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바닥에 낄 일 없겠군'..여성 친화적 아파트가 뜬다

전재욱 기자I 2024.05.07 05:30:00

여성 친화적 단지 추구하는 신반포4차 정비계획안 눈길
女전용 주차구역, 출입구 가까워야..가락프라자 재건축안
결국 모두 편하게..삼성물산 자문단, 주부→고객 외연 확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여성 친화적인 방향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정비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어 눈에 띈다.

6일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조합은 여성 친화적인 아파트 단지를 계획하는 정비계획안을 마련해 공고를 마쳤다.

1212세대를 1828세대로 늘려지을 새 아파트는 ‘여성과 아동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오가도록’ 통행로를 탄성재가 포함된 포장으로 닦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힐이 빠지지 않도록 통행로 틈새를 정비할 것’이라는 세부적인 계획도 담겼다.

지하주차장 안전 강화 방안도 눈이 간다. 동선을 단순화해 미로 설계를 지양하고, 차량과 사람 동선에 맞춰 CCTV와 조명 장치가 작동하도록 하고, 사각지대는 안전 벨을 설치하는 식이다.

다른 정비사업지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잇따른다.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공고한 정비계획안에서 ‘여성 주차장을 건물 출입구와 가깝게 배치’하는 내용으로 안전 및 범죄예방에 관한 계획을 구성했다.

건설사 차원에서도 여성 친화적인 아파트를 지향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삼성물산은 중년 여성으로 구성된 ‘주부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해 래미안 주택 구조와 인테리어, 단지 조경과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데에 적용하고 있다. 자문단은 1998년부터 올해까지 27년째 운영하고, 현재 7명이 활동한다. 자문단은 상대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기에 집에 대한 의견이 실리적인 편이라고 한다.

이런 시도는 결국에는 성별을 떠나 모두의 주거 편리를 도모하는 결과로 수렴된다. 앞서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을 보더라도 면면이 반드시 여성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정상선 신반포4 재건축 조합장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입주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마련하고자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취지에서 삼성물산도 주부자문단 명칭을 최근 고객자문단으로 변경하고서, 앞으로 미혼 남성도 자문단으로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중위권 건설사 관계자는 “여성 친화적 아파트는 자칫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전제할 수 있기에 회사 차원에서 지향하는 목표는 아니다”라면서도 “여성이 살기 좋은 환경을 고민하다 보면 결국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만족스러운 주거 시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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