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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트 없으면 택시도 승차거부…교통사고 사망아동 한해 1명 뿐

김보영 기자I 2018.01.12 06:30:00

[지구촌 육아전쟁 탐방기 노르웨이편]
카시트 착용 96.7%…아동 안전 강국 노르웨이의 비결
카시트 없인 승차 불가…병원·택시는 카시트 무상 대여
야외 활동 시 '리플렉터'·'형광조끼' 착용 의무화
아동 교통사고 사망 100명→3명 수준으로 감소

(사진=픽사베이)
[오슬로(노르웨이)=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노르웨이는 아동복지 못지않게 아동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어떤 선진국들보다 엄격한 아동 교통 안전규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르웨이 국민들도 철저히 이 규정들을 준수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비교해 눈여겨 봐야할 게 ‘카시트’ 문화다. 노르웨이의 카시트 착용률은 100%에 가깝다. 주행 중 교통사고 사망하는 아동은 한해 1~2명에 그친다.

◇카시트 착용률 96.7%…한해 교통사고 사망 아동은 1명 뿐

우리나라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들에 비해 아동의 카시트 착용 비율이 현저히 낮다. 아동의 키, 체격 등과 관계 없이 만 6세 이하 의무적으로 카시트를 사용해야 하지만 준수율은 절반 이하다.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2015년 국내 유아 카시트 착용률’ 조사에 따르면 무작위 표본조사 결과 만 6세 미만 유아를 동승한 차량 520대 중 카시트에 아이를 태운 차량은 182대(35%) 뿐이다. 심지어 고속도로에서도 182대 중 82대(45%)만 카시트를 사용했다.

2014년 OECD 교통 포럼 통계 기준 독일의 카시트 장착률이 96%, 영국이 95%, 프랑스와 미국도 각각 91%, 74%인 것에 비하면 형편없이 낮은 수치다.

카시트를 외면한 결과는 치명적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발생한 13세 미만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62명) 중 주행 중이던 차량에서 숨진 아동이 29명(46.8%)이다. 이 중 절반을 넘는 20명(69%)이 카시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노르웨이 교통부(Ministry of Transportations)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노르웨이에서 교통사고로 주행 중인 차량에서 숨진 9세 이하 어린이는 단 1명뿐이다. 노르웨이 인구수는 2017년 기준 532만여명이다.

산악 지형이 많은 노르웨이는 좁고 굽은 도로가 많아 운전이 어려운 나라다. 그럼에도 주행 중 교통사고 사망아동이 극히 적은 이유는 카시트 사용을 당연시 여기는 문화 덕분이다. 2015년 노르웨이 교통안전협회가 만 14세 이하 어린이들을 동승한 차량 1000대를 무작위 표본조사해 분석한 어린이 카시트 착용률은 96.7%에 달했다.

안카트린 아뢰엔(Ancatrine Areuen) 노르웨이 교통안전협회 대변인은 “1980년 이후 카시트 규정을 대폭 강화, 착용률을 높임으로써 사망자 수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의 모든 택시 회사는 카시트 없이 아동을 동반한 고객들을 위해 보유 중인 차량의 30~40%에 카시트를 갖추게 하고 있다. (사진=김보영 기자)


◇신생아는 병원서 무상 대여…카시트 없인 택시도 못 타

노르웨이는 1980년 연령과 관계없이 키 140cm 이하의 어린이 및 영유아들을 동승한 차량에 대해 카시트 착용을 의무화했다.

산모는 출산 직후 병원을 퇴원할 때부터 카시트 없이는 신생아를 데리고 차량을 탑승할 수 없다. 실제로 노르웨이에서는 경찰들이 병원 앞에서 카시트 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카시트를 구비하지 않은 부모들을 위해 노르웨이 내 모든 병원은 바구니형 카시트를 무료로 대여해 준다.

