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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공 들인 '마린스키'· '몰몬'도 결국 수포로

윤종성 기자I 2020.09.15 00:00:01

장기간 협의해 힘들게 성사된 공연들
잇단 취소에 재추진 힘들어 아쉬움 ↑
빈필 취소 안됐지만 성사 쉽지 않을듯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려 왔던 대형 공연들이 결국 버티기를 끝내고 ‘취소’ 버튼을 누르고 있다. 오랜 기간 협의해 힘들게 성사됐던 공연들의 연이은 취소로 팬들의 상심(傷心)이 클 것으로 보인다.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김기민이 발레 ‘돈키호테’를 공연하는 장면(좌)과 뮤지컬 ‘북 오브 몰몬’의 공연 장면(사진=이데일리DB).
14일 공연계에 따르면 세종문화회관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필)의 공연 취소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빈필 측은 지난 1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개막하는 등 공연들이 재개하는 점을 들어 내한 공연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빈필은 공연계를 통틀어 아직 취소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대형 공연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추이를 봐가며 끝까지 취소를 미뤄왔던 대형 공연들이 하나 둘 포기 선언을 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발레계 최고 기대작이었던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공연을 끝내 취소했다. 마린스키는 볼쇼이와 함께 러시아 양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곳이다. 당초 10월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카르멘’, ‘젊은이와 죽음’, ‘파키타’ 등 3개 작품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이려 했으나, 지난달 발레단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러시아 동향을 면밀히 살피던 세종문화회관은 결국 ‘내한 불가’ 판단을 내렸고, 발레단 측에 취소를 통보했다.

공연제작사 에스앤코가 추진했던 브로드웨이 뮤지컬 ‘북 오브 몰몬’(The Book of Mormon)의 첫 내한공연도 결국 물거품 됐다. 2011년 미국에서 초연한 ‘몰몬’은 그해 토니상에서 ‘베스트 뮤지컬’ 등 9개 부문을 수상하고,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에스앤코는 내년 1~4월 블루스퀘어에서 ‘몰몬’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셧다운으로 투어팀을 꾸릴 수 없게 돼 결국 무산됐다. ‘워호스’, ‘몰몬’ 등 국내에 첫선을 보이려던 대형 공연들의 연이은 취소이기에 뮤지컬 팬들의 허탈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에스앤코는 ‘몰몬’을 대신해 국내 배우들로 ‘위키드’ 라이선스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공연계는 대형 공연의 줄 취소에 짙은 아쉬움을 표한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워호스’ 내한 공연을 추진했던 쇼노트 관계자는 “워낙 거대한 프로덕션이다 보니 한 번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며 “언제 한국에 다시 올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클래식 공연기획사 빈체로 관계자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공연의 경우 다른 나라 공연 일정은 물론, 국내 공연장 대관 일정까지 조율해야 해 힘든 점이 많다”고 부연했다. 빈체로는 테오도르 쿠렌치스, 보스턴심포니, 런던심포니 등의 내한 공연을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한 건도 성사되지 못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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