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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증시 혼란만 키운 '총선 공약'

김인경 기자I 2024.04.12 05:40:0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4·10 총선 다음날인 11일 은행주와 보험주, 지주사 등이 급락세를 탔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상승했던 이들 종목이 추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총선 패배 이후 인적 쇄신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세부 정책을 추진해온 금융당국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또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인센티브로 내걸었던 법인세 감면과 같은 세제 지원도 거대 야당의 반대에 가로막힐 상황인 점도 금융사들의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숭로 일대에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벽보를 철거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대통령과 여당이 적극 주장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공약에 대한 기대감은 차갑게 식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예정대로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금투세 폐지는 사실상 좌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금투세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고, 한편에서는 ‘금투세 줄이는 법’과 같은 노하우가 담긴 ‘지라시(정보지)’까지 돌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자본시장을 겨냥한 공약과 정책이 쏟아졌던 만큼 앞으로 정책 변화에 따른 혼란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투세 폐지와 법인세 인하처럼 법 개정이 필요한 공약과 정책의 경우 여야의 의견 차이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 참여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제도 마련은 필요하지만 당국의 과도한 개입이 증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하물며 선거용으로 준비하고 선거 결과에 따라 방향이 달라지는 정책이라면 오히려 증시에는 악재다. 밸류업 프로그램만 해도 그간 외국인의 매수세를 이끌었지만, 만약 추진 동력을 잃고 결국 흐지부지된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만 잃는 꼴이 될 게 뻔하다. 자본시장에서 정책은 투자자들의 ‘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무분별한 정책이나 공약이 곧 투자자들의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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