노르웨이에서 5년동안 아이를 키운 김현정(36)씨는 “노르웨이 부모들의 출산 용품 목록에는 반드시 카시트가 포함된다”며 “첫 아이 출산 당시 자가용이 없던 우리 부부는 카시트도 없었다. 간호사들이 카시트를 대여해주고 자세히 사용법을 설명해줬다”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 7세 딸을 육아 중인 주부 장윤아(35)씨 역시 “노르웨이에서 산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이웃집 엄마와 자녀들을 데리고 소풍을 가기로 했다”며 “카시트 없이 이웃의 차에 아이를 태우려 하자 안된다며 혼자 떠나버렸다. 야속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택시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아동을 동반하고 있으면 자신이 직접 카시트를 챙겨 탑승하거나 카시트를 갖춘 택시를 골라 승차해야 한다. 노르웨이 내 모든 택시 회사들은 카시트를 갖추지 못한 아동 동반 고객들을 위해 카시트를 갖춘 택시를 제공한다.

노르웨이 ‘오슬로 택시(Oslo Taxi)’ 관계자는 “노르웨이 택시 회사들은 보유차량 중 30~40%를 카시트 차량으로 운영한다”며 “도심 지역에서는 택시 예약 시 미리 요청하면 카시트를 갖춘 택시가 10분내에 온다”고 설명했다.

택시회사에 전화를 걸면 예약 상담원이 동반한 아이의 나이와 신장, 선호하는 카시트 형태를 묻는다. 10분이면 요청한 카시트를 장착한 택시가 도착한다. 카시트 이용에 따른 추가비용은 없다.

오슬로 택시 관계자는 “정부와 가정 뿐 아니라 기업 역시 아동의 생명 및 안전을 함께 지켜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생활 필수품까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동을 동반한 고객이 카시트를 갖추지 않고 자가용을 운전하거나 카시트가 없는 택시를 탑승했을 땐 벌금으로 500~700크로네(NOK·원화 6만 5000원~9만 1000원)를 부과한다. 카시트를 갖추지 않은 승객을 태운 택시 운전자도 똑같이 벌금을 내야 한다.

벌금의 액수가 많은 편은 아니다. 노르웨이 국민들은 아동을 안전히 보호하는 것은 법적인 강제 여부를 떠나 국민이라면 준수해야 할 기본적인 윤리이자 사회적 규범이라고 생각한다.

오슬로에서 3세 여아를 육아 중인 카트리아나 미노겐(Katriana Minogen)씨는 “어린이들의 안전보호는 어른들의 당연한 의무”라며 “어른들의 부주의로 아이들이 다치거나 죽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강력한 교통 안전규정을 두고, 그 규정을 지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에서는 3세 이하의 영유아 아동들의 야외활동 시 형광조끼나 리플렉터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진=김보영 기자)
◇3세 이하 ‘형광조끼’ 의무적으로 착용

노르웨이에선 3세 이하의 영유아 아동들에게 형광조끼 및 리플렉터(Reflector) 착용이 의무다. 리플렉터란 야광 기능을 띤 형광색의 반사 팔찌 등 액세서리다.

겨울이 되면 해가 일찍 지고 산악 지형 탓에 가로등이 없는 도로가 많은 노르웨이는 교통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리플렉터를 착용한다.

요한나 마리암(Johnanna Mariaam) 노르웨이 교통부 홍보담당관은 “어둠 속에서 운전자가 보행자를 알아차릴 수 있는 거리는 보통 25~30m 정도”라며 “리플렉터나 형광조끼를 착용하면 운전자가 140m 앞에서도 보행자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플렉터는 노르웨이 시내나 관광지에 있는 생활용품 상점이나 옷가게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특히 3세 이하의 영유아들은 밤에는 물론 낮에도 야외 활동 시 형광색 조끼를 착용하고 가방 등 소품에 리플렉터를 부착하는 것이 법적으로 의무화 돼 있다. 노르웨이 내 모든 유치원들도 이를 따라야 하며 준수하지 않을 시 벌금을 물거나 운영을 제한당하는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

노르웨이가 처음부터 높은 안전 의식을 지니고 있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노르웨이의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500명에 달했으며 그 중 20%(100명)가 15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이었다.

안카트린 교통안전협회 대변인은 “카시트 장착을 강제하고 리플렉터 착용을 생활화한 뒤 2015년부터는 14세 이하 아동 교통사고 사망 건수가 연간 2~3명을 넘지 않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일부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아동 안전은 어떤 이유로든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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