 LG의 경우 구본준 LG 고문이 LG 신설지주를 설립해 나오면서 구광모 회장에 대한 리더쉽 의구심이 해소된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066570)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기정사실로 된 점도 구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확대된 데 따른 하나의 신호로 해석된다. LG의 사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사 결정이 과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LG가 보유한 1조8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인수합병(M&A) 등에 쓸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자동차와 관련된 신사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LG 그룹의 자동차 전장 및 배터리 부문 수주 증가 등 실적 개선 요인들은 배당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그 배경에는 대주주의 천문학적인 상속세 관련 재원 마련과도 관계가 높다”며 “따라서 안정적인 배당과 전기차 부품, 소재 업체로서의 모멘텀을 겸비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